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음악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가수도 아니고 설교자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니고, 목회자도 아니고 평신도도 아닌, 뭐랄까 ‘중간자中間子’라는 이름을 가끔 떠올려 본다. 그런 면에서 ‘순례자의 노래’라는 오래된 명곡은 큰 힘이 된다. ‘오늘은 이 곳 내일은 저 곳 주 복음 전하리’라는 마지막 가사는 파라처치(Para-Church, 지역교회Local Church보다 넓은 의미의 선교 단체)와 같은 곳을 확장된 교회 형태사역자의 현실과 애환을 토로한다. 이 연재를 시작하며 CCM을 도구로 하여 하나님을, 교회를, 세상을, 그 분의 사람들을 섬겨온 이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싶었다. 

CCM을 기억하며
‘한국 CCM의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길과 길이 만나고, 갈리고, 얽히고, 막다른 길에 부딪히고, 또 다른 길을 내고… 이런 길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소설가 김훈의 글이 마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길은 늘 앞으로 뻗어 있어서 지나온 길들은 쉽게 잊혔지만, 돌아올 때는 지나온 길이 앞으로 뻗었고, 갈 때 앞으로 뻗어 있던 길이 다시 잊혔다. 길은 늘 그 위를 걸음으로 디뎌서 가는 사람의 것이었고 가는 동안만의 것이어서 가고 나면 길의 기억은 가물거려서 돌이켜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가물거리며 잊히기 쉬운 길의 기억들, 그 길을 오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나의 길을 가늠하고도 싶었다. 새삼 깨닫게 된 것은 그 분은 길이셨고,나와 당신은 길 되신 그 분을 걷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몇 가지 전제와 한계를 고백하고자 한다. 길의 출발점은 필자가 중학생이 되던 해인 1987년으로 한다. 더 이전의 역사와 인물을 언급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 닿아있는 이들과 사건에 한정하는 것으로 애초에 이 글의 방향을 잡으려 한다. 이전 세대의 훌륭한 선배님들께는 너무도 죄송하지만, 내가 직접 듣고 부르고 음반을 사고 공연장에 달려갔던 분들의 기억과 기록들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1987년

1987년은 객관적으로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최덕신이 이끄는 주찬양 선교단이 1986년에 첫 음반을 발표하고, 1987년부터 본격적인 전임사역을 시작했고, 하스데반이 이끄는 두란노 경배와 찬양이 목요찬양예배를 시작한 것도 그 해 2월부터였다. 최용덕이 이끄는 대구의 찬미선교단(현재는 필자가 리더로 있으며 ‘찬미워십’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수많은 찬양 선교단이 창단되고, 찬양모임이 생겨나던 해이기도 하다. 또한 본격적으로 다룰 인물에 대한 정보도 외부 자료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찾아볼 수 있는 외부 자료란 것 자체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내가 수집하고 소장하여 내 서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음반과 자료와 각종 팜플렛을 하나 하나 꺼내보고 들춰보며 묵은 기억들을 끄집어 내볼까 한다.
해서, 아마도 이 글은 역사에 대한 객관적 기술이라기보다 나 개인의 편협한 음악적 취향이나 호불호가 크게 작용할 수 있으며, 특정 인물들에 대한 동경이나 팬 쉽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많음 또한 염두에 두시기를 양해 바란다. 실제로 한국 교회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10인이라던가, 작곡자 10인 같은 리스트를 만든 적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음악사역에 관한 아카이브를 구성해 둔 적도 없다. 철저히 주관적인 감상과 견해가 주를 이룰지언정 가능한 한 균형감의 유지와 객관적 검증도 아주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 특별히 중심에 두고 다룰 이들은 가수보다는 창작자들이다. 그래서 ‘CCMAKER’ 라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 보았다.
이는 작곡가나 프로듀서 그룹이 노래만 하는 가수보다 음악적 우위에 있다는 식의 기울어진 시각의 접근이 아니라, 평소 많이 주목 받았던 무대 위 가수보다 그들을 그 곳에 서 있게 한 창작자들을 우선적으로 떠올려본다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개인적인 의무감 같은 게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소위 몇 해 전에 있었던 한국 CCM 1세대‘ 빅3 콘서트’의 주인공은 박종호, 송정미, 소리엘 이었다. 물론 이들의 역량과 위치와 공헌도는 지대하다. 그러나 내가 다루고픈 CCMAKER 1세대들은“ 3최 1고”다.

최덕신, 최인혁, 최용덕, 고형원

이들은 현재 CCM의 모든 분야의 대표적 선구자다. 대중음악계에서 이미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지니고 있는 하덕규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최덕신은 Inspiration 계열의 복음적, 신앙적 고백의 클래시컬하면서도 세련된 노래들로 한국 CCM의 개척자라 불린다. 최인혁은 Pop 계열의 진보적 음악들과 은유적인 가사로, 교회 안에만 머무르던 상황을 넘어 노래들을 들고 세상을 향했다. 최용덕은 Gospel Song의 영성과 스타일을 계승하여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들을 공명케 했다. 고형원은 Worship과 회중찬양 분야에서, 특히 번역곡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한국적 예배음악의 기틀을 놓았다.

다음 호부터는 한 명씩 이들의 음악과 사역의 여정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짚어보고자 한다. 3최 1고를 정리하는 대로 1세대의 이유정, 백승남, 정종원 등과 좀 쑥스럽지만 필자 본인을 포함하여 2세대의 강명식, 한웅재, 김도현, 천관웅, 전영훈 등의 CCMAKER들을 다루어 보겠다.

다시 김훈의 글로 첫 글을 맺는다.

‘길에는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이 있었고
주인은 없었다.’

우리는 그저 걷는 이일 뿐,
길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

민호기│CCM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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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정현 2012.03.15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세대에 노기돈이 빠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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