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김수박 지음 | 보리

작년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의’ 에 대한 일반 사람의 욕망이 그런 인기를 낳았다는 해석을 제출한 한 평자는, 이 ‘정의에 대한 욕망’ 은 지금이 ‘ 정의롭지 못한 사회’ 라는 인식에서 생겨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잘 나가는 기업도 지금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 라고 인식하는 데 한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몇 해 전 <삼성을 생각한다>를 필두로 해 번지기 시작한 삼성의 불법에 대한 지적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잇따랐고, 마침내 그는 유죄를 언도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얼마 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원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 이처럼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가장 크고 잘나가는 기업이고 또 돈 많은 사람은 죄를 지어도 쉽게 사면되니, 어찌 ‘정의롭지 못한 사회’ 가 아니라 할까요. 헌데 삼성의 ‘정의롭지 못한 사회’ 에 대한 기여는 이건희 회장 개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 이유 중 하나를 꼼꼼하게 만화로 그렸습니다.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 약 30명이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사유로 사망했습니다. 그 중 태반이 20,30대의 젊은 나이이지요. 이정도로 많은 숫자라면 업무와 관련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삼성은 산업재해가 아니라 하고 근로복지공단도 아니라 합니다. <사람 냄새>는 스물네 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황유미 씨를 중심으로 이 이상하고 슬픈, 그리고 사뭇 정의롭지 않아 보이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과연 황유미 씨와 여러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함께 출간된 <먼지 없는 방-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김성희, 보리)와 더불어 보면 더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조익상(@lit_er)


진실유포죄
박경신 지음 | 문학동네

또 얼마 전 얘기를 하겠습니다. ‘쓰레기 만두 파동’ 이 막 일어났을 때, 대다수 소비자는 만두를 먹지 않았습니다. 처음 언론 보도에서 ‘쓰레기 만두’ 를 생산한 기업이 어디였는지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만두가 쓰레기 만두일지 몰라서였지요. 왜 언론은 그걸 알리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법에는 ‘ 명예훼손죄’ 란 것이 있어서 비록 어떤 발표가 사실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때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사실을 발표할 때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이 나면 처벌을 받을 테니까요. 이후 만두 사건의 추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명예훼손죄를 피하기 위한 언론사의 익명 보도로 인해 양심적인 만두업체까지도 큰 타격을 입었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법률전문대학원 현직교수로,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열위원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경신 교수가 쓴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진실유포죄>는 바로 이 ‘명예훼손죄’의 다른 이름입니다. 진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또 다른 우리나라 많은 법들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법의 적용과 판결에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실유포죄>는 이런 법적 문제에서 ‘표현의 자유’ 와 관련된 사안을 지적해 논평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저자가 ‘표현의 자유’ 를 중심에 두고 법을 사유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표현의 자유’ 가 없다면, ‘정의롭지 못한 사회’ 에 대한 비판적 표현조차도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인터넷실명제, 선거규제, 심의제도 등 마땅히 정의로워야할 법의 썩 정의롭지 않은 측면을 고발합니다.


청춘 콘서트 2.0 청춘, 액션이다
평화재단, 법륜, 김제동, 김여진 지음 | 월드김영사

“청년들이여! 가슴을 녹이던 달콤한 위로의 말들과 과감히 이별을 선언하라. 네 몸을 일으켜 행동하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과 마주한 현실을 바라보라. 그리고 분노하라! 이것이 진정한 청춘이다.” 청춘 콘서트 2.0 무대 위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책으로 옮긴 <청춘 콘서트 2.0 청춘, 액션이다>의 표지에 박힌 문구입니다. 앞서부터 쭉 이야기해온 바 ‘정의롭지 못한 사회’ 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알려주는 말로 읽힙니다. “겉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들어맞지 않습니다. 내용도 표지의 말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첫 장을 맡은 법륜스님의 말투부터가 ‘달콤한 위로’와는 거리가 멉니다. 청년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스님은 일단 질문자의 ‘개인적’ 고민이 초점부터 잘못되었음을 질타하곤 ‘정의롭지 못한 사회’ 를 그 고민에 잇닿습니다. 다음은 개그맨 김제동이 문재인, 우석훈, 주진우와 같은 인물들과 함께, 또 청년들과 함께 나눈 대화입니다. 청년의 처지에 공감하고 미안해하는, 그러면서도 현실을 직시할 안목을 제시하는 패널과 솔직한 청년들의 이야기의 하모니가 따뜻합니다. 배우 김여진이 맡은 마지막 장에서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춘들이 만나 현실적 사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책은 콘서트 자체의 매력을 잘 살렸습니다. ‘정의로운 사회’ 를 바라는 청년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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