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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9-10 편지, 할게요!

편지, 할게요 4│최영우가 아들에게

재언아
아빠는 너와 심하게 다투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지금 마닐라의 한 호텔에 있다.
아빠는 부모로서 무력감과 너에 대한 서운한 마음 때문에 비행기 타고 오는 내내 생각이 복잡했다.
너도 힘들겠지만 나는 매번 한계를 경험한다.
이것이 터널을 벗어나는 것인지 새로운 터널로 들어서는 것인지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그래도 너는 벌써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를 시작했구나.
분명 너는 강해졌다. 지금 우리의 갈등은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학교를 거부하려던 마음을 스스로 다잡고 학교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감사하다.
한 1년 전 ‘나는 불신자입니다’라고 수 백 명이 모인 교단 중고등부 연합수련회에서 발표했던 네가
이제는 스스로 교회 앞에서 신앙고백을 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몸이 약하고 농구를 잘 못한다며 심한 열등감을 호소했던 네가 이제는 몇 명은 가볍게 제치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나는 그런 네가 대견하다.
한 가지 한 가지씩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네 노력이 고맙다.
그러나 나는 명백히 너에게 열려 있는 단단한 세계로 네가 조금씩 조금씩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너의 속에 있는 말씀의 생명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기에 안심된다. 

지난 수 년 동안 네 속에서 나타난 진보의 순간 순간이 아마 너에게는 고통과 결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엄마와 내게도 새로운 배움의 시간이었다.
매 순간 나는 내 믿음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래도 자주 네가 나에게 주는 너는 모르는 격려와 기쁨이 없었다면 이 일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너는 가족의 가치에 대해서 도전했다. 아빠는 깊이 우려하고 상처를 입었다.
이것이 네가 믿음을 고백하기 전에 보였던 극도의 저항과 같은 것이기를 바란다. 해산의 고통과 같은 것이기를 빈다.
아빠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활의 능력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것 중에 인내와 절제가 있다는 것이 크게 다가온 적이 있었다.
지금 아빠는 너의 미소와 기발한 생각들을 쏟아내는 너의 이야기가 그립다.
너의 음악도 듣고 싶다. 

너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는 큰 선물로 너의 삶에 다가올 것을 믿고 감사한다.

마닐라에서 아빠가













●●● 보낸이 : 최영우

건강한 모금, 아름다운 기부를 컨설팅하는 <도움과 나눔>의 대표이사. 헬라어로 신약을 통독 후 지금은 히브리어로 구약을 읽는 중이다. 결혼 하는 직원에게 직접 나무를 사다 가구를 만들어 선물할 정도인 그는 현재 두 자녀의 아빠로서 매일 즐거움과 슬픔의 사이를 오르내리는 경험에 빠져 있다.

●●● 받는이 : 재언

학교에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친구들 사이에 흥미를 일으킬 만큼 자신의 삶과 신앙 그리고 학교와 가정에 대해 몸과 마음으로 가감 없이 표현해 내는 재언이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