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에 가까운 겨울캠프 사역을 마무리하고, 유럽 코스타 사역을 위해 짐을 꾸리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캐리어에 슬쩍 챙겨 넣는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내 자신이 미워졌다. 수많은 캠프를 바삐 다니고 있는데 정작 동료 CCM 사역자들을 만나보기가 어렵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 자신.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CCM 사역자들의 설 자리가 이리도 사라져 버린 즈음. 어떻게 하면 그 많던 CCM 사역자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이 글의 목적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데 있지 않다. CCM이 생기기 시작한 후 빛을 내던 시절을 되짚어 봄으로써 오히려 그때보다 더 어려워진 현재 CCM의 지속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코자함이다.

최덕신은 기준이다
감히 단언컨대 한국의 CCM은 최덕신을 전후로 나뉜다. 이를테면 ‘최덕신 이전’ 과 ‘포스트 최덕신’ 으로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서태지라는 천재의 등장과 그로 인한 변화가 있었다면, 한국 교회음악에는 최덕신이라는 천재와 그로 인한 변혁이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팝이나 가요에 심취해있던 사춘기의 내게 학교에서 듣고 부르는 노래와 교회에서 ‘참고’ 부르는 노래의 격차는 매우 컸다. 그런데 최덕신의 노래는 단숨에 그 경계를 뛰어 넘고, 그 벽을 허물어 버렸다. 당시의 한국 교회 음악은 전통적인 찬송가에만 갇혀 있거나 외국 번역곡 위주의 복음성가, 이지리스닝 계열의 단순한 형식의 포크송에 머물러 있었다. 최덕신은 한국 교회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파퓰러하면서도 동시에 클래시컬한 스타일은 아이러니하게도 파격적이지만 익숙했다.
젊은 세대의 열광뿐 아니라 장년층에도 큰 거부감이나 무리 없이 널리 사랑을 받았다. ‘세련된 파격’ 이랄까, 그의 노래에는 말 그대로 무언가 있었다. 그 ‘무언가’ 를 분석하기 위해 CCMAKER들을 평가할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코자 한다.
1. 작사, 2. 작곡, 3. 편곡, 4. 프로듀싱(음반구성), 5. 퍼포먼스 이다. 어떤 이는 작사, 작곡은 잘하는데 편곡 능력은 부족하다. 어떤 이는 음악 자체는 잘 만드는데 가창이나 퍼포먼스를 소화하지는 못한다. 놀랍게도 이 다섯 가지를 모두 해내는 이는 거의 최덕신이 유일하다. 그는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슈퍼음악사역자인 데다가 준수한 외모와 좋은 학벌까지 갖췄으니, 그의 노래 가사 ‘공평하신 하나님’ 을 무색케 한다.
 
1. 작사
주찬양 선교단의 첫 음반은 뇌성마비 시인 송명희의 시에 최덕신이 곡을 붙였다. 이후 6집을 다시 한 번 이런 형식으로 만든다. ‘그 이름’, ‘나’, ‘우리의 어두운 눈이’ 같은 명곡들은 송명희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그녀의 가사는 최덕신의 음악 이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주찬양 5집, 8집, 9집, 11집 등 그가 직접 가사를 쓴 노래들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치밀하고, 철저히 개인적인 고백을 일반화하는 능력에서 탁월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니고데모와 수가성 여인을 자신을 비롯한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 투영한 ‘주를 만났네’ 의 섬세함이나, ‘천지창조’ 의 첫 부분을 창세기 1장 1절이 아니라 요한복음 1장 1절 ‘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로 시작해 창세기로 되돌아갔다가 시편의 선포로 마무리하는 가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천지창조의 주인에 두고 역사를 해석하는 신학적 깊이마저 보여준다. 지면 관계상 가사를 다 수록하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음 곡을 꼭 찾아서 들어보시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주를 만났네 (주찬양 5집)

내가 모든 것 다 쥐고 있을 때에 나의 마음속엔 진정 만족 없었네
눈에 보이는 것은 부족함이 없지만 나의 마음은 항상 공허했네
성경 속에서 나를 보았네 언제나 목말라 우물가에 있는 나
나와 같은 지친 모습으로 주님은 나를 찾아 오셨네
주를 만났네 주를 만났네 주를 만났네 나의 주님
나는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알고 주를 믿는다 생각해 왔었네
많은 가르침 지켜봤지만 나의 마음은 항상 답답했네
성경속에서 나를 보았네 캄캄한 밤에 주를 찾아간 나
육에서 영으로 거듭나야 함을 주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네
주를 만났네 주를 만났네 주를 만났네 나의 주님

2. 작곡
이 부분은 구태여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많은 이들이 최덕신을 서울대 작곡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성악과 출신으로 조수미, 박종호와 같은 과 동기다. 그러나 노래 연습보다 피아노에 더 많이 앉아 있어 작곡과 학생들마저도 자기네과인줄 알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단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탄탄한 기초 위에, 어린 시절 외국 생활을 통해 접한 다양한 팝 음악들을 내재화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다음 호에서 3. 편곡, 4. 프로듀싱(음반구성), 5. 퍼포먼스 를 이어 분석하고, 최덕신의 최고 명곡 10곡을 꼽아볼까 한다.
 
P.S 최덕신의 과거 개인적 실수 때문에 그의 모든 작품과 현재의 사역 활동에 부정적인 분들도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 분들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연재의 전체 주제 상, 이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일단은 논외로 한다. 고백컨대, 나 역시 늘 죄악된 속사람에서 자유롭지 못함에 하나님의 긍휼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할 뿐이다.

민호기|CCM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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