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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9-10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3│영화를 통해, 하나님을 말하다

권형진
<MOB 2025>2000 연출 /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연출, 각본 / <트럭>2007 연출 / <웨딩 드레스>2009 연출


1.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단편영화 작업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영화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꿈은 무엇이었나요?
그렇게 신념 있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뭐든 먹어 치울 것 같은 열정이 넘치던 때라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기도 했다가 과연 나 따위가 뭘 할 수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답하느라 그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나 돌이켜보니, 주변 친구들에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종종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자전거 도둑>, <오발탄> 등이 제게 큰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예수나 기독교와 관련된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실천에 옮길 기회는 없었습니다.

2. <호로비츠를 위하여>, <웨딩드레스>가 가족애를 다룬 드라마였다면, <트럭>은 부정父情이 담은 범죄·스릴러물이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가치가 명확하다면, 장르나 표현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본인에게 더 맞는, 더 잘 표현 할 수 있는 장르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장르나 표현 방법에 대해 찬성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유태인 학살,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희생총살등의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를 아주 따뜻하고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만, 주변에서는‘ 휴먼’ 장르가 맞지 않느냐고 합니다.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하지만, 이유 없이 잔인한 영화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포영화는 도무지 저와는 안 맞는 것 같네요. 아마 공포영화가 제게 주어진다면 다른 방식으로 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 천국>처럼 밝고, 즐거운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코미디를 하자고 하지 않네요.

3. 다른 두 편의 영화와 <트럭>을 연출하실 때 스스로 받는 영적
인 영향도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생각도 그렇게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에서요. 직접 연출을 하시면서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영화화할 때는 촬영하는 사람들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촬영을 준비할 때, 캐릭터를 상의할 때, 촬영할때, 편집할 때 등 계속해서 어두운 생각이 짓누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을 끄집어내는 것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호로비츠를 위하여>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트럭>은 제가 연출한 세 편의 영화에서 가장 평점이 낮습니다(네이버 7.0). 의도적으로 긴장은 살리되 잔인한 표현은 최소화하려다 보니 관객이 기대한 자극적이고 잔인한 스릴러가 아닌, 뻔하고 착한 스릴러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트럭>을 쓴 장형모 작가에게‘ 유영철 사건’에서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가져왔다는 얘기를 듣고 유영철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영화를 현실성이 없는 그저 영화일 뿐인 판타지로 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읽은 유영철의 인터뷰는 어떤 잔인한 영화보다도, 심지어 유영철을 모델로 한 영화 <추격자>보다 더 잔인했거든요. 그래서 <트럭>에서는 의도적으로 현실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의‘ 만화 같은 상황’과‘ 우연’이 영화 전체에 튀어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4. 영화 제작 현장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영화 촬영 전 고사를 지낸다거나 하는 문제부터 촉박한 일정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까지 자신을 지켜나가는 데 많은 문제와 부딪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문제와 마주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입니까?
소심한 실천의 하나로 일단‘ 고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파티(시작파티)’,‘ 크랭크인 파티’ 정도로 부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고사’를 귀신을 부른다고 생각하지 않고‘ 형식적인 이벤트’ 정도로 보고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불국사나 낙산사에도 가보았지만 아무렇지도 않던데요.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요? 예수 믿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들에게‘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소리친다고 해서 예수 믿는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사랑’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웨딩드레스>때는 유독 크리스천이 많아서‘ 고사’ 없이‘ 예배’로 크랭크인 했습니다. 시나리오에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추도예배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사 장면이 식상하다고 우겼습니다(웃음). 그리고 최대한 주일을 피해서 스케줄을 짜려고 하지만, 일요일이 아니고는 촬영을 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침에 집에서 잠깐 기도하고 촬영장으로 갑니다.‘ 안식일에 예수님 제자들도 밀밭에서 이삭을 먹었는데, 하나님 용서해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있는 힘껏 주일을 지킵니다. 다른 좋은 방법을 알고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5. 성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상업영화를 연출하시게 된다면 어떤 이야
기(성경 속 인물, 혹은 구체적인 성경구절)를 담아내보고 싶으신가요?
김준종 피디나 홍수영 피디 등이 기독교 영화 관련 제안을 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치우치지 않는 스토리 구성이나 제작비 문제등의 벽에서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연출을 하게 된다면 성경 전체가 기막힌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너무 많습니다. 베드로, 야곱,다윗, 여호수아, 바울….‘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자 닭이 울었다’고 하는 장면에서 저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다시 어부로 돌아간 베드로가 부활하신 예수를 알아보고 물속으로 뛰어들때 또 눈물이 났습니다. 역시 베드로가 조금 더 끌리네요.

6. 앞으로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가치
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될까요?
‘사람과 사랑’입니다. 베드로든, 유다든, 진정한 사랑이든, 왜곡된 사랑이든‘ 사람과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 견지할 주제일 듯합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7.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올해로 9회를 맞습니다. 격려와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독교인만의 영화제가 아닌 모두 함께하는 영화제이길 기원합니다. 그래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예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기독교 영화제를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모든 이에게 사랑과 믿음을 더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추상미
<꽃잎>1996 우리들 역 / <접속>1997은희 역 / <퇴마록>1998 승희 역 / <세이 예스>2001 윤희 역 / <생활의 발견>2002 선영 역 / <미소>2003
소정 역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3 마라 역 /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 진영 역 / <열세 살, 수아>2007 영주 역 / <분장실>2010 연출 / * 드라마 출연작 제외

1. 첫 연출작이 여러 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진출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연출로는 첫 작품이니만큼 처음의 설렘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작업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만 들려주세요.
영화 속 공간이 분장실인데, 주인공 광덕이 환각을 보는 장면에서 조명등 전체가 전부 깜박이게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어요. 촬영하루 전날 모든 스텝이 달라붙어 조명장치를 설치하고 점등식을 했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새롭게 시작된 길을 축복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첫 연출작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5회 차 촬영기간 내내 잠도 설쳤지만 스트레스보다는 열정과 에너지가 매일 새롭게 솟아나는 경험이었습니다.

2. 이어지는 캐스팅 제안들을 잠시 미루고, 연출에만 몰입하셨다고 하던데요. 연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숨은 열정과 욕심이 있으셨나 봅니다. <분장실>이라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분장실’은 현실과 무대 혹은 상처와 회복의 중간에 있는 경계와도 같은 장소입니다. 주인공은 배우로서 자신이 연기해야 할 극중 인물의 삶과 실제의 삶이 많이 닮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극중 인물과 동일한 갈등, 상처를 겪으며 자기 내면의 아이와 마주하게 되고 이를 수용함으로써 회복과 성장의 길, 즉 무대로 나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위기의 순간에 우리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그 아이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감싸 안음으로써 회복의 빛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3. 복음을 상업 영화로 담아낸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생
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복음을 담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과 생각들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또 평소 그런 작업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가 추구하고 싶은 창작자로서 욕구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 같습니다. 살아오며 복음을 통해 깨달은 보석 같은 진리를 제가 받은 미약한 재능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고요. 지금으로서는 직접적인 성경 말씀을 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양심’이라는 그릇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양심을 흔들고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4. 크리스천 배우, 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할 때 신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요.
연기할 때는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감정이라는 도구를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미움이 없이 사랑을 깊이 알기 힘들 듯이 좋지 못한 감정들까지도 우리에게 주셔서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시고, 선하게 만들어 가시는 그분의 뜻을 신비롭게 알아가는 체험을 합니다. 영화 작업은 좀 더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준비했습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사람의 깊은 곳까지 미칠 수 있는 메시지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의 영감을 위해 기도하고, 촬영과 후반 작업 단계에서도 주님의 도우심을 끊임없이 구하는 기도를 드렸지요. 덕분에 기도하며 매달리는 시간이 더 많아져 그분과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5. 앞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가치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세상 속의 창조된 아름다운 것들을 재발견하는 일입니다.

6. 서울기독교영화제에 격려와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땅에서 어둠 속의 빛이 되고, 발에 등이 되는 영화제가 되기를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샬롬~!!



김태균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제작실장 / <네 멋대로 해라>1991 제작 / <첫사랑>1993 Line PD <남자는 괴로워>1995 제작지휘 / <박봉곤 가출사건>1996 연출 / <키스할까요?>1998 연출 <화산고>2001 각본, 연출 / <편의점 2시>2003 연출 / <이공>2004 연출 / <늑대의 유혹>2004 각본, 연출 <I'm O.K.>2005 연출 /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연출 / <크로싱>2008 연출 / <피안도>2009 연출<맨발의 꿈>2010 각색, 연출, 기획, 제작


1. 충무로에서, 1990년대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님들이 몇 분 안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영화 산업 환경이 급변한 탓이라고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겪어 오셨던 고민, 또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해 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영화산업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감독으로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세상의 눈으로 보면 어쩜 운이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 적응을 잘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점점 영화가 산업 중심으로 변하다 보니 영화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이 영화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겁니다. 가벼움과 자극적인 표현, 이야기가 마치 영화의 중심처럼 되어 버린 거지요. 이미 엔터테인먼트가 영화예술을 압도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서글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산업화의 결과이겠지요. 진지한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은 감동이 있는 영
화를 찾아보기 힘든 세월이 되어 버렸습니다. 산업과 영화예술의 균형 찾기가 몹시 힘든 지경에 와 버린 거지요. 그래도 여전히 제가 꾸준히 작업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직 만들고 싶은 영화를 못 만들어 본 아쉬움, 갈망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 영화 <크로싱>은 이제까지 만들어 오셨던 영화와는 많이 다른, 북한 인권을 소재로 한 영화였는데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그 영화를 연출하시면서, 겪으신 변화들이 궁금합니다.
2003년 1월, 하나님의 만나는 놀라운 은혜를 입었습니다. <크로싱>은 피하다 피하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몇 해째 준비는 해오고 있었지만 제 이성적 사고로는 투자 받기도 힘들 뿐 더러, 설사 투자가 이루어진다 해도 중국에서 촬영해야 하는 등 난제가 너무도 많아 계속 미루던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시선 또한 부담스러웠습니다.‘ 네가 갑작스레 북한 인권이라니…’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하게 하셨습니다. 순종하지 않을 수 없게 하셨습니다. 돈을 마련해 주시고는 이래도 피할 테냐 하시더군요. 촬영 내내 하나님께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고 늘 살아계신 주님을 찬양하게끔 하셨습니다. <크로싱>을 통해 개인적으로 하나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뜨겁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3. 상업영화로서 <크로싱>, <맨발의 꿈>은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제작 과정도 쉽지 않지요? 하지만, 누구도 쉽사리 할 수 없었던 두 작품을 연출하시면서 더 단단해진 생각과 믿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믿음은 단단해지기도 또 단단한 그 뒤에 너무도 쉽게 흔들리며 무너지기도 합니다. 저도 커다란 은혜와 믿음 뒤에 힘든 기간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을 통해 하나님이 보여주신 여러가지 체험과 은혜는 제 마음과 몸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넘치는 은혜이고, 감사입니다. 그래도 어쩌면 믿음이라는 것은 하나님을 직접 뵙게 되는 날까지 저마다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하루하루 이루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 영화 <크로싱> 개봉 후 인터뷰에서 “진정성을 담보한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정면에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진정성 있는 상업영화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혹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차피 대중문화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랑 그리고 꿈, 소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게 사랑에 대해, 소망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질문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과 이야기의 끝에는 사랑과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5. 앞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가치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될까요?
사랑입니다.

6.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올해로 9회를 맞습니다. 격려와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지 귀한 영화제입니다. 혼탁한 영화 세상에 내내 소금과 빛이 되는 영화제로 커가기를!



김성권
<신기전>2008 제작책임 / <회복>2009 프로듀서 / <용서>2010 프로듀서


1. 상업 영화 제작을 주로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기독교 다큐멘터리를 참여하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요?
상업영화를 하고 있던 제게 <회복>이라는 영화 프로듀서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습니다. 예전부터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의미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좋은 기회였죠. 그때는 정말 믿음과 열정으로 무조건 밀어붙였던 거 같아요. 하나님께서 모든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 주셨던 거죠. 지금 와서 보니까 <회복>과 <용서> 같은 영화를 만들게 하시려고 그렇게 세상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영화를 배우게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이 제가 준비될 때까지 참 오래 기다려 주신 셈이죠.

2. 애초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기독교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자, 목숨을 내건 선교와도 같은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세심하신 간섭하심과 도우심을 경험하신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더욱 기억에 남는 일이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용서>의 촬영 팀은 감독을 포함하여 2명의 촬영감독과 동시녹음 기사 1명, 현지 통역 2명과 프로듀서까지 총 10명이었습니다. 보통 해외 촬영을 떠나기 전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보험회사를 찾는데요. 팔레스타인 접경 지역에서 촬영을 할 거라고 하니까 어떤 회사도 쉽게 보험 가입을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이스라엘, 특히나 팔레스타인은 사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무보험 상태로 이스라엘 시위 현장을 비롯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는 위험 지역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스텝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죠. 가뜩이나 커다란 촬영 장비를 메고 돌아다니면 주목을 받기 쉬워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꼼짝없이 반역분자나 테러리스트로 몰릴 수도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 행렬을 촬영할 때였는데요. 비폭력시위라고 했지만 돌과 최루탄, 공포탄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이었어요. 우리 촬영 기사가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덩치 큰 사내와 부딪혀 불심검문을 받았죠. 알고 보니 그곳이 이스라엘 총리의 집무실 앞이었던 거예요. 다행히 카메라를 뺏기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그대로 촬영을 접고조용히 귀국해야 할 뻔한 사건이었죠.

3. 영화 <회복>과 <용서>를 통해 기독교 영화의 붐이 일었는데요. 피디님이 앞으로 꿈꾸시는 기독교 영화는 무엇인지요?
붐이 일었다는 표현은 좀 과분한 것 같고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과감히 부딪쳐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회복>과 <용서>는 정말 하나님의 스피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겠지만, 요즘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는 힘이 있는 영화, 주께로 돌이키게 만드는 감동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잖아요. 하나님께 사로잡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하나님 나라 아닌가요?

4. 또 이런 기독교 가치를 담은 영화가 일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반 대중이 기독교 가치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죽고 사는, 어떠한 본질에 관한 문제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적당하게 대중적인 단어와 사상으로 융화해서 포장한다면 대중은 더 자극적이고 더 강한 메시지를 좇아가지 않을까요?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직접 발로 뛰는 소통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적으로도 대중 영화와 견주었을 때 흠잡을 곳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종합예술입니다. 적절한 음악과 비주얼적인 효과가 있을 때 관객은 극의 흐름과 내용에 더 집중하죠.

5.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올해로 9회를 맞습니다. 격려와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화 선교에 대한 중요성은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막상 이렇게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기독교영화제에 대한 후원이나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늘 아쉽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 온 결과가 오늘의 풍성함으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처음 <회복>을 하나님께 올려 드렸을 때의 감사와 기쁨을 잊지 않고, 영화인 중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파이팅!


민병국
<가능한 변화들>2004 각본, 연출 <매직캔디>2009 연출
<사랑이 무서워>2011 각색, 기획, 제작 2008, 2009 서울기독교영화제 프로그래머

1. <가능한 변화들>는 영화화 전에 먼저 2001년에 문화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었는데요. 원래 영화를 목표에 두고쓰신 작품인지요? 영화화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시나리오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으로 시나리오의 문학적 완성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사 신춘문예에 시나리오 부문이 이젠 거의 없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고요. 당시 저는 영화화를 목표로 시나리오를 썼고, 몇 개 남지 않은 신문사 신춘문예에 운 좋게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상업적이 된 영화 제작 현실에서 신춘문예 당선작의 영화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그 와중에 몇몇 배우와 스텝들이 시나리오에 대해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 그리고 저의 무지하고도 무모한 집념 내지는 집착으로 간신히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던 것 같습니다. 좋게 봐주면 순수했다고 할까요.

2. 2005년 연출하신 <가능한 변화들>과 단
편영화 <매직캔디> 사이에는 5년의 공백이 있었는데요. 그 시간을 거쳐 오면서 영화 혹은 연출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으셨는지요? 혹은 그 사이 더 영화화를 갈망하게 된 소재나 주제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렵게 영화를 완성했고, 비록 상업적으론 성공
할 수 없는 성격의 영화였지만 몇몇 국내외 영화제들이 관심을 받았고, 한 영화제에선 작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저는 그 때 별 기쁨과 감사함이 없었고 그저 무덤덤하기만 했습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특별한 의미도 찾을 수가 없었구요. 무슨 일을 하며 사는가보다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하는가가 제겐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곤 평생 무관심했던, 심지어 냉소적이었던 기독교에 제 의지와 무관하게 이끌렸고, 2년여 동안 조심스럽게 교회를 들락거리고 이전엔 지적 호기심 정도로 읽었던 성경책을 가슴으로 다시 읽으며 2006년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일하게 된 것이나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아 단편 <매직캔디>를 만들게 된 것은 제겐 하나의 훈련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에 대해선 아직 좀 막연합니다. 문제는 삶에 대한 태도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제 생활일 것입니다. 영화는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할 테니까요.

3. <매직캔디>는 여름 성경학교를 위한 단편영화였습니다. 두드러지게 하나님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섬김의 가치를 통해 기독교의 가치를 이야기했습니다. 교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더 많은 대중과 공감하기 위한 기독교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에 기독교가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대중과 교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직캔디>는 기독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대중과 공감하기에 편한 영화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기독교를 직접적인 소재로 삼아도 표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대중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영화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대중적 코드는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좇아가기보다는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 대중과의 교감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앞으로 영화를 통해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가치
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될까요?
제가 생각하는 인간의 삶은 너무나도 하찮으며 동시에 너무나 소중합니다. 마치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톱니바퀴를 구성하는 수많은 톱니 중 하나라고 할까요. 그렇게 커다란 톱니바퀴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톱니 중 하나는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런 작은 톱니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바퀴를 이룬 것이므로 또한 아주 귀한 것이지요.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5.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올해로 9회를 맞습니다. 격려와 응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제 삶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저만 압니다. 아마 다른 많은 분들도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 받았을 것입니다. 그 숫자가 지금까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영향력으로 본다면 어떤 다른 영화제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영화제도 알게 모르게 성장해 온 것 같고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발전해 가는 미래가 더 기대됩니다.  

정리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