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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11-12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2 | 영국 교회에서 부는 공정무역 바람

 

공정무역은 오늘날 지구촌이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자 사업이다.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생산자가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생산한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제값 주고 삼으로써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공동체가 지속되도록 돕는 일이다. 공정무역 운동은 세계적으로 6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2000년 들어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정무역 마크 인증 제품의 판매량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가의 가난한 생산자와 그 가족 700여만 명의 삶이 나아지고 있으며 지역 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가장 역동적인 공정무역 국가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정무역 시장이다. 테스코, 막스앤스팬서, 세인즈베리와 같은 슈퍼마켓에서 공정무역 마크가 붙은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영국 국민 70%가 공정무역 마크를 알고 있으며, 4명 가운데 1명이 정기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한다. 공정무역 마크 인증 제품의 판매액도 2006년 2억6천8백만 파운드에서 2007년 4억9천3백만 파운드로 72%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놀랄만한 성장의 배경에는 영국 정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영국공정무역 재단의 역할이 크다. 공정무역 재단은 1992년 카포드(CAFOD), 크리스찬 에이드(Christian Aid), 옥스팜(Oxfam), 트레이드크라프트(Traidcraft) 등의 기독교 계통의 단체가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다.

공정무역 재단에서는 해마다 3월 초 2주간을 공정무역 포트나이트로 정해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상시 공정무역 마을 인증 제도를 통해 공정무역 인식 증진과 시장 확대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 공정무역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지역 의회에서 공정무역 지원 의결, 둘째, 지역 내 상점, 식당에서 공정무역 제품 판매, 셋째, 공공기관, 학교, 교회 등에서 공정무역 제품 이용, 넷째, 캠페인과 홍보, 다섯째, 운영위원회 운영 등 5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공정무역 마을처럼 교회에서도 모임 때마다 공정무역 차와 커피를 마시며 설탕, 과자, 과일 등도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고 예배 시 공정무역의 의미를 전하고 공정무역 포트나이트와 같은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 공정무역 교회로 인정받는데 이런 교회가 4천 3백여 곳을 넘는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대주교가 있는 유서 깊은 캔터베리 성당도 공정무역 교회인데, 이 성당에서는 대주교와 성직자들이 성당 회랑에서 팬케이크 달리기 대회를 하거나 때로는 대중가수가 출연하여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공정무역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주교는 우리가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면 개발도상국의 배고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설교한다. 그리고 성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공정무역 생산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캔터베리 성당과 대주교의 역할은 다른 교회에서도 공정무역 교회가 되도록 영향을 미친다. 공정무역 재단에서는 교회에 예배나 성경공부, 반성의 시간 때 공정무역을 홍보할 자료를 제공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와 기도문을 담은 교회 소식지도 발간한다.


빈곤과 싸우는 공정무역 회사, 트레이드크라프트

트레이드크라프트는 1979년 무역으로 빈곤을 물리치겠다는 목적으로 기독교 재단에 의해 설립된 영국 공정무역 초기 개척자이고 지금도 공정무역 시장을 확대하는 선도적인 회사다. 트레이드크라프트는 재무 실적과 함께 인간과 사회,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중시하는 기업 활동이 평가받아 2006년 영국 공인회계사 연합 상과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지속가능발전기업상도 받았다. 트레이드크라프트는 가난에 대한 기독교적 대응으로 정책과 활동에서 기독교 원칙, 특히 예수에 의해 살아내고 또 가르쳐 졌던 사랑, 정의, 그리고 섬김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무역을 실행에 옮기고 장려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생산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역을 하도록 지원하고 무역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 3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서 100개 이상의 생산자 단체와 협력하며, 450여 종의 식품, 수공예품, 섬유제품을 공급한다. 또한 공정무역을 소개하는 시집, 기도서, 연수 자료, 예배 자료집도 판매하는데, 12만 명의 고객 대부분은 기독교인으로 거래액은 2천 만 파운드(약 420억 원)에 달한다.

트레이드크라프트는 기독교인들이 공정무역 제품 구매를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려는 기독교적 사명을 실천하도록 교회 내에서 공정무역 제품 판매를 위한 임시판매대 운영을 권장하고 지원한다.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성 피터스(St Peter’s) 감리교회의 홀에서는 Joy Sharman 할머니가 주일마다 가판대를 차리고 예배 보러온 신도들에게 공정무역의 의미를 알리고 제품 판매하는 일을 30년 동안 해오고 있다.


트레이드크라프트의 공정무역 제품은 영국 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한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의 교회, 교인들도 트레이드크라프트처럼 무역을 통해서 빈곤을 퇴치하려는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한다면, 한국에서도 공정무역이라는 따뜻한 바람이 불 것이다.


박창순|한국공정무역연합·공정무역가게 ‘울림’ 대표. 교육방송(EBS)에서 27년간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다가 2005년 퇴직, 공정무역에 관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 제작 계기로 공정무역 운동가로 나서 한국사회에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