외계인
“솔까말, 안습이에요.” (해석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못 알아들으시면 눈물나요. 말을 그냥 시키지 마세요. 저를 외계인 취급하실 거면 그냥 내버려두시라고요.)
스펙수집족
“이 회사가 내년에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던데. 저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중국으로 6개월 간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든요. 네, 기본적인 의사소통 가능하고, 지금 2급 한자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요. 틈틈이 학원에서 회화를 더 배우고 있고요.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패션 디자인 공모전에 응모해서 수상 경험도 2번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친척 분이 있어서 함께 물건을 떼러 다니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경력이 되겠죠? 참, 작년에 ‘리폼여대생’ 으로 방송에 소개됐었어요. 아깝게 달인은 못됐지만…. 다니고 있는 교회를 통해 복지시설 봉사도 자주 다녀요. 따로 봉사활동을 더 가야할까요? 제가 인턴을 못해봐서 그게 좀 걸
리기는 한데…. 그리고 토익점수도 아직 900점 밖에 안 돼서요. 준비를 좀 더 해야겠죠? 그래도 이렇게 스폿스터디(취업번개모임)에서 미리 점검 받으니 좋네요.”
초식남, 건어물녀
초식남 : 내가 회사를 10년 더 다닐 수 있다고 해도, 10년 동안 노후대책 마련하고 아이 교육도 시켜야 하잖아. 그럼 내 삶은 전혀 없는 거 아니겠어? 내 삶의 유일한 낙인 피규어 모으기를 포기하면서 꼭 결혼이라는 걸 해야 하냐고.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
건어물녀 : 그렇지. 부모님이 아이를 맡아주시지 않는 한 어린이집 비용으로 월급의 반은 날아갈 걸?
초식남 : 그래. 그런데도 올해 가기 전에 선보라고 저 난리시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냥 즐기고 살겠다는데 두 분 다 그리 행복해보이지도 않는 결혼이라는 걸 왜 자꾸 자식도 하라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
건어물녀 : 하루 이틀도 아닌데 그냥 그러려니 해. 아, 맥주 마시려고 했는데 오징어가 똑 떨어졌네. 그저께 한 마리 마지막으로 구워먹고는 잊어버렸다. 어, 야! <아내가 돌아왔다> 마지막
회 한다. 끊어. 이거 봐야 돼.
초식남 : 의리 없는 것. 친구가 간만에 전화해서 신세한탄 좀 하는데 안 받아 주냐.
건어물녀 : 귀찮다. 이것아. 그러니까 연애라도 해. 끊는다~
40대
헬리콥터 맘
“응, 우리 아들~ 학교 갔다 왔어? 미안해. 엄마가 오늘 모임이 있어서 시간 맞춰 들어가려고 했는데 좀 늦었
네. 그 KAIST 다니는 광민이 형 있잖아. 그 엄마를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 좀 듣다보니까 늦었어. 오늘 점심은 어땠니? 엄마가 학교에 전화해서 급식메뉴 좀 바꾸라고 이야기 했어.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그런 음식 먹이면 되냐고 잘 얘기했어. 담임선생님은 별다른 말씀 없으셨어? 응, 엄마가 내일 특목고 면접 있다고 거기 가야 한다고 미리 말했지. 걱정 마,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냉장고에 챙겨둔 간식 챙겨먹고, 늦지 않게 학원 가. 엄마가 이따가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 알았지, 우리 아들~”
루비족
“다들 나보고 30대 후반이라고 하지, 50대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문화센터 가도 젊은 엄마들이 다 자기 또래인 줄 알더라고요. 여자는 모름지기 꾸미고, 자신을 가꿀 줄 알아야 해요. 아무리 남편하고 살아온 세월
이 길다고 해도,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야지. 비결? 뭐 그런 걸 물어요. 타고난 게 있는 거고. 흠흠. 항상 운동 열심히 해요. 하루에 1시간 정도는 피트니스에 들려서 꼭 유산소 운동을 하지. 군살 붙지 않도록 먹는 것에 신경 쓰고. 이제 아이들도 대학 졸업반이 되고 했으니 다들 알아서 자기 갈 길들 갈 거고, 이제 부터는 내 인생 살아야지.”
노무족
“아저씨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나이지만, 벌써부터 노인네 취급 받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 안 그래도 이 나이까지 회사 다닌다고
‘오륙도’ 라고 하더라고요. 56세까지 회사에 남아있으면 월급 도둑이라는 의미라던데, 젊은 날을 다 회사에서 바쳤는데 이제와 그런 소리를 듣다니…. 섭섭한 소리죠. 요즘 평균 수명을 생각했을 때 저는 딱 절반 온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벌써 현장에서 물러나면, 남은 시간들은 어떻게 보냅니까. 선글라스? 뭐 패션이죠. 밖에서만 선글라스 쓰라는 법 있습니까.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아니 사실 얼마 전에 승진을 앞두고 ‘눈밑성형’ 이라는 걸 해서…. 젊었을 땐 비처럼 쌍꺼풀도 없고 멋진 눈이었는데, 나이 들면서 눈밑 지방하고 다크서클이 점점 심해져서 항상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거든. 그런데 아내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관리해야 한다고 하도 성화를 해서 받긴 했는데 아직 붓기가 안 가라앉았어. 수술은 아주 잘된 거 같아.”
실버연애
“연애면 연애지 실버연애는 뭐야. 20대에 하는 연애 다르고, 60대에 하는 연애 다른가. 지금 한창 드라마에서 열애중인 이순재 선생을 보라고. 그 분이 나보다 10살은 더 먹었어. 그런데도 아직 소녀 같이 예쁜 김자옥이를 보니까 맘이 설레고 하잖아. 나이를 먹는다고 그 감정이라는 게 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이 나이가 되어도 예쁜 건 예뻐 보이고, 좋은 건 갖고 싶고 그런 거야. 그런데 우리 자식들도 그렇지만, 딱 지들 나이 지나가면 그런 감정이라는 것이 전혀 없어야 될 것처럼 말하더라고. 그런 게 없으면 사람이 아닌 거 아냐. 나라고 왜…. 저번에 친구 소개로 잠깐 사람을 만났는데, 딸자식이 다 늙어서 꼭 그래야겠냐는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젊은 날처럼 하는 연애가 아니더라도 사람에게는 누구나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이 추운 날 방바닥에 이불펴고 혼자 눕는 기분을 누가 알겠어. 맞댈 따뜻한 등 하나가 없어 뒤척거리는 걸 누가 알겠냐고.”
글 정미희|그림 이승리
'SPECIAL > 2010 01-02 나는 내 나이가 좋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내 나이가 좋다 ㅣ 딴 짓 하는 삶, 적령기는 없다! (0) | 2010.02.23 |
---|---|
나는 내 나이가 좋다 ㅣ 딴 짓 하는 삶, 적령기는 없다! (0) | 2010.02.16 |
나는 내 나이가 좋다 ㅣ 딴 짓 하는 삶, 적령기는 없다! (0) | 2010.02.08 |
나는 내 나이가 좋다 ㅣ 딴 짓 하는 삶, 적령기는 없다! (0) | 2010.02.02 |
나는 내 나이가 좋다│내 나이는 내 꺼! (0) | 201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