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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11-12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4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쿠키 - 우리밀쿠키 ‘위캔’ 조진원 수녀

에디터 노영신





“저희 집에는 늘 맛있는 쿠키가 있어 손님이 오실 때 참 좋아요.”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을 ‘집’이라 표현하는 ‘위캔센터’의 조진원 수녀. 착한 소비를 취재하러 오신 손님이니 공정무역 커피와 함께 쿠키를 내왔다는 그 센스에 막 감동할 즈음, 호두쿠키 하나를 베어 먹다가 깜짝 놀랐다. 많이 달지도, 느끼하지도, 퍽퍽하지도 않는, 적당히 부드러워 원재료의 맛과 향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쿠키, 먹어본 것 중 단연 최고였다. “저는 우리 쿠키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쿠키라고, 그것만큼은 자신할 수 있어요.” 조진원 수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장애인이 굽는 행복한 쿠키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고양시 벽제동 어느 한가로운 산 중턱에 자리한 ‘위캔센터’,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만큼 자라온 기업이다. 지난 2001년 만들어진 위캔센터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서 설립한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그 모태가 되었다. 4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쿠키를 만들며, 스스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게 한다. 단순히 장애인을 후원하고 돕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게다가 ‘멜라민 파동’이다 뭐다 하며 과자에 대한 안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때에 순 우리 밀과 유정란, 유기농 재료 등으로 최고급 맛과 영양을 갖춘 쿠키를 생산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수녀가 기업을 경영하려니 참 막막했어요. 먼저 제가 제과학원을 다니며 빵과 쿠키에 대해 배웠죠. 쿠키가 뭔지도 모르면서 할 수는 없잖아요.” 덕분에 조진원 수녀는 쿠키제조 전 과정을 훤히 들여다 볼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 필요한 좋은 설비를 보는 안목도 남달라졌다. 특별히 ‘케익하우스 Wien(윈)’이 그 전문성과 재능을 기부하여 쿠키제조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고 하니, 착한 기업은 착한 기업을 알아보나 보다.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편견 때문에 꺼리는 이들이 있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쿠키를 먹어보거나, 직접 방문하여 제조과정을 지켜 본 사람들은 모두 위캔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격려해주었다. “매출을 올리고 경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이 일이 행복한 이유는, 하루 노동을 하고 돌아가는 장애인 친구들이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기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에요. 그들에게 있어 가장 가혹한 벌은 쿠키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조진원 수녀는 이들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쿠키를 만든다. 



사람을 살리는 치료공동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 하는 요즘,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사람과 지역과 환경을 살리는 이른바, ‘사회적 기업’은 착한 소비에게 참으로 반가운 파트너이자 대상이 된다. 고양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위캔은 이후, 2007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공식 인증을 받아 여러 가지 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사회적 기업은 윤리적인 투명성은 기본이고, 사람을 살린다는 가치를 담아내고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위캔은 장애인들로 하여금 쿠키를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치료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감당하고 있다. “우리 장애인 친구들이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파요.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단절된 채 미리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쉬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거죠. 그치만 저는 이 친구들이 잠재력을 계발하고 훈련 받으면 분명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믿음을 위캔에서 똑똑히 확인하고 있죠.” 이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 그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거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인간이기에 본질적으로 선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이 치료공동체 위캔의 정신적 기반이 된다.

미국 DAYTOP 치료공동체의 구조화된 틀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무엇이든 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변화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애인 한 친구가 “모닝미팅에서 친구에게 칭찬을 들었고, 참만남집단에서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친구와 터놓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위캔은 쿠키를 굽는 시간을 쪼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애인 친구들은 이런 시간을 쿠키 만드는 것 이상으로 좋아하고 행복해해요.” 조진원 수녀는 이를 위해 일 년에 스텝 한 명씩 두 달간의 미국 DAYTOP 치료공동체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치료공동체로서의 프로그램은 위캔 전체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같은 정신으로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그런 것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면 안 되죠!”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들이 모여 복음의 정신으로 함께 가족이 되어 가는 곳, 위캔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깨달음이 온다.



가장 맛있는 쿠키를 만드는 위캔의 고집

“달걀 파동이 일어나 공급이 끊겼을 때도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몇 배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유정란을 구해 쿠키를 만들었죠.” 적자이면서도, 우리 땅에서 나는 100% 우리 밀과 유기농 설탕, 유정란, 최고급 국내산 원재료만을 사용하고 쇼트닝, 마가린, 색소, 화학첨가물, 방부제는 일체 쓰지 않는단다. 위캔의 이러한 고집이야말로 최고급 쿠키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아닐까.

그뿐 만이 아니다. 함께 작업복을 착용하고 에어워시를 통해 외부 먼지를 털어낸 후 작업장에 들어가 쿠키를 제조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쿠키 반죽, 성형, 포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위생과 안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 만들어진 쿠키를 육안으로 하나하나 검사하는 이들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고, 포장 직전까지 금속탐지기를 통해 0.1%의 불량률도 허락하지 않는 품질검사까지, 그 과정은 매우 치밀했다. 가장 감동스러운 것은 바로 하나같이 행복에 겨워하는 장애인들의 일하는 모습. 쿠키는 여기서 완성된다.

위캔 쿠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쵸코칩쿠키, 땅콩쿠키, 검은깨쿠키, 호두쿠키, 로즈마리허브쿠키, 커피쿠키(공정무역 커피로 만든), 유자쿠키 등 취향 따라 맛과 모양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또한 아름다운가게와 협력하여 공정무역 커피(히말라야의 선물&안데스의 선물)를 쿠키와 함께 세트로 판매하고 있어 착한 소비의 선물로서 제격이다.


“쿠키 만드는 것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판매는 원래 우리 몫이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죠.” 조진원 수녀의 한 마디는 우리가, 그리고 교회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우친다. 위캔과 같은 기업이 마음 놓고 ‘착한 기업’이 되도록 ‘착한 소비’를 이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 아닐까.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투자가치가 있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토양이 되기 위해 착한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운 때다. 위캔의 장애인, 그들이 만드는 것은 분명 쿠키만이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이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믿음이며, 동시에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시대 떠오르는 대안적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는 위캔의 철학이 존재하는 한, 위캔 쿠키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쿠키일 것이다.




위캔센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489-5 031)969-3533 www.wecan.or.kr

구입:위캔쇼핑몰(wecanshop.co.kr) 꽃피는 아침마을(cconme.com) 롯데백화점 친환경식품전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