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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람과 사람

나에게 꿈은 하나님을 배우는 도구였다 l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활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취미로서 직장인 밴드는 이미 너무 흔해졌고 스킨스쿠버, 트라이애슬론 정도는 돼야 신선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 그렇다면, 쉬는 시간마다 히브리어, 헬라어 등의 고전어 공부를 즐기는 남자는 어떨까. 고전어를 공부하는 것이 취미이고, 한 해 동안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서를 500쪽 이상 읽었고, 영어로 된 고전어 문법책은 이미 50권 가량소화했다. 이런 것이 취미인 CEO는 어떤 사람일까.


고전어 공부는 인문학적 저력이 되어

비영리 모금 컨설팅 회사인 (주)도움과 나눔은 시민단체, 교육기관, 문화예술단체, 종교단체등 비영리기관들이 성공적으로 모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이지만 기부 문화가 정착한 외국의 경우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이다. 최영우대표는 2001년도부터 국내에서 최초로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원 5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이 80명이 넘는다. 그동안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국제앰네스티, 아름다운재단, 녹색연합 등 굵직한 단체들을 컨설팅 해 주었다.
“대학원 졸업 후 산업연구원(KIET)에서 일하다가 해비타트에서 8년간 사무국장으로 일했어요. 한국해비타트의 1호 스태프였죠. 월급은 적었지만 행복했어요.” 해비타트를 그만두고 뭔가 새로운 일을 찾으며 기도하던 중 비영리 모금 컨설팅 분야가 보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매출이 40억 원에 이르는 전문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 비영리 모금 관련 전문강사로서도 인지도가 쌓였다.
“비영리 단체 모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영리 단체의 본질을 확실히 하는 것입니다. 비영리 단체의 본질은 언어적 현상이에요. 그 단체만의 언어를 확실히 규명하고 그것을 확산하는 일이 핵심입니다. 단지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어요’라는 말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죠. 본질은 언어에 담겨 있습니다.”
그가 고전어를 공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하나님의 능력 있는 말씀히1:3이라는 것이 그의 사업 철학의 핵심이다. “기부 문화의 근거도 성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구약성경에서는 자선과 정의가 ‘체데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죠. 개인적 ‘자선’을 넘어서서 사회 구조적인 ‘정의’라는 관점에서 기부문화에 접근해야 합니다.” 최영우 대표는 자신의 고전어 취미가 인문학적 저력이 되어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한 가지 패로 인생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며 요즘은 목공 일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책상과 침대 정도는 제가 만들어 주죠. 이제는 주문이 들어 올 정도라, 주변에서 회사 그만둬도 먹고 살겠다고 농담을 던져요.”(웃음) 다양한 관심 분야에서 열린 학습의 태도를 강조하는 그는 나그네 정신으로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다.

하나님께서 굶기시지는 않는다

최영우 대표는 스스로 자신의 족보에서 1호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진학 시 미션스쿨에 가지 않게 해 달라고 달에게 기도를 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미션스쿨에 진학하게 되었고 거기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예수’영화를 틀어주었는데 막연히 나도 저 무리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교회를 자발적으로 나가 보았지요.” 독서실에서 선배가 이끄는 기도회를 통해 신앙이 자라기 시작했다. 학에 진학해서는 IVF 선교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다. 어려운 생활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실질적으로 체험한 것도 이때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는 실정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 계속 마음이 찔렸죠. 결심을 하고 학부모에게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대학원 등록금이 없는 거예요. 쉽지 않은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이었어요. 해비타트에서 활동할 때도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하나님께서 굶기시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요즈음 그의 관심사는 사회 속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 푹 빠져 있다(@2BNaki). “저는의도적으로 트위터에서 두 가지를 계속 이야기해요. 하나는 고전어로 성경을 읽는 이야기죠. 지금은 히브리어로 열왕기를 강독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한국 기독교의 가벼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성경을 깊이 있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목회자와 청년리더들을 자극하여 깊이 있게 성경 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하는 대화나 가족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도 트위터에 올립니다. 우리사회에 가장 기반이 되는 가정이라는 단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죠.”

나에게 꿈은 하나님을 배우는 도구였다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최영우 대표는 꿈은 자신에게 있어 장난감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예수님을 따라 살겠다고 생각했을 때 막막했는데, 꿈은 저에게 하나님을 배우는 도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꿈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고교시절 교육학자가 되게 해달라고열심히 기도했는데 결국 무역학과에 들어갔죠. 하나님이 제게 실망을 안겨주신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꿈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 시간들은 내게 모두 밑거름이 되었어요.” 산업연구원, 해비타트 사무국장을 거쳐 지금의 비영리 모금 전문가의 위치에 이르기 까지 그의 직업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소명을 직업에 국한하여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한 개의 직업으로 부르셨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오해인 거 같아요. 성경에는 ‘Calling(부르심)’이라는 개념에 대해 하나님과 사귐을 위해 우리를 부르셨다고전1:9는 말은 있지만, 직업적으로 우리를 부르신다는 말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내 욕망일 수 있죠. 그리스도인의 삶은 주어진 작고 단순한 일에 먼저 헌신하는 것입니다.”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나비처럼 날아다니려는 비현실성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사회가 나를 원하는 분야를 먼저 살피라는 것이다.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이자 하나님과 사귐을 해나가는 기회라고 볼 때, 한 가지의 직업에 얽매어서 그것을 이루어내는 것에만 너무 큰 가치를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직장이 사람을 보호해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유동적인 환경에서 조건이 바뀌더라도 경쟁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중심사회가 되었습니다. 오늘 인기 있는 직업이 5년 후에도 그럴까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최영우 대표는 앞으로 한국사회에서도 기부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누어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특별히 교회가 사회에 대한 디아코니아를 실천함에 있어 좀 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국의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최영우 대표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시대적 요청이 쇄도하는 요즈음, 개인적 자선을 넘어선 사회적 정의라는 구약성경의 가르침대로 나눔을 제대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꽃피기를 소원해본다.  글 이재윤·사진 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