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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동선예감

울림_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울림_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조 현|시작

눈길 두는 곳마다 온통 십자가가 들어선 2009년의 오늘이 있기까지, 주류 기독교에서는 ‘평양 대부흥 운동’의 정신을 종종 언급한다. 가난한 심령을 가진 이들에게 ‘성령의 바람’과 ‘부흥의 불길’이 하나님의 나라를 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제나 말씀을 전했던 것은 사람의 입이었고, 그들을 교회로 이끈 것은 사람의 손길이었을 터. 그 사람의 이야기에 늘 갈증을 느껴오던 터에 한겨레 기자 조현의 <울림>을 붙잡았다.
저자는 숨어있는 영성가들의 목소리와 삶의 결을 통해서 이 땅의 기독교가 지금 이렇게 뿌리박게 된 과정을 읽으려 한다. 세상의 악이란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사자후를 토하는수줍은 동화작가 권정생, 결국 십자가가 의미하는 바는 걸레처럼 봉사하는 삶이라는 채희동 목사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을 짠하게 한다. ‘예수를 믿는 삶’ 이상으로 ‘예수를 닮아가는 삶’이야말로 기독교인의 ‘오래된 미래’일 것이다. 그럼에도 제 몸의 복만을 기도하는 이들에 기대어 양적 성장과 적대의 신앙을 늘어놓는 우리의 현재를 생각할 때 <울림>이라는 제목은 신앙의 선배들이 남기고 간 ‘울림’인 동시에, 울고 있는 저자의 마음인 듯도 하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은 남는다. 첨단 물질문명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영성가들의 모습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에 대해 저자는 무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본주의화된 세계에서 이탈하라는 퇴각의 명령은 허무하기 그지없다. 일에 매여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꿀 수 없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도인처럼 살다 간 유영모의 삶은 밀착되기 힘들다. 후반부를 차지하는 영성가들의 금욕적 삶을 그린 방법에도 아쉬움이 크다. ‘영성’이 구체화되지 않은 채 모호한 그림에 그칠 때, 현대인들은 언제나 이중적인 모습으로 ‘선데이 크리스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세속의 6일 뒤에 회개하는 하루보다 중요한 것은, 삶 속에서 현실감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의 제시가 아닐까? 빈들의 소리에 감명 받으면서도 여전히 삐딱할 수밖에 없는 두 개의 ‘나’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이 앓는다. 고민도 울림이라 위안해본다.


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 KOICA와 함께한 730일
강제욱 외|포토넷

여행이 봉사를 만날 때,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를 그저 흘러가지 않고 지역 사람들과 삶을 공유할 때, 작은 베풂은 깊고 마르지 않는 우물을 남긴다. 남미와 동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중국대륙 등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으로서 목수와 선생으로 가르치고 여행하며2년을 보낸 네 청년들의 마음의 자취가 고스란히 읽힌다.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수다
GQ 에디터, FILM 2.0의 기자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허지웅의 첫 번째 에세이집. 생활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단평으로 엮어져있다. 고시원 총무 시절부터 한 푼 두 푼 모아 독립해 살고 있는 그의 일상은 대한민국의 88만원 세대가 부모의 도움 없이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한 인류학적 기록이자 절절한 삶의 기록이 될 것이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고미숙|그린비
탈주선을 그리면서 새로운 공동체와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터줏대감 고미숙이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써내어 공부의 정의를 흔들어댄 데 이어 이번엔 연애다. 현재의 고통이 불행이 되지 않도록 배워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연애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는 책.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풍요로운 연애와 삶의 회복을 그린다.

글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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