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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세상 속으로 들어가다|안양제일교회


1930년이라는 아득한 시절, 안양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라는 역사를 가진 안양제일교회는 이제 교회의 어르신들과 그 나이를 나란히 하며 올 5월, 창립 79주년을 맞는다. 5년 전, 비교적 젊은 담임목사를 맞아들이며, 복음의 열정과 감격이 생생해지는 동시에, 그에 따른 변화의 역동이 안정적으로 일어나며 성도 8천여 명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교회의 구석구석을 새롭게 물들이는 내적 건강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성령으로 뜨겁게, 문화로 유연하게
“교회는 생명적 유기체이며 동시에 사회적 조직체인데, 사회적 조직체의 경영 원리만으로 외형적 교회 성장을 이루는 건 일시적으로 가능하긴 해도, 그 자체가 독이죠.” 홍성욱 담임목사는 인격적 성령운동에 ‘문화’가 어우러져 교회의 외연적 확대와 내적 성숙이 함께한 성장을 이룬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은 교회가 문화의 옷을 입고 다가가야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시대입니
다. 교회 성장이 멈추었다고 판단되는 지금이 바로 문화로 소통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이때의 문화란 겉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닌,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고,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는 속성의 뿌리를 키우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오래 된 교회에서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이 ‘예배’일 텐데, 안양제일교회는 올해부터 주일 저녁예배를 ‘주일 테마예배’로 바꾸
어 동시에 4가지 형식으로, 각각 오후 2시에 드리고 있다. 전통예배, 찬양예배, 성경공부식예배, 영어예배 등 성도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테마를 찾아 예배드릴 수 있다. 현대인의 개인적 취향과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여지없이 드려지는 천편일률적인 예배는 고루했을지 모른다. 이를 고려한 교회의 배려로 만들어진 예배의 특성화는 개인의 문
화와 맞는 예배를 더욱 능
동적으로 드릴 수 있게 한다고.
교회 앞에 위치한 비전센터는 청소년문화센터로, 젊은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이 열매 맺은 곳이다. 2층의 북카페 ‘Ye Cafe’는 복잡한 안양 시내 한 복판의 포근한 문화공간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반서적과 기독교서적, 그리고 다양한 성경책과 QT책까지 구비되어 있어 성도들은 편리하게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서너 개의 세미나실은 주일에는 청년부 성경공
부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평일에는 각종 모임과 소그룹, 아늑한 수다가 이어지는 곳으로 사용된다. 한 쪽 모퉁이에는 청년들이 직접 만든 ‘공정무역 게시판’이 착한 소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리고 있다. 청년부는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착한 초콜릿’을 ‘Ye Cafe’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도록 상시판매하기로 했다. 착한 초콜릿을 사고 싶어도 어떻게 구매하는지 몰랐던 교인들에게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 하나는 이렇게 친절하다. 북카페를 돌아 나오면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과 ‘독서실’이 마련되어 있다. 교회의 성도들 중 자원봉사로 섬기는 교사들과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 20여 명이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삶과 공부를 나누고 있다고.

청년들이 살아있는 교회
꿈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교회를 많이 빠져 나가고 있는 요즘, 안양제일교회는 몇 년 전에 비해 이례적으로 청년부가 750여 명에 이르며 약 4배가량 성장했다. 교인의 출석 통계가 교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숫자는 아니지만, 점점 노령화 되어가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돌아보았을 때, 안양제일교회의 청년부의 증가는 주목할 만한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만약 교회가 청년부를 말 그대로 부려먹는(?) 일꾼으로 인식하거나, ‘요즘 것들은 말야.’ 하며 따가운 눈총으로 바라본다면 이들은 점점 따뜻하게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게다가 ‘88만원세대’라는 슬프고도 우울한 우리 사회 자화상은 그들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 현실 속에, 안양제일교회는 다음세대를 생각하며 청년부를 향한 애정으로 꾸준히 지원해왔다. 얼마 전 있었던 청년부 행사 ‘LOVE 바이러스’는 교회에 함께 다니고픈 친구들을 초청하는 잔치였다. 근처 영화관 하나를 빌려 함께 조조 영화를 보고, 스크린을 통해 초대한 친구들을 향해 감동적인 영상편지 등을 보여주며 마음을 나눴다. 자신을 진실로 아끼는 친구의 ‘LOVE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여기저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고.

제공:안양제일교회 ① 경로대학 안과 진료 ② 청년부 안양역 집회 ③ 청년부 필리핀 단기 선교 ④ 경로대학 에어로빅반


점심식사는 영화관 내 푸드 코트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거나 고르게 했고, 이후 오후 청년부 예배로까지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했다. 예배 때에는 춤과 드라마 등의 문화적 공연, 그리고 담임 목사님의 간단하고도 세련된 말씀이 이어졌다. 젊은이들에 맞게, 그들의 언어와 문화로 다가가는 잔치는 ‘직선적 전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규모와 방법으로 젊은이들을 능동적으로 품고 키워 가고 있기에 청년부는 단순한 숫자의 크기가 아닌, ‘성숙’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청년부뿐만 아니라, 온 교회의 고민거리인 중고등부 또한 마찬가지로 날로 부흥하고 있어, 신입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구상하느라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어르신이 행복한 교회
그러나 문화적 욕구는 비단 청년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양제일교회는 일찍 깨달았다. 온갖 미디어와 영상물속에 노출되어 있는 젊은이들보다도, 그럴 기회조차 없는 노인들이 오히려 더욱 문화에 굶주려 있다. 1993년부터 열린 ‘경로대학’은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철저히 교회와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섬기기 위해 마련되었다. 현재 600여 명이 모이고 있으며, 성도들과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충청도 등 지방에서 올라오기까지도 한다고. 대부분 친구의 권유나 입소문으로 입학하고, 이미 졸업한 분들도 몇 번이고 또 신청하여 줄을 잇는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 사회에 노인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장의 부재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사회적 모자람의 영역에 교회가 헌신하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목도함이 즐겁기도 하다. 3월에 입학하여 12월에 졸업하기까지 일 년 과정으로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경로대학은 소풍, 경로잔치, 운동회, 특강, 수학여행, 달란트 잔치, 바자회, 영화감상 등의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활기 있고 건강하게 한다. 교사40여 명은 교회에서 모두 자원한 이들로, 마음을 들여 어르신들의 충실한 선생님이 된다. 점심 식사 후 이어지는 특별활동에서는 에어로빅, 인터넷, 게이트볼, 탁구, 요가, 포크댄스, 한글.산수, 풍선아트, 십자수, 수지침, 사물놀이, 가요율동 등 원하는 것을 배우고, 졸업하기 직전 학예발표회로 그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고. 경로대학 학생들 중 교회 성도는 3~40퍼센트에 불과하다. 안양제일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마음껏 교회의 문턱을 오갈 수 있는 친숙함과 편안함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경로대학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시간은 더욱 빨라져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는 이미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사회의 격동과 함께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이제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성도의 상당수가 노인인 교회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젊은이에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그들의 언어로 다가가는 안양제일교회는 세상을 향한 사랑의 온도를 오늘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안양제일교회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622-158
031-449-1195
www.anyangjeil.org



인ㆍ터ㆍ뷰 안양제일교회 홍성욱 목사

교회만이 희망이다

“어서 오세요!” 굵으면서도 도드라지는 목소리가 호탕하게 울린다. 있는 그대로 사람을 대한다는 느낌 때문일까. 대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솔직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최근 인도를 다녀왔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지역의 큰 교회 목사님들의 연합모임에 초청받아 다녀왔어요. 모슬렘이 매년 팽창되는 세계 종교 현실속에서 기독교 선교와 영성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는데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대형 교회는 대형 교회대로 할 몫과 역할이 분명히 있기에, 특별히 서구 유럽권이 아닌 2, 3세계권의 교회들을 연합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그랬다고. 안양이라는 지역과 한국이라는 나라를 넘어, 세계 교회의 연합을 염두에 두고, 그 이상을 바라본다. 이는 그가 교회 안의 성도들을 넘어, 교회 밖의 불신자와 그 경계에 있는 자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는 교회가 기존 신자들을 위한 것도 필요하지만, 구도자들이나 불신자들에게 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설교를 할 때 기존에 교인들이 들었던 것, 이미 알고 있는 것, 그러나 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은 8주에 1번 정도 늘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교회에 처음 나왔거나 이제 막 교회를 드나들기 시작한 잠재적 그리스도인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현대인들은 신앙에 회의를 갖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오스 기니스의 <회의하는 용기>라는 책을 보면, 이런‘ 회의’가 건강한 신앙형성에 줄 수 있는 유익이 분명히 있어요. 부끄러운 일이 아니죠. 하나님에 대한 나의 이해가 올바른가를 돌아보는 일이니까요. 이러한 성도들을 인식하고 선포하는 설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덮어놓고 믿으라는 시대는 지났다. 의심하는 것을 믿음없는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맹목적인 믿음은 오히려 신앙을 왜곡시킬 뿐이다. 이러한 때, 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변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화하고자 나서는 그의 태도는‘ 선교적 교회’라는 교회관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의 저서 <교회만이 희망이다>에서 이미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교회의 성도 비율은 이미 헌신된 30%, 적당히 참여하는 40%, 일정거리를 두고 교회에 나오는 30%로 볼 수 있는데, 교회에서 실시되는 대부분의 목회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헌신된 30% 그룹이 주로 참여하게 된다. 특별새벽기도회, 대심방, 고난주간 금식기도회, 부흥회 등 구도자나 불신자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제가 꿈꾸는‘ 선교적 교회’는 이 구도를 바꾸자는 겁니다. 우리들끼리 밥 먹고, 은혜 받고, 우리끼리 잔치하는 자리를 이제는 벗어나야죠. 여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회 자체가 세상 속으로,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선교적 교회’는 곧 지상 첫 교회인 초대교회의 모습이다. 일방적인 전도와 공격적인 선교를 내내 펼치더니, 막상 교회를 오면‘ 그들만의 리그’를 벌여 끼어들 곳을 쉽사리 찾지 못하게 하는 우리 교회의 안타까운 모순이 반성되는 지점이다. “비전이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예리함과 앞을 예견하는 통찰력이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날 비극은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미래에만 열광하는 것입니다. 그건 자기기만이며, 아편적 복음 이해입니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안양제일교회를 감싸고 있는 현실적 자기 분석으로부터‘ 선교적 교회’라는 미래를 통찰한다. 기독교가 개독교로 평가 받고 있는 요즘. 그래도 그는 감히, 그‘ 비전’을 특유의 시원스런 솔직함으로 말한다. 교회만이, 희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