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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마음껏 보여줘요, 당신의 가능성을! l 취업을 향한 면접 천태만상

대학생활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학생활 4년은 온통 ‘어찌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춘다.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를 붙잡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을 대학 가면 마음껏 놀 수 있다는 말로 달래던 시대는 지났다. 6년 동안, 대학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20살에게 우리는 ‘취업’이라는 장거리 달리기 바통을 내민다. 이제 다시 ‘취업만 하면’이라는 명제를 달고 잠시 자신의 자유를 보류하기로 한 청춘은 몸값 올리기에 바쁘다. 때로는 학점까지 포기하며 토익점수, 자격증, 인턴생활에 목숨을 걸었지만, 서류전형 통과에 가슴을 쓸어내릴 찰나 만만치 않은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단 시간 내에 최대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면접. 아, 회사는 직원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떨어뜨릴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미희 | 그림 이승리


홈런을 날리다
 
25세, 안타요(여)

네, 맞아요. 야구요. 야구를 하더라고요. 처음엔 게임회사에서 면접을 보는데, 게임베틀도 아니고 야구가 웬 말인가 했죠.
사실 저는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야구 룰 같은 거 잘 모르거든요. 운동신경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 여자라서 불리하다는 생각도 많았고, 1차 직무면접 때보다 더 긴장이 됐어요. 4팀으로 나눠서 포지션 정하고, 팀 전략 짜고, 팀 구호도 짜고 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에 조금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2시간 동안 경기가 펼쳐졌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뭘 하든 면접관이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할 때면 마냥 재밌지만은 않았지만…. 저희 팀이 선수 배분을 잘한 덕분에 우승도 했어요. 처음 본 사람들인데 절박한 상황에서 함께 하니 괜스레 끈끈함도 느껴지던 걸요. 회사에서는 팀워크, 리더십, 스트레스 내성, 의사소통, 문제해결 능력을 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야구를 택했다는데 그런 면에서는 이색적이고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최종합격해서 취업에 성공했으니 저는 그 다섯 가지를 갖춘 인재라고 평가받은거잖아요. 앞으로 그 능력을 펼칠 일만 남은 것 같아요. 근데 저 이제 좀 자유로워도 되는 거겠죠?


요리가 뭐 길래
28세, 최밥왕

요리요? 뭐 라면 정도나 끓여봤죠. 군대시절 빼고는 집 밖에서 생활해 본적이 없으니 거의 엄마 손을 의지하며 살았죠. 왜 남자가 입맛 까다로우면 안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배고프면 그냥 맛있다 생각하며 먹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다들 칭찬했었어요. 복스럽게 잘 먹으니 결혼해서 부인한테 사랑받겠다고. 그런데 난데없이 면접에서 미각테스트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제가 식품회사에 지원했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겠죠. 휴우~ 시험은 시료의 맛을 보고, 맛에 인식되는 특성을 보기에서 고르는 거였어요. 컵 안에 든 내용물의 냄새를 맡아서 사과 향, 초콜릿 향 등 어떤향인지 쓰기, 컵마다 다른 시료가 주어져서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구별하기, 주어진 4가지 시료 중 다른 맛 하나 찾아내기 이렇게 3가지였어요. 그 외에도 디자인 역량 평가라고 5문제를 3분간 풀기, 단체면접이 기다리고 있었죠.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지원자들의 미각과 후각을 평가한 후 뽑겠다는 거 백배 이해하고 공감하죠. 하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속이 좀 쓰리네요. 이제 집에서 미각공부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네? 미각테스트 말고 다른 것 때문에 떨어진 거 아니냐고요? 정확히 어떤 부분이 실패의 요인일까요?


리얼야생서바이벌
27세, 이상근(남)

1박 2일 동안 정말 피가 마르는 줄 알았어요. 필기시험에서 뽑혀서 잠깐 행복했는데 이렇게 합격한 700명의 사람이 합숙면접을 통해서 300명으로 추려지고, 임원면접을 거쳐서 최종 200명을 뽑더라고요. 이 합숙면접은 특허까지 받았다고 하대요. 아침에 집합해서 그 회사 연수원으로 갔어요. 첫날은 퀴즈 프로그램 아이스 브레이크, 체육 활동으로 서바이벌, 팀 프로젝트 등이 이루어졌어요. 단체생활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는 면접이었죠. 저녁에는 다함께 맥주 한 잔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근데 맥주를 먹는지 보리차를 먹는지 긴장이 돼서 맛도 모르겠더라고요. 잠자는 것도 자는 게 아니죠, 뭐. 다음날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긴장감에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 다음날은 개인 프레젠테이션이랑 토론면접이 있었어요.
이때는 개인별 채점을 하는 거였는데, 정말 지원자들 실력이 얼마나 쟁쟁한지 좀 위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제가 어떤 부분을 더 보충해야 하는지를 느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1학년 때부터 금융계 회사만 목표로 두고 준비했었거든요. 경쟁률은 치열하지만 저 같은 인재를 꼭 알아봐줄 거라고 믿어요.

면접은 구직자와 면접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은 ‘이해’와 ‘공감’일 터. 형식은 달라도 한결 같은 의도는 더불어 일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것일 게다. 짧은 시간 자신을 ‘보이기’ 위해 수많은 시간 공들인 당신이 마지막으로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자신감이 아닐까. 당신의 진심어린 열정이 바로 그곳에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 말이다. 당신을 채용하면 그 회사에 도움 되는 일들을 요약하고,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면접을 마쳐라. 보이는 당신보다 보이지 않는 당신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도 자유를 잠시 미뤄둔 채 고군분투하는 당신의 젊음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