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본 문구인데요. ‘사랑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준다.’ 그걸 보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사랑 때문에 아프거나 상처를 입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대단히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사랑이라는 그 복잡하고도 오묘한 감정은 꺼내어 표현할수록 더욱 풍성해진다. 4월로 그 시기를 옮긴 서울국제사랑영화제(전신 서울기독교영화제) 홍보대사 남보라는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에 줄줄이 제 생각을 이어나갔다. 사랑을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감정’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과 일과 신앙을 아우르는 삶의 순간을 사랑으로 채워 가는 모습에 남보라의 고운 얼굴이 더욱 빛났던 시간이었다. 글 원유진 · 사진 탁영한

새로운 도전을 기쁘게 맞으며
3월 8일 첫 방송을 하는 <댄싱위드더스타 시즌3>에 참가하는 남보라는 요즘 댄스스포츠 연습이 한창이다. 예전부터 라틴댄스를 좋아해서 배우기도 했었지만, 취미로 배우던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운동량이 어마어마해요. 다리 근육이 갈라질 것 같아요. 웬만해선 하루에 한 끼만 먹으려고 하는데, 요즘엔 삼시 세끼를 먹어도 배고파요.” 짬이 날 때마다 연습하느라 힘이 들지만, 춤추는 것이 재미있어 기쁘니 그야말로 ‘행복한 힘듦’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다. “그 주제가 ‘사랑’이니까요. 사랑이 좋은 건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잖아요.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시지만 실천하긴 어렵죠. 사랑 때문에 상처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상처마저도 아름답게 아물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 되는 것 같아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남보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알라신을 믿는 파이가 예수를 알고 좋아한 후, 알라신에게 예수를 알게 해주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걸 보며 ‘사랑’을 생각했다며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를 통해 관객이 예수를 알고 좋아하기를 바랐다. “파이가 그러더라고요. ‘사랑하는데 왜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서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느냐’고요. 목사님이 말해줘요. ‘그게 다 크나큰 사랑을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연기 외에도 남보라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디밴드 스웨덴세탁소와 함께 ‘달 달 무슨 달’이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무대에 올랐고, 애니메이션 <파이 이야기>에 성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제가 접해보지 못했던 것을 하는 건 굉장히 흥미로워요. 특히 고등학교 때 꿈이 성우였는데, 성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기쁨 마음으로 갔는데 목소리 연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영상물은 제 표정과 행동이 보이는 데 애니메이션은 오로지 제 목소리로만 모든 걸 다 표현해야 하잖아요. 호흡을 가지고 하는 거라 어려웠어요. 
제가 ‘호흡의 끝판왕’이라고 했다니까요.”
무엇보다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했다는 게 좋았다. “제가 찍은 것 중에 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어린아이가 볼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막내도 볼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동생들이 보고 재미있어하니 저도 기쁘고요.” 특히, 기뻤던 건 다섯 살 난 막내가 남보라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포스터를 보고 제가 연기한 물고기를 가리키면서 ‘보라, 보라’ 하더라고요. 다섯 살 아기라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목소리를 알아봐 주니까 고맙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나의 진정을 알고 움직일 때
남보라에게 집은 제 모습을 가장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다. 집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원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저만 편하다고 해서 편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편하게 다니면 사람들이 저를 보고도 그냥 지나갈 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불편한 일이 잦아지면서 저도 모르게 집에 있거나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았 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홀로 여행을 떠난다. “혼자 가는 걸 좋아해요. 혼자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모르는 길을 가보고 새로운 것도 보고요.” 편하게 돌아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눈치를 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쉼이었다. 사람들이 여배우에게 거는 기대감은 종종 스크린 밖, 일상까지 번져나가기 때문이다. “아직 제게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동생들에게 잘하고 성실하고, 소소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여배우라고 해서 화려하게 다니는 것보다는 무릎 나온 운동복에 슬리퍼 신고 반갑게 인사할 때 저를 더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화점 쇼핑백이 아닌 시장 비닐봉지 같은 느낌을 추구하려고 해요.”
연기를 다시 시작한 건 2년 전쯤, 대학 입학 후에 소속사를 나와 학교 공부만 하며 바쁘게 지냈던 때였다. 방송 경험이 있던 터라 실기보다는 이론 수업이 훨씬 재미있었다. 연극사, 방송개론 등을 열심히 공부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강의를 들으며 과제로 이력서를 쓰다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정리해 보았다. “이력서를 쓰다 친구들 이력서를 보니까, 저는 어디 출연, 어디 오디션 참가 이런 게 있었는데, 친구는 전혀 다른 거예요. 이 친구는 이 이력서를 가지고 회사에 가겠지만, 나는 이 이력서를 들고 어디를 찾아가지? 어느 회사 어느 부서에서 나를 뽑아주지? 나는 거기에 가서 무슨 일을 할까? 내가 가진 재능이 뭐지, 지금까지 해왔던 건 뭐고 내가 가진 건 뭘까,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리곤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허덕이며 사니, 네 안의 진정성이 뭔지 찾아보렴.’ 어느 날, 고등학교 목사님이 남기고 간 글을 읽고 엄청나게 울었다. 자신이 사람에 쫓겨 제 안의 것을 잊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목사님의 글은 더욱 자신에게 집중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 대입을 도와준 선생님을 찾아갔다. 연극 준비로 바쁜 선생님을 따라 극장에 갔다가 티켓 아르바이트를 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극장에 달려가 매표소를 열고 청소를 했다. 한 달 정도 일을 하며 미리 와  연습하는 선배들을 보았고, 그 모습에 자신을 반성했다. “굉장히 열정적이신 거예요. 저보다 나이도, 경력도 많으실 텐데도 단 한 순간도 연기 연습을 게을리하는 분이 없는 거예요. 부끄러웠어요. 입시 때 말고 저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반성도 많이 했고. 그때부터 다시 연기하겠다고 생각했죠.” 남보라는 자주, 지금 소속사 대표를 만나 일을 다시 시작하던 그때, 지금보다 초롱초롱했을 눈을 떠올린다. 그때의 열정을 잊지 않 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삶에서 배우며

<로드넘버원>은 하나님의 만지심, 실재하심을 경험한 작품이었다. 교회는 열한 살 때 오빠가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고 오는 것이 부러워 나도 먹겠다고 찾아간 것을 시작으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다니곤 했었다. 작품이 하고 싶어 기도하던 어느 날, <로드넘버원>의 큰 배역을 맡았다. 오디션에 떨어졌는데도 직접 감독님이 불러서는 큰 역을 맡긴 것이다. 감독님을 따라 들어간 방에서 성경과 십자가, 신앙 서적 등을 보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하나님이 있나? 진짜 있나 보다. 내 기도를 들어주셨으니까!” 촬영을 시작하며 울며 기도하는 날이 이어졌다. 큰 역할을 맡은 것도 처음일 뿐더러 연기에 부족함을 느껴 촬영이 끝날 때마다 지쳐서 돌아왔다. “매일 가서 울며 기도했어요. 연기 잘하게 해주시라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점점 결과물이 나타나는 거예요. <로드넘버원>이 사전 제작이었는데, 방송을 시작하니까 남보라를 알아봐 주시고, ‘수희 아가씨 역할 괜찮네, 잘 하네’란 말씀을 해주셨어요.”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은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작품을 하게 도우셨지만,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교회와 멀어졌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게 내가 잘해서 그런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마치고 나서는 거의 교회를 안 갔어요. 지금까지 한 게 다 내가 한 것 같았거든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쉬는 것이 두려웠다. 조금만 시간이 비어도 안절부절못했다. 교회를 가도 시간을 보내고 올 뿐이었다. 차츰 방황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연말 연기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못하자 허무함이 몰려왔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기도를 열심히 해서 무엇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 <해를 품은 달>에서 함께 연기했던 송재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빠도 저랑 비슷한 시간을 보냈더라고요. 오빠도 뭔가 되니까, 정작 하나씩 놓치고 교회 가는 것도 소홀해지기도 하고 더 큰 걸 바랐대요. 사탕 하나만 줘도 기쁘던 애가 사탕이 열 개가 있으니까 사탕 하나가 너무 작아 보이는 거죠.”
우리가 모를 뿐이지,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걸 주셨는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욕심을 부린다. 욕심을 버리고 내려 놓자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다. 바다에 표류한 파이가 죽기 직전 상황에서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기도할 때, 섬을 만난다. “파이가 그래요. 하나님은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고 우리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신다고요. 그걸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잖아요. 하나님은 아무것도 안 주시고 아무리 기도를 해도 안 주셨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죠.” 

올해 스물다섯이 된 남보라는 새해 첫날, 나이의 무게를 느끼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기 위해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다만 걱정인 것은 봄이 온다는 것. “전 3월이 너무 싫어요. 봄을 엄청 타거든요. 어떻게 하죠? 작년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며 매일 놀러 가고 싶었어요. 이번에도 굉장한 봄을 타겠죠?”  
인터뷰 사이마다 남보라는 큰 눈을 여러 번 붉혔다. 솔직하고 대담하게 제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홍보대사와 <댄싱위드더스타 시즌3>에서 댄서로 봄을 시작할 꽃과 같은 이 여배우에게 더 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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