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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7-08 지구에서 보낸 한철

지구에서 보낸 한철 5│더 비관적인, 더 현실적인 - 영화를 통해서 본 지구의 역습

“회개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부산은 물바다가 되리라.” 노아 시대에 대홍수가 일어나 세계가 망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브라함 시대에 소돔과 고모라에 재앙이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로 여겼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언자들의 바른 소리는 ‘재수 없는 소리’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예언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썼다. 낙타 털옷을 입는 파격적인 패션도 마다하지 않았고, ‘로큰롤 베이비’가 되어 시와 노래를 지어 퍼뜨리기도 했다. 대다수의 예언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법은 ‘비유가 아니면 말하지 아니했던’ 예수님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필적하는 오늘날의 예언자들은 ‘영화’라는 강력한 수단까지 동원하여 사람들에게 돌이킴을 촉구하고 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이호은

환경 재난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빈곤과 전쟁, 소외와 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발생
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일삼으면서 생태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만약 우리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를 타고 전기를 쓰고 쇼핑을 하고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린다면, 인류는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이, 설마 진짜로 그럴라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 사람만 잡나? 도시도 잡아먹고, 나라도 잡아잡순다. 현대의 예언자들은 영화의 ‘스펙터클’을 활용해서 인류가 지구에 저지른 죄의 대가로 인해 닥쳐올 참담한 미래를 매우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나님의 심판 혹은 가이아의 분노 또는 자연의 역습, 어떤 이름을 붙이든 인류가 초래한 재앙의 으뜸은 아마 지구온난화로 인한 ‘슈퍼 태풍’일 것이다. 초속 70미터, 시속 252킬로미터 정도의 풍속을 가진 태풍을 ‘슈퍼태풍’이라고 하는데, 2005년에 발생한 미국의 카트리나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초특급 태풍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더욱 빈번하게 등장할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일 년에도 서너 차례 슈퍼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이 슈퍼 태풍이 해마다 서너 차례 우리나라를 강타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들은 공중에 한껏 떠올랐다가 폭탄처럼 아파트와 주택에 마구 투하될 것이다. 초대형 유람선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태풍이 63빌딩 같은 고층빌딩 사이를 여러 번 휩쓸고 지나간다면, 그 엄청난 피해는 복구 불가능할 것이다.
영화 <해운대>2009에서는 강한 태풍을 동반한 시속 800km의 슈퍼 쓰나미가 부산을 초토화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슈퍼 쓰나미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해운대>에서 섬뜩했던 장면은 지붕까지 물이 차있는 골목신. 전봇대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되어 버둥거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통닭구이 신세로 죽는 순간이 었다. 예상치 못한 규모로 자연재난이 일어났을 때,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도구들은 치명적인 대량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유래 없는 강진이 연달아 발생했을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간 212조 원을 투자해야 겨우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단지 국지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재앙은 전 지구적이다. 이것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들보다 더 실감나게 증언할수 있는 예언자는 거의 없을 듯하다. 영화 <투모로우>2004와 <2012>2009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온 세상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도래할 것을 경고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연이 파괴되고,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된 지구의 운명이 그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그나마 가장 낙관적인 선택은 지구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월-E>2008에서 인류는 지구로 포기한 채 수백 년 동안 우주를 배회한다. 그리고 <아바타>2009에서는 다행히 대체 자원이 풍부한 판도라 행성을 찾아낸다. 하지만 인간들은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탐욕스럽게 자연을 파괴하면서 자원을 채굴하려다가 토착민 나비족의 저항에 의해 실패하고 쫓겨난다.
이보다 더 비관적이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미래는 핵전쟁 이후 석기 시대 수준으로 후퇴한 인류의 모습이다. 코맥 매카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더 로드>2009에서 지구는 잿더미가 된다.
땅에서는 살아있는 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하늘과 바다는 온통 잿빛이다. 햇빛을 받을 수 없는 혹한의 날씨와 굶주림에 처한 인류는 서로를 잡아먹거나 잡아먹히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경우를 그린 영화는 바로 <매트릭스>1999시리즈다. 황폐 그 자체인 지구에
서 에너지 자원을 착취하던 인류는 기계 문명을 돌아가게 만드는 1.5v짜리 배터리로 전락하고만다.

“늦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늦은 것이다”라는 거성 박명수 선지자의 일갈이 떠오른
다. 예언자들은 오늘도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회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의 방향과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전부 망할 것이다. 이제는 안다. 이것은 하나님의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심판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초래한 재앙이며,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죄악이 차고 넘쳤던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의인의 수는 고작 10명이었다. 두 도시를 살려내는 데 대단히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구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인이 몇 명이나 필요할까? 지구온난화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씩이라도 개선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그런 의인이 단 한 사람이라도 늘어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