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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스텝들이 추천하는 야심작

뜨거웠던 여름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잔치 상을 차려 낸 영화제 스텝들이 자신 있게 권하는 여덟 편의 추천작, 그리고 추천대상까지 콕 집어 물어보았다.               정리 이은정 프로그래머



조현기 수석프로그래머
누구에게? 옛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중년의 부부에게, 모처럼 손잡고 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캡틴 아부 라에드(Captain Abu Raed)
감독: 아민 마탈카  l  출연: 나딤 사왈화, 라나 술탄, 후세인 알 소스
산타클로스 같은 외모에 멋진 유니폼을 입고 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아부 라에드 아저씨를 이웃으로 두는 것은 참 든든한 일이다. 비록 공항에서 일하는 청소부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친구라는 데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모자에게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은, 소년이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 없는 축복이 된다.


정병욱 사무국장
누구에게? ‘영화라면 자고로 스펙타클!’을 주장하는 당신, 예리하게 다듬어진 단편영화의 새콤달콤한 매력에 빠져들 때가 됐다.

단편경선
치즈케이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여럿으로 잘라 한 조각씩 나눠먹는 것이다. 케이크 고유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케이크를 통째 먹어치워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다른 케이크의 맛도 볼 만한 여유도 생긴다. 단편영화의 묘미가 그와 같다. 올해는 단편영화 섹션의 가격을 크게 내린데다, 수익금 전액을 미자립교회를 위한 문화 선교에 활용할 예정이라니, 이 기회에 한번 들러보시길! 후회 없는 선택을 장담한다.


이은정 프로그래머
누구에게? 평소 영화라면 어디든 발 벗고 달려가지만, 기독교영화제? 종교색이 강할까, 좀 망설이는 영화광에게. 서울기독교영화제와의 첫 만남을 여는 영화로 손색이 없다.

그레이스 이즈 곤(Grace is Gone)
감독: 제임스 C. 스트로즈  l  출연: 존 쿠삭, 에밀리 처칠, 레베카 스펜스
히어로도 나이를 먹는다. 블록버스터 <콘에어>의 날렵한 보안관이라든지, 멜로영화 <세렌디피티>의 운명 같은 연인을 기억한다면 <그레이스 이즈 곤>의 시작을 여는 얼빠진 아빠 존 쿠삭의 처진 얼굴과 둔중한 덩치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토끼같은 두 딸을 키우며 이라크 전에 참전한 아내 그레이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중년 남자가 되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그리움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역시, 존 쿠삭이다.



고병철 홍보팀장
누구에게? 가까운 이와 싸우고 마음에 상처 입은 당신, 화해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우리가 용서한 것 같이(As we forgive)
감독: 로라 워터스 힌슨  l  출연: 로사리아/사비에리, 찬탈레/존
해마다 영화제에서 비중이 늘어나는 다큐멘터리들, 그 가운데 르완다 난민의 현재를 다룬 <우리가 용서한 것같이>가 도드라지는 이유는 기독교인이면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구원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되, 감독의 욕심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는 전쟁의 참화 위에 말없이 씨를 뿌리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담는다. 한동네 이웃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어 총칼을 마주하는 미친 역사. 그 과거를 극복하고 원수조차 포용하는 기적이란, 웬만한 극영화보다 감동적이다.


임연정 디자인팀장
누구에게? 텁텁한 공기, 꽉 짜인 틀에 지친 직장인이라면 핀란드에서 공수해온 신선한 블랙코미디로 개운하게 가슴 속까지 씻어내기를.

과거가 없는 남자(The man without a past)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l  출연: 마르쿠 펠톨라, 까띠 오우띠넨
반복적으로 고정되는 일상을 몇 년쯤 보내다 보면, 허무한 마음에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치밀 때가 있다. 모든 조건이 사라진 곳에서 나조차도 몰랐던 가능성을 찾고 새 출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가 없는 남자>는 그런 나의 판타지를 은근히 충족시킨다. 보다보면 은근히 웃음을 베어 물게 하는 화법도 매력적이다.


김경민 총무팀장
누구에게? 연이은 취직실패로 위축되어 있는가?
백수조차 당당하게 만드는 힘, 얻고 싶지 않은가?
못 믿겠다고? 와서 보면 안다.

우린 액션배우다(Action Boys)
감독: 정병길  l  출연: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권문철
이 영화의 미덕은 간단하다. 다름 아닌 재미!! 거기다 에너지와 속도감으로 치자면 올해 상영작 중에 <우린 액션배우다>를 따라갈 영화가 없다. 액션전문배우가 되기 위해 험한 액션스쿨의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현장에 뛰어든 젊은이들에게 결코 녹록찮은 사회. 그래도 미련해보일 정도로 줄기차게 꿈을 향해 내달리는 이들, 화면 속에서는 대역 또는 흠씬맞아주는 상대 정도로 등장하지만 저마다의 인생에서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임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젊은이의 영화다.


김주경 초청팀장
누구에게? 모처럼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하고 싶다면. 요 근래 소원해졌다면 더욱 추천.

파이어프루프(Fireproof)
감독: 알렉스 켄드릭  l  출연: 커크 카메론, 에린 베시아
개막작이기도 한 <파이어프루프>의 핵심은 가족을 위한 영화라는 것이다. 밖에서 흉금을 터놓고 해결하기엔 뭔가 어색한 가족 내의 불화, 해결법은 역시 진심을 다한 대화밖에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그 과정은 늘 어렵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치달았다가 서서히 돌아서는 부부의 선택은 어느 정도 뻔해보여도 여전히 촉촉한 감동을 전달하고, 소방관이라는 소재 역시 적절하게 활용되어 웃음코드로 제 몫을 한다.



장성호 목사(대외협력국장)
누구에게?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 보아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영화제라서 볼 수 있는, 참 잘 만들어진 우리 영화.

순교자(The Martyed)
감독: 유현목  l  출연: 남궁 원, 김진규, 장동휘
50년대 초반, 6ㆍ25전쟁 와중의 평양이라는 시공간적 배경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전쟁의 수레바퀴 아래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폐해져버린 그 땅의 이야기, 기실 오래지도 멀지도 않은 반세기 전 우리의 역사이기에 일상적인 문학작품을 대할 때와는 좀 다른 기분이 된다. 혼절할 것만 같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치열한 삶의 무게는 영화가 만들어진 지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까지도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