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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서해에서 ‘칼로 물 베기’

물로 칼 베기는 되지만
물 칼 Water Knife이라고, 물로 쇠를 베는 기술은 나왔다. 그러나 무엇으로든 물을
베는 것은 영화 <나니아연대기: 새벽출정호의 항해>의 마지막 장면에 멋지게 표현된 대로 전능하신 우리 주님의 영광스런 권능으로만 가능하다. 짐짓 인간이 적대 관계를 피하지 못하고 선으로 물을 베려 한다면 그 자체가 미련한 것인데, 한반도는 이 미련한 것이 현실이고 우리 청년 누군가에게는 그걸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했으니 잔인하기까지 하다. 방어적 전투 행위는 정당하다. 인민군이 선제공격을 해 왔다면 이겨야 한다. 포격의 출발점을 바로 타격해야 하고 비례하는 공격을 통해 더 이상의 공격 의지를 꺾어 버려야 한다. 예수 믿는 장병들도 총을 쏴야한다 - 곤란한 것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적개심과 보복 의지가 전투력을 유지한다는 우리 군의 정훈 소프트웨어는 그래서 낡았다 - 지난해 연평도 피격 사건은 이점에서 오점을 남겼다. 북측이 공격 이전에 사격 훈련 중지를 요청하는 전언 통신문에 대해 대책도 없이 훈련을 감행했고, 피격 상황에서 군과 청와대의 지휘는 혼란스러웠다. 현장 지휘관이 포신을 북쪽으로 돌렸지만 포 몇 문은 고장이었고, 적의 포진지를 무력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더 이상의 희생이 없을 것이다.

백전백승보다 나은 승리
역사에 길이 남는 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서해로 말하자면,
싸울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를 ‘선’에서 ‘면’으로, 즉 ‘NLL’에서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합의했었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섰을까. 그 책임의 대부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후보자들에게 평화 정책을 묻지 않았다. 불로소득이어도 좋으니 더 잘 살게 해달라는 주문만 만발했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이미 갖고 있는 이 외에는 공들여 평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통일 노력이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의무이기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동 불능인 ‘비핵.개방.3000’을 걸쳐놨고, 선거 끝나자 통일부를 없애려 했다. 하늘과 땅의 이중국적 시민인 그리스도인들은 이웃들의 생명과 모두의 평화를 위해 먼저 땅의 시민권을 정의로운 방향으로 행사해야 한다. 당장의 생활과 무관해 보일지라도, 진보를 지지하든 보수를 지지하든 그 나름의 평화 정책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물론 권력을 위임받은 그가 자신의 철학으로, 자기에게 투표하지 않은 북한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요구까지 고려하여 자신의 직무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럴 때에도 약속과 지지의 정치적 계약 관계는 필요하다.

북측에 한마디

북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작년의 연평도 포격은 철저하게 민족과 인
류에 대한 당신들의 죄악이다. 당장은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얻을 것이 없으리라 믿는다. 그 포격이 서해에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더 끌어들이고 북측이 그토록 싫어하는 ‘외세’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당신들이 외치는 ‘자주’는 거짓이다. 당신들의 ‘세습’과 달리 우리는 민심에 정권이 달렸다. 우리의 정권이 당신들을 편하게 대하지 않더라도, 아쉬운 게 있다면 당신들이 스스로 합당하게 변화하는 성의를 보여서 우리의 민심을 얻으라. 우리도 권력을 틀어쥔 몇 안 되는 엘리트보다 그 땅에 사는 어려운 인민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

윤환철|대학생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설립 발기인이 되면서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놨고,이후 기독교월간지 <복음과상황> 기자, ‘북한․ 중국두레마을’ 간사, ‘공의정치포럼(현 공정연대)’ 사무국장, ‘남북나눔운동’교육국장을 거쳐 ‘한반도평화연구원’사무국장으로 있다. 복잡한 일에 빠져있지만 지적 취향은 단순하다. 이 길이 아니었으면 오디오나 사진, 컴퓨터, 자동차 분야에 푹 빠져 살았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가 해결로 접어들면 그렇게 돌아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