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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정보의 보고, QR코드를 스캔하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말 한 마디, 글 한 줄, 사진 한 장으로는 나를 다 설명할 수 없는데…. 오해 받지 않고, 더 사랑받기 위해서 소통의 방법을 고민한다. 생애 동안 잇따르는 수 많은 만남에서 나를 정말 다 이해한 사람이 있을까, 내가 정말 이해한 사람은 있을까 하는 속절없는 생각이 들 때면 쓱 하고 내 마음이 스캔되는 도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긴다. 단, 내가 사전에 동의한 사람에 한해서만. 그런데 요즘 대세인 QR코드Quick Response Code가 그 비슷한 일을 한단다. 마음 대신 상품의 마음을 읽어준다고나 할까. 글 정미희

QR코드? 넌 누구니?
어느 날부턴가 우리 생활 곳곳에 나타난 흑백 격자무늬 패턴의 QR코드. 일반 핸드폰 사용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지만, 스마트폰 이용자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긴요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신문, 잡지, 책, 포스터, 광고 전단지, 음료수 병, 현수막 등에 새겨진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스캔하면, 인쇄된 광고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장을 한 보따리 보고 계산할 때 찍는, 제품에 새겨진 바코드bar code의 2차원 표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원래 바코드란 것이 인식 속도와 정확성, 쉬운 조작성 등의 특징때문에 널리 사용해 왔는데, 거기에 부족한 것들이 있었다. 이를 보완해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문자의 종류를 표현할 수 있도록, 더 작은 공간에 인쇄할 수 있도록 탄생한 것이 바로 QR코드다. 기존의 바코드에 담을 수 있는 정보 양이 20자 정도였던 것에 반해 QR코드는 한글이나 한자 기준으로 약 1800자를, 숫자로는 약 7080자를 입력할 수 있다니, 쌀알에 글자를 새겨 넣는 격이다.

나의 인맥형성 파트너
자기 PR시대, 발 빠른 사람들은 자신만의 QR코드를 만들어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명함, 이력서 등에 QR코드를 넣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내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자동 연결 된다. 굳이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휴대폰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인해 인맥 형성에 취약했던 사람들은 QR코드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바로 메일을 쓰거나 전화 연결이 가능하니 만남 뒤 빠른 피드백을 사수하는 데 적극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다음에 만났을 때 구차한 변명을 하며, 민망함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얼마 전에는 내 정보를 입력하면 그 정보를 조합해 QR코드를 만들어 도장을 새겨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원하는 곳 어디든 나의 QR코드를 쿵쿵 남길 수 있으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이렇게 개인이 뛸 때, 하늘을 나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 QR코드를 통해 기발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
원래 QR코드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QR코드를 상용했다. 그만큼 다양한 활용을 하고 있는데, 특이할 만한 것은 묘비에 새긴 QR코드다. 망자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묘지를 방문했을 때, 묘비에 새겨진 QR코드를 스캔하면 생전에 망자를 기록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QR코드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삶을 만나게 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건물에도 QR코드를 새긴다. 건물의 기둥이나 문패에 QR코드를 새겨 넣으면, 그 건물이 옛날에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외국에서는 집 매물 광고에 전화번호 대신 QR코드를 새겨 넣어 부동산 연락처, 집의 사진과 자세한 정보, 가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관광지에 활용해, 외국어 서비스까지 가능하도록 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내년부터 식물 이름, 특징, 물주기 등과 같은 정보를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200여종의 식물에 정보를 등록해놓았다고 하니, 꽃집에서 물어보고 금세 잊어버렸던 정보들을 헛갈릴 때마다 상기하면 아름다운 식물을 아프게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내 손에만 오면 식물이 죽어간다고 슬퍼하던 자들이여, 이제 죄책감에서 벗어날 지어다.
QR코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강력한 오류정정 기능을 이용하여 일부분이 손실되어도 읽힌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기업들은 QR코드를 디자인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밋밋한 흑백 격자무늬가 아니라 원하는 색깔과 이미지를 조합해 QR코드 하나에도 기업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여러모로 신통방통한 디지털 도구다.

이 무궁무진한 QR코드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활짝 열려 있다. 더 획기적인 것은 한 전자결제서비스 회사에서는 TV 홈쇼핑 화면, 전단지, 잡지 등에 광고를 부착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광고하는 것까지만 가능했다면, 이제 광고를 접한 사람이 바로 구매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광고의 역할이 더 커진 된 셈이다. 부디 기업들은 제대로 광고하고, 소비자들은 지름신 경계령을 선포하길. <오늘>도 이번호부터 표지에 QR코드를 넣는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오늘>을 즐길 수 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