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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5-06 고달픈 삶, 희망의 인문학

고단한 삶, 희망의 인문학 7 l 교회에서 여는 인문학 카페 ‘꿈터’


부천 새롬교회

“한 아이(사람)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고, 교회가 신이 나면 마을이 신이 난다.”는 이 한 마디를 마음에 품고, 마을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교회가 있다. 부천시 약대동에 작지만 큰 교회로 마을의 평생교육을 그리는 부천 새롬교회 이원돈 목사를 만났다.


평생교육을 꿈꾸는 교회
한국기독학생연맹(KSCF)의 간사로 일하던 시절, 당시 빈민지역이었던 약대동을 마음에 품었다는 이원돈 목사는 지역사회와 마을, 동네와 교회의 유기적인 관계를 늘 꿈꿔왔다. 1986년, 교회의 시작과 동시에 맞벌이를 위한 종일 탁아를 하는 ‘새롬 어린이집’의 문을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약대동에 처음 생긴 ‘어린이집’이었던 ‘새롬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그의 마을을 향한 구애(?)는 계속되었다. 지금의 ‘약대 신나는 가족도서관’의 모태인 ‘약대글방’, ‘새롬 지역아동센터’의 모태인 방과후 아동교실 ‘새롬공부방’ 등 약대동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로 시작되는 일들이 새롬교회를 통해 몇 년 새 차곡차곡 일어났다.
“규모는 작지만 교회가 가진 은사를 충분히 발휘하고, 성도와 지역과 사회에 영향력을 갖게 되는 작은 교회를 세우고 싶었어요. 또 지금의 교회는 이런 지역 선교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만날 수 없어요.” 그의 말처럼, 작은 교회로 먼저 다가선 그에게 마을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가족지원센터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02년에는 주민자치센터 안에 ‘약대 신나는 가족 도서관’을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2006년부터는 어르신 도시락 배달과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는 프로그램인 ‘은빛날개’와 외국인 한글 교실 프로그램인 ‘ 꿈빛날개’도 열었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회중만이 아닌 마을에 흩어져 있는 교회로의 ‘ 새롬교회’를 통해 이것이 교회고, 이것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함께 느끼고 소통하면 된다고 믿는다는 그의 모든 사역의 중심에는 ‘평생교육’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젊은 꿈을 꾸는 공동체

“교회가 세상과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고, 선교를 하려면 교회의 언어와 세상의 언어가 만나야 해요. 세상의 언어 중에가치 있게 형성된 것이 인문학의 언어 아니겠어요. 승자 중심의 경쟁적이고, 성공 중심적인 가르침을 받던 사람들이 점점 무너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갈 방향을 잘 모르고 있죠. 그 방향을 누가 제시해줘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문을 연 것이 ‘인문학 카페 꿈터’다. 매주 수요일마다 ‘선교 아카데미’를 통해 지역 사회에 대한 같은 꿈을 그
리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활동 중 일어난 일과 고민을 나누며 성서 속 선교 이야기와 접목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본격적인 인문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올해부터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 인문학 카페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에는 교인 뿐 아니라 새롬교회와 함께 지역 사회 활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도 꽤 여럿이다. 첫 모임부터 꼬박꼬박 참석했다는 서원호 씨(44세)는 아이들과 함께 ‘약대 신나는 가족 도서관’을 다니다 새롬교회를 알게 됐다. 지금은 금요일마다 교회에서 ‘은빛날개’ 도시락 봉사도 함께 한다는 그는 “제가 크리스천이 아니어서 기도하거나 찬양할 때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워낙 이 교회에 대한 신뢰가 있고, 모임이 재미있어서 계속 참석하고 있어요.”라며 새롬교회 칭찬을 늘어놓았다.
‘인문학 카페 꿈터’의 4월 모임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면 이렇다. 4월의 주제는 책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지음·사계절출판사)>. 책은 매달 모임을 마칠 때, 미리 공지해 참여자들이 책이 읽어볼 시간을 충분히 준다. 모임의 시작은, 음악과 함께 이원돈 목사가 사순절에 관한 성경구절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마음을 차분히 정돈하는 시간이다. 발제자가 책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면, 그것을 사순절 절기에 따라 어떻게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원돈 목사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진다. 각자가 읽었던 내용을 성경에 접목시켜보는 시간이다. 그 후 모임의 참석자들이 자신이 책을 읽으며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했는지, 자신에게는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자연스럽게 나누며 토론이 시작된다.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다

사실 책을 읽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분을 떠올리며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는 때가 있지만 자신의 적용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원돈 목사의 성경적인 해석에 대한 답이 아닌 제안을 통해 성도들은 사고가 트이고, 더 폭넓은 시선으로 책을 읽게 된다. 모임 내내 이야기를 주도하며 제일 활기차게 토론에 임했던 정상훈 씨(38세)의 “이 모임이 제 삶에 숨통을 트이게 해줍니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에 적용시킨 내용과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책을 거울삼아 자신을 비추어 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열쇠로 삼는 것이 이모임에는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스템을 그저 불평하던 것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미워하던 이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사전적인 인문학적 지식이 있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이미 삶을 향해,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열고 나아가고 있었다.


부천 새롬교회
032-676-0154
www.isaer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