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시빌라이제이션>이라는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그 책의 논점이 흥미로웠는데, 서양이 오늘의 주도적 문명을 이룩한 원인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후, 바로 그러한 성공요인에서 오늘의 문명쇠퇴 위기의 원인을 제시하였다.
퍼거슨은 500년 전만 하더라도 명나라가 통치하던 중국에 비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낙후된 상황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어떻게 서양이 1500년 이후에 급속도로 문명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역사적 증빙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그는 아주 꼼꼼하게도 내부지향적인 명나라보다는 작은 나라들로 나뉜 유럽 사회가 지니는 경쟁 장려 체제, 그리고 그러한 경쟁이 촉발한 17세기 이후의 과학혁명, 재산권을 기초로 한 대의제와 법 체제,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을 담보하는 의학의 발달, 생산을 더욱 촉진하는 소비사회, 그러한 사회의 건강성을 뒷받침 하여 주는 개신교 직업윤리 등의 요소를 문명 발달의 주요 배경으로 주장한다.
한편으로 참 동감하면서도 매우 서구 중심적 역사 해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세계화라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신중하게 곱씹을만한 점도 많다. 그의 지적에서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 내용이 어느 정도 포착 가능하기에 현재 우리나라 사회 발전 과정에도 적잖히 적용가능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의 공정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 자연과학이 경영학이나 의학에 비하여 너무 경시되고, 대의제와 법 체제도 근본적 도전을 받고 있다. 소비사회는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데 비하여 우리의 노동과 직업윤리는 상실되고 있지 않은가?

니얼 퍼거슨은 오늘날 서양문명, 특별히 유럽의 쇠퇴가 일정 부분 기독교의 쇠락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분명 문명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나라와 사회를 향한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기본 책무는 나라와 사회의 윤리적 토대를 굳건히 함에 있다. 아무리 정치·경제적 풍요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전한 윤리를 토대로 자리 잡지 않는다면 그 사회와 문명은 쇠락하고 만다는 것은 준엄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 사회 혼란과 갈등에 대한 교회와 신앙인의 책무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다시 봄이 허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추위로 움츠려 있었던 우리에게 이제는 
움트는 싹을 보며 새로운 생명과 그 생명이 이루어가는 역사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겨울의 추위로 인해 옷깃을 여미고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 새로운 생명의 싹을 움트게 하는 시간과 기회로 삼으라고 계절의 봄이 또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발행인 임성빈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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