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열일곱 영균이에게 말 걸기

외로워서 그랬어요 | 문경보 | 샨티

새파랗게 젊은, 젊다 못해 어린 학생을 마주하면 어른들은 말한다. ‘그때가 좋을 때다.’ 어른들에게 청소년기는 더는 ‘당면 과제’가 아닌 까닭에 아이들의 시절이 좋아만 보이는 걸까, 아니면 사람은 기억을 쉽게 미화하기 때문일까. 혹여 누군가가 정색을 하며,‘ 그때, 정말 좋으셨나요?’ 물어보면 회상에 젖은 듯‘ 좋을 때’라고 했던 그 어른은 뭐라고 대답할까.
청소년기의 다른 이름은 사춘기 혹은 질풍노도의 시기다. 적어도 네 번의 봄을 질풍노도 속에서 지내야 하는 시기라는 뜻일 것이다.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인 이후 삶과 인격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지고, 사춘기에 충분히 방황하지 못해 사추기思秋期를 보내는 어른의 수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다. 나의 청소년기를 기억한다. 코끝에 바람만 스쳐도 눈물이 나고, 세상만사의 답을 알고 있는 듯하나 ‘헛똑똑’하고,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보라는 거친 눈빛을 주체하지 못했던 단발의 여학생은, 동시에 더 고매한 세계에 닿고 싶고, 하늘의 비밀에 목말라했었다.
어느덧 서른이 넘었지만 내 마음에 아직 열일곱 때의 눈물이 남아 있는 걸까. 열일곱을 위한 청춘상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문경보 선생님의 네 번째 수필집 <외로워서 그랬어요>의 첫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뚝뚝, 울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영균이라는 아이는 반 친구의 지갑을 훔쳤다. 문경보 선생님은 영균이의 담임은 아니었지만 영균이를 불러 대화를 나눈다.
‘남의 물건을 훔친 너를 보고 가장 화가 나고 마음 아파할 사람이 누구냐?’ 라는 문 선생님의 질문에 영균이는 자그마한 소리로 ‘아버지’라고 대답한다.
“아버지……. 아버지가 가장 힘들어할 거라고 영균이는 생각하고 있구나.”
문 선생님은 다시 천천히,‘ 영균이가 아버지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묻는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영균이는 그제야 엄마를 집에서 나가게 한 아버지, 자신을 때린 아버지에 대해 한숨을 섞어 이야기한다.
“(중략) 아버지는요, 아니 그 인간은요,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천만 번도 더 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그랬구나. 영균이는 아버지가 미워서 도둑놈 소리를 들으면서라도 아버지가 힘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이 시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시기에 속한 아이들, 그들의 또래일 것이고, 그다음은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무수히 많은 아이를 키워낸 선생이 아닐까 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는지,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이론적으로 다룬 심리학 책은 많지만, 청소년의 이야기를 이처럼 생생하고 따뜻하게 들려주는 흔치 않은 산문 중 하나가 바로 <외로워서 그랬어요>다. 당신이 사랑하는 열일곱 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당신 마음의 열일곱 살을 위해서도 참 좋을 책이다. 글 신윤주

〈오늘〉블로그(www.cultureonul.com)의 방명록에 위 책을 신청하시면 추첨하여 선물로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