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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가나안교회 l 문화와 영성, 두 날개를 달아라


바쁜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분당의 한 마을. 여기저기서 모인 동네 엄마들이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들어간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배우는 ‘아트랜드 미술 퍼포먼스’ 수업이 있고, 앞으로 10주 동안 청지기 육아영성 훈련으로 자녀와의 핵심 대화법을 배우게 될 ‘반의반쉼터 엄마교실’도 열리는 날.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집 근처에 이런 좋은 문화교실, 심리상담교실이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는 엄마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밝다. 바로 가나안교회가 운영하는 가나안문화선교센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글ㆍ사진 노영신

문화와 복지가 필요한 지역에서
가나안교회는 분당의 아파트 마을 한복판에 자리해있다. 분당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질 좋은 문화와 교육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창립 28주년을 맞는 꽤 오래된 역사를 지녔지만, 분당이라는 환경에 걸맞게 계속해서 젊어지는 교회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4년에 부임한 장경덕 담임목사는 처음 육십여 명의 작은 공동체에서 이천여 명의 성도가 모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한결같이 가나안교회를 목회해왔다. 특별히 문화와 복지를 중점적으로 하는 사역 또한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교회의 응답이었다. 2001년 부활절, 지금의 본당 건물을 건축하여 신축예배를 드렸는데,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할 만큼 미학적으로 훌륭한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2005년에 개관한 가나안문화센터를 통해 주민과 더욱 가깝게 만나는 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초창기에는 교회가 문을 여는 문화센터이다 보니까, 무료로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오히려 이 지역의 정서는 무료교육보다 질 좋은 교육을 원한다는 것이더라구요.” 그래서 방향을 바꿔 현재는 분당 지역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년 전에는 지역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런치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 열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또한 높은 수준의 공연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을 준비한 거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좋은 공연 한번 가기 어려웠던 터라, 근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브런치콘서트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던 것. 현재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선교원 또한 지역 주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별히 어린이선교원 교사들이 모두 일본의 몬테소리 교육을 받고 올 수 있도록 교회가 이를 적극 지원했다. 덕분에 어린이선교원에 입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이 꽤 된다고. 지역의 청소년들 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야긴과 보아스’ 또한 가나안교회의 사역 중의 하나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야긴과 보아스’에서 공부하면서 장학금을 지원 받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적 활동과 경험들을 나누며 자라나고 있다.


재능이 은혜를 만날 때
가나안교회는 다른 교회와는 달리 여전도회, 남선교회라는 조직이 따로 없다. 성별과 나이, 또래로 모이는 모임 대신에자신의 은사를 중심으로 사역팀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재능과 은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비슷한 꿈과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의 사역을 창조하는 것이다. 재소자와 친해져서 열심히 방문하고 있는 교도소전도팀, 대만에 공연까지 다녀오고 현재는 장신대에서 이를 가르치고 있기도 하는 몸찬양팀, 전도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예전사’(예수님을 전하는 사람들)팀, 경로대학을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팀 등 현재 100여 개의 사역팀이 다양하게 자신의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저는 자신의 달란트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으면 ‘은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 할 줄 아는 것을 감사하며 이를 다른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사용할 때 그 기쁨과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죠. 그만큼 그 은사도 더욱 계발되구요.” 이러한 사역팀에서는 팀원들이 스스로 팀장을 뽑아 봉사하게 되는데 교회의 직분, 즉 집사나 장로, 권사 등이 아니더라도 그 팀원들이 인정한다면 누구나 팀장으로 섬길 수 있다.
조직과 직분에 매이기보다는 누구나 수평적이고 편안한 구조에서 사역하기 때문에 팀원들 간의 소통 또한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이다. 그 때문일까. 가나안교회는 스스로 움직이는 이들의 생기와 역동을 통해 조용한 듯 다채롭고, 부드러운듯 힘이 느껴지는 기운을 풍겨낸다.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곳
가나안교회에는 또 하나의 자랑이 있다. 상담 전공 목회자를 통해 요즘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 불안, 우울증 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나안심리상담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전문적인 상담 기관을 방문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받을 수 있는 ‘나를 찾아서-에니어그램’을 비롯하여 치유묵상기도를 통해 진정한 자기이해와 이웃사랑의 길을 찾아가는 훈련인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한 태교영성훈련 ‘반의반 쉼터 태교학교’ 등의 과정이 6주에서 10주 과정으로 펼쳐져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부분에 영적인 필요와 갈망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기관을 찾았다 해도 대부분 매우 고가의 프로그램이라 부담스럽기까지 한데 교회 안에, 가까운 지역에 그 필요를 채우며 건강한 관계를 회복해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다.‘ 성별, 연령, 종교의 제한 없음’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가나안심리상담센터’를 이용하는 이들의 50퍼센트는 가나안교회 성도이지만, 나머지는 지역민들이다. 의외로 천주교인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가르침과 배움에 열정이 많은 가나안교회는 이외에도 ‘UOK’(You are OK)라는 자녀를 위한 학부모기도회를 꾸준히 열어왔는가 하면, 최근에는 8주 동안 펼쳐지는 ‘기독학부모교실’을 열어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학부모가 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한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훌륭한 강사를 모시고 내실 있는 콘텐츠로 커리큘럼을 기획한다. 흔히 새로운 시대의 교회는 ‘문화’와‘ 영성’, 두 날개를 가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교회를 더욱 뜨겁게 하는 예배가 드려지는 가나안교회 드림홀. 이곳은 동시에 오페라뮤지컬,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합창단 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예배와 공연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교회, 뿌리 내린 지역과 호흡하며 지역민들이 더욱 즐거워하고 뿌듯해하는 교회, 신앙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의 여정을 기꺼이 함께 하는 교회. 가나안교회는 문화와 영성, 두 날개를 활짝 펴서 새로운 시대의 하늘을 마음껏 비행하는 중이다.

가나안교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07번지 무지개마을
031-717-7004~6
www.canaan.or.kr

인ㆍ터ㆍ뷰  가나안교회 장경덕 목사

교회가 교회다울 때


“무얼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교회 홍보를 위한 인터뷰나 취재는 고사해왔다던 장경덕 목사. 마치 아주 평범한 교회라서 특별히 자랑할 것이 없다는듯 겸손해한다. 잠깐 훑어보아도 카페 ‘쉴만한물가’, 문화센터, 심리상담센터, 어린이선교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의 활발한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그는 그저‘ 교회의 본질’을 위해서일뿐이라고 한다. “문화와 복지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지만, 이는 교회의 본래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서죠. 교회는 문화기관도, 자선단체도 아니잖아요. 교회의 본질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했을 뿐이에요.”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시도해보라고 할 것만 같은 이미지와 는 달리, 뜨거운 열정과 의욕이 있으나 늘 가장 중요한‘ 교회의 본래 역할’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편이다. “저는 교회가 교회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교회다움이란, 기독교적 가치를 말하는 거죠. 가장 기본적인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문화선교는 오히려 이를 위하여 시작된 거예요.”
그는 요즘, 교회가 교회됨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단다. “살아있는 예배(케리그마), 변화되는 교육(디다케), 은사통한 봉사(디아코니아), 말씀 안의 교제(코이노니아), 전도와 선교(미션), 이 다섯 가지가 교회답기 위한 중요한 사역이잖아요. 저는 이것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가나안교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든 사역과 활동들은 철저히 이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균형이 깨질 때 교회에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모이는 교회, 에클레시아와 흩어지는 교회, 디아스포라의 균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여서 함께 예배드리고 교육받고 교제하는 에클레시아의 교회는, 곧 문화와 복지 등의 영역을 통해 봉사하고 교제하고 선교하는 디아스포라의 교회로 완성됩니다.” 이를 위해 세상과의 접촉점이 다양해야 하고, 세상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는 지점들이 필요했다고 한다. 즉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 “지금이 시대의 문화, 컨텍스트를 알아야 성서라는 텍스트에 적용하고, 이를 다시 우리의 상황에 맞게 컨텍스트화시킬 수 있는 겁니다. 문화는 그래서 중요하죠.” 문화 선교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위해서 반드시 교회다움의 본질적 속성을 돌아보게 하는 그의 신학적 성찰은 같은 결론을 맺으면서도 다른 깊이를 느끼게 한다. 화려해보이면서도 뿌리가 튼튼한 나무의 꽃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의 목사다움과 교회의 교회다움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가나안교회가 자리한 이곳, 이 지역민들이 분명 스스로 가르쳐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