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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11-12 우리, 너를 응원해

우리, 너를 응원해 3│무대 위를 수놓는 네 이야기를 응원해! - 극단C바이러스






“저흰 돈 벌긴 글렀고요. 하나님이 딱 밥 한 그릇 지을 수 있는 것만 해주실 것 같아요. 우리도 슬프죠. 돈 잘 벌고 잘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미 코 꿰인 거죠. 그냥 따뜻한 밥 한 그릇 지어서 주변의 사람과 나누어 먹는 것. 저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2009년 3월에 창단한, 극단 C바이러스의 대표 이문원 교수(한동대)를 극단 연습실에서 만나보았다. 윤지혜 · 사진 김준영


PASSION, 열정 혹은 그리스도의 수난
서서히 사람들 사이에서 공연문화가 형성되고 있다지만, 대부분 연극인은 여전히 배를 곯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몸집의 괴물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기사처럼, 그들은 일상의 현실과 맞붙는다. 그럼에도 무대 위의 삶을 지속하는 그 열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굳이 거창한 비전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실제 삶의 모형인 무대 위에서 관객과 주고받는 위로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그리스도의 문화를 이 땅에 퍼뜨리는 꿈을 꿔왔어요. 청년 시절부터 꾸준히 시도한 것이기도 하고요. 사실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 예레미야가 그랬다죠. 이 안에 타오르는 불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 외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고. 복음은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방식으로든 전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전공인 공연과 연극을 통해 하고 있는 것뿐이고요.”
‘PASSION’. 열정 혹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극단 C바이러스의 동력이다. 이천 년 전, 그리스도가 짊어진 십자가는 인간의 삶이 직면하고 있던 고통의 집합체였다. 소망과 꿈이 부재하고 고독과 절망의 눈물로 가득 차있던 삶의 모형. 그리스도는 이 위에 매달려 인간을 구원했다. 구원은, 삶 전체를 향한 근본적인 위로다. C바이러스는 이 마음을 주고받기 위해 연극인으로서 무대 위에 서길 갈망한다.

COM-passion, 함께하다
“C는 Compassion의 약자죠. 말 그대로 ‘자애, 긍휼히 여김’이란 뜻이 있는 단어에요. 열정이라고도 하지만 그리스도의 수난을 뜻하기도 하는 PASSION, 그리고 함께한다는 의미의 COM. 자애로움이나 긍휼히 여김은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예수님이 그랬듯이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과 삶을 함께하며 나눌 때 할 수 있어요.”
C바이러스는 교회에 소속된 단체가 아니어서 성극만 공연하진 않는다. 처절한 모녀 관계를 보여주는 <뷰티퀸>, 세상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용서를 말하는 <아미시 프로젝트>,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이 담긴 <일리아드>. 지금까지 공연했던 이 세 작품의 방향성은 판이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고통의 지점에 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려 했다는 것. 바로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체휼(體恤)이다. 극단 C바이러스가 추구하는 점이기도 하다.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하셨죠. 저는 크리스천이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예술 분야와 같은 창의적인 일을 하려는 크리스천은 더더욱. 가끔 어린 바리새인들이 있거든요. 인간을 360도에서 봐야 하는데 하나의 시선에서만 봐요. 심지어 판단까지 내리죠. 예술적인 덕목이나 소양을 갖추기에 앞서 우리의 인격이 COMPASSION을 체휼해야 해요. 그래야 남들이 볼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을 볼 수 있죠. 온전한 사랑만 자유함을 불러옵니다.”


Compassion VIRUS, 사랑 혹은 그리스도 바이러스
바이러스. 사도행전에서 바울이 사람들에게 들었던 비난이다. 극단 C바이러스는 공연을 통해 ‘COMPASSION’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려 한다. 바이러스가 몸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이들이 살아내는 무대 위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치유의 바이러스가 관객의 삶을 회복하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청년의 수가 급감하는 이유는 문화에서 교회가 고립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복음에 자신감을 품고 세상의 문화속으로 나아가야죠. 그렇게 자신이 없는 거면 도대체 왜 믿는 겁니까. 복음을 지닌 자로서 담대해야 해요. 문화는 공기입니다. 누군 마시고 누군 안 마실 수 없다는 말이죠. 문화 일선에 있는 기독교인이 뒷걸음치거나 반대로 크리스천이 아닌 것처럼, 마치 마약 조직의 일원처럼 행동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복음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문화를 주도하던 교회는 이제 추억거리일 뿐이다. 세상에서 힘을 잃은 교회는 도리어 문화에 침범당할까, 얼마 안 되는 권위까지 잃을까 벌벌 떨고 있다. 더는 바울이 듣던 바이러스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흘러나오는 세상을 향한 위로와 사랑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교회는 멸망할 당시의 예루살렘 성처럼 문을 굳게 닫은 채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낡은 훈장만 내세우고 있는지 모른다. 정작 메시아,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로 찾아왔는데 알지도 깨닫지도 못했던 유대인들과 다를 바 없는지도….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감염되고 빠른 속도로 전염된다. 그러한 강력한 특성때문에 한 번 침투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전체에 변화를 일으킨다. 극단 C바이러스는 오늘도, 문화라는 공기에 사랑 혹은 그리스도라는 바이러스를 풀어놓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이 오르는 무대 위의 삶이 관객의 삶과 닿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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