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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마음의 어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안드레아스 잘허 | 살림


상처가 잘 아무는 부위일수록 진화가 덜 된 부위이다. 진화론적 관점을 따르자면 그렇다더군요. 이를테면 사람의 입 안은 가장 진화가 안 된 부분 중 하나라고 합니다. 수차례 혓바늘이 돋고, 구내염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하게 고통스러워도, 상처가 다 낫고 나면 흉터란 게 남지 않아 도무지 어디가 헐었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신체에서 그런 부분을 찾기가 쉬운 건 아닐 거예요. 넘어져 까지기만 해도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진가요 어디. 일단 소독부터 해야 하고, 새살이 솔솔 돋아난다는 연고도 발라야 하고, 반창고도 붙이고, 덧나지 않게 자주 갈아줘야 하고……. 첨단장비일수록 고장 났을 때 수리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고치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요. 한번 상처를 받고 나면 도대체가 치료되는 역사가 일어나질 않아요. 잊은 듯해도 떠오르고, 지운 듯해도 비슷한 환경 앞에선 비이성적인 반응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가장 진화된 영역은 아마도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마음의 상처’니 ‘트라우마’니 하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온갖 끔찍한 사건들의 원흉이 되어오곤 했습니다. 이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물질만능주의니 핵가족시대의 폐해니 하는 핑계를 대기에도 머쓱해지네요.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바람직한 지침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는 말로는 모자랍니다.
인간 역사의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주관적이되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사회를 목격하지 않았나요? 사회 부적응자, 정신병자 같은 부정과 악의로 가득 어린 용어들을 보세요. 마음의 문제를 결국 마음으로 해결하는 방법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게 분명합니다. 대뇌피질의 무슨 토닌 어쩌고 하는 호르몬의 문제라고 한들, 그게 암호 이상의 의미를 줄 순 없지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처의 원인과 상처를 다루는 방법, 그리고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방법에 대해 편안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상처 입은 자신과 상처 주는 자신을,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자신과 딛고 일어서게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책 속의 표현을 빌자면, 내게 상처를 입힌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놓고 살지 않는 방법을 통해서요. 내가 입은 상처를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역경을 딛고 일어난 많은 영웅의 이야기에서 발견된다잖아요.

친절한 저자는 책의 내용을 직접 요약까지 해 주었는데요. 그 중 한 구절을 봅시다. ‘다시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사랑을 향한 동경은 우리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다.’ 어때요, 사실 둘 다 같은 말 아닌가요? ‘상처받기 쉬운 마음만이 사랑하는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어떤가요?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잘 사랑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네요. 마음의 문제가 다 그렇죠. 복잡해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단순한 거 아니겠어요? 글 주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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