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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흐르는 시간속에 엉켰던 마음을 풀다 ㅣ 인천 소래포구


가을. 온도와 바람이 알려주는 것보다 빠르게 내 몸이 벌써 가을임을 본
능적으로 알아챈다. 1년 내내 내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과도한 짐과 켜켜이 쌓여 있는 쓴 감정들.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데 누구처럼 타작해 내고 싶지는 않고 그저 쓸쓸하고 담담히 흘려보내고 싶다. 가을이니까… 자연스럽게 내 속에서 빠져나가게 하고 싶다면 괜스레 무게 잡으며 시간을 품고 시간을 흘러 보내는 소래포구로 가보자. 글·사진 김승환

생이 교차하는 소래포구
가을, 계절의 한복판에 밀려드는 적적한 마음을 따라 찾아간 곳 소래포구. 노을을 등에 지고 가을 바다가 선물해주는 풍성함을 담아 들고 돌아오는 어부들의 얼굴은 이른 아침부터 그물질한 하루가 뿌듯한 모양이다. 포구에 배가 닿을 때마다 밀려드는 구경꾼들 사이로 아낙네들은 거친 바구니를 들어 댄다. 포구의 가을은 꽃게와 젓갈로 성황을 이뤘다. 바닷냄새를 안주 삼아 해산물과 함께 한잔 들이키는 술맛이 그리웠는지 사람들은 여기저기 무리지어 자신의 자리에서 뭍은 때를 씻어내고 있는 듯하다. 안주감과 횟감을 준비하는 아낙들의 남자 같은 굵은 손마디에서는 이곳이 그리 흥겨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포구의 가을은 담아오는 이의 기쁨과 받아 내는 이의 애잔함이 교차한다.

진실히 나를 마주하다
시끄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고요함이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포구를 빠져나와 주차장에서 소래대교 초입 방향으로 걸어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이곳도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개발과 보존이 함께하는 소래 지역은 변화와 복구가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고 있다. 넓은 지역에 신도시의 아파트와 포구 재래시장이 서로 엉켜 자리를 잡고 있다. 습지! 그곳은 시간이 멈춰 서있는 곳이지만, 가까이 서 있는 도시는 오늘과 내일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른 곳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갈래에 놓인 우리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붙들고 살고 싶으면서도 재빠르게 내 속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어야만 할 것 같은.


한때 최고의 천일염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 바로 소래 염전 지역이다.
우리나라 소금 생산량의 30%를 점유하기도 했다 하니 그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다. 세월과 더불어 쇠퇴해가던 넓은 염전터는 15여 년 간 누군가의 돌봄도 없이 그렇게 그곳에 남아 있다. 그렇게 남겨진 갯골과 논두렁 사이로 염생습지가 형성되었고 민물과 바다생태가 뒤엉키는 보기 드문 생태계를 이루었다. 사람이 빠져 나가니 그 곳에 생물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갯벌을 빨갛게 수놓은 칠면초와 바닥에 온통 구멍을 뚫어놓은 농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갯벌 한가운데 갯골은 괭이갈매기와 청둥오리, 백로가 잠을 청하는지 미동도 없이 듬성듬성 서 있다. 이용 가치를 상실했다고 사람들은 버렸으나 자연은 언제나처럼 자신 스스로 회생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 후 사람이 다시 손을 데기 시작했다. 이 일대를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유일한 해양생태공원으로 축구장 200여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큰 엄청난 규모이지만 마치 보석과 같은 빛을 내며 흰 소금을 뿜어내던 염전은 그저 관광용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바삐 움직이는 손길의 활기참과 그 손에 딱딱하게 붙어 있는 굳은 살 뒤로 느껴지는 쓸쓸함을 느꼈던 소래포구를 시작으로버려진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생명들이 꿈틀 대고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까지 걸으며 그렇게 남아 있는 그곳을 마음에 담아보았다. 꾹꾹 눌러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그곳을 걸을 때마다 가슴에 박혀 있던 핀들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 같다. 삶의 단면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눅눅하지만 포장하지 않은 내 삶을 진실히 만나며 그렇게 나는 또 돌아온다.

소래포구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111 ㅣ 032-453-2141 ㅣ
www.soraepo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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