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단 하루인 칠월칠석,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놓는 다리인 오작교 위에서 만난다. 이 둘의 사랑이 애틋한 이유는 새들이 만든 다리 위를 용감히 걸어가 만났기 때문이다. 여기, 오작교 거리만큼이나 어색한 남녀가 있다. 바로 주말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의 황태범(류수영 분)과 차수영(최정윤 분)이다.

오작교만큼 먼 어색 남녀
이 둘은 방송국 사회부 기자다. 차수영은 팀장이고, 황태범은 차수영의 부하 직원이다. 이들의 어색한 결혼은 하룻밤 회식 후에 벌어진 우연한 사고(!)에서 시작된다.
아이를 임신한 차수영은, 이 아찔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황태범을 붙잡아 결국 결혼한다.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똑똑하고 예쁜 그녀가 아이 때문에 남자에게 매달린 것이다. 황태범도 남부럽지 않게 똑똑하고, 잘났고, 멋지다. 다만, 차수영과는 비교 불가능한 집안 환경의 차이가 있을 뿐.

둘 사이에 생긴 아이로 맺어진 부부는 뭐 하나 닮은 게 없다. 털털한 그녀가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은, 까칠하고 다소 결벽증도 있어 보이는 황태범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어머니의 시골 밥상을 먹고 자란 그에게 차수영은 신경 써서(?) 즉석식품으로 가득한 21세기 밥상을 차려 낸다.
이 두 사람을 더욱 어색하게 만드는 촉매제는 바로 장모다. 새벽에 몰래 딸의 집에 들어와 밥상을 차리고, 사위의 속옷과 겉옷을 모두 자기 취향으로 바꿔 버리는 장모 때문에 이 집안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까칠한 사위는 장모가 사 준 속옷을 들고 와 뒤집어 놓고, 장모는 사위에게 핏대를 올리며 호통 친다. 가운데 낀 차수영만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죽을 지경이다. 이 부부의 밤은 시계 소리만 더욱 크게 들리는 적막강산이다.

오작교를 건너야 사랑할 수 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부부가 나와 걸쭉한 육두문자는 기본이고, 물건을 서로에게 집어던지는 것을 보았다. 가운데 놓인 아이는 불안한 시선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본다.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눈물짓는 이들도 사랑한 순간이 있었다. 심지어는 첫눈에 반한 사이도 있었다. 서로 다른 것이 매력적이어서 결혼했는데, 달라서 이젠 지긋지긋하다. <오작교 형제들>의 차수영도 지금은 엄마와 남편 사이에서 중재하느라 바쁘지만, 언젠간 폭발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한 번쯤은 폭발했으면 좋겠다. 임신한 것이 여자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주눅이 들어 상대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처럼 결혼 생활도 솔직하고 자신 있게 하면 어떨까.

사랑은 오작교를 건너야 이룰 수 있다. 오작교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만나는 게 연애고, 결혼이다. 나와 다른 상대에게 맞춰 가는 재미, 그러다가 우연히 비슷한 점을 발견했을 때 오는 기쁨을 황태범, 차수영이 이 드라마에서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 갈등은 필연이지만, 사위와 장모가 소리 높이는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보다‘ 내 딸의 남편이니까, 내 아내의 엄마니까’ 하는 이해심을 발휘하기를. 서로 다른 환경도, 서로 다른 모습도 오작교를 건너는 용기만 있으면 사랑할 수 있다.


배성분|오늘도 잡지 마감에 시달리며, 한 땀 한 땀 기사를 쓴다. 꿈에 조금씩 다다르고 있다고 믿으며.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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