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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9-10 편지, 할게요!

편지, 할게요 5│황교진이 어머니께

어느 날 갑자기 제게 한마디 인사나 당부도 없이 당신이 의식을 잃고 전신마비가 되셨을 땐
아무런 예고 없이 제 곁을 떠나먼 여행길에 오르신 줄로만 알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어떻게 돌봐드려야 할지 점점 지혜가 많아질수록 울지 않게 되었습니다.
힘든 고난이 끝나는 날 웃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고난 중에도 웃을 수 있는 것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모습이란 생각에
저는 항상 웃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당신의 기저귀를 갈 때마다 제가 아기였을 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목욕시켜 드리고 안아 드린 숫자가 훨씬 많아도
제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을 씻겨 드리고 깨끗하게 해 드리면서
매일매일 제 마음은 깨끗해지고 새로운 힘이 나며 살아갈 이유가 되고
하루하루 왕성한 의욕이 생기는 것을 아세요?
당신을 치료하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 드린 후,
맑은 표정으로 주무시는 얼굴을 보면 전 얼마나 평안한지 모릅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바로 그 평안이 날마다 제 속에 가득 차서
넘치는 풍성함으로 제 마음은 항상 부자가 되곤 합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선물은 결코 고통이 아닙니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고맙고 당신을 엄마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당신의 웃음을 기억하고 늘 웃을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기쁨을 주실 그날을 바라볼 수 있는 소망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과 함께 지낸 많은 시간의 제 청춘이
행복한 경험으로만 여겨져서 더없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나날들도 지난 날 이상으로
행복할 것을 기대하며 꿈꿀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 보낸이 : 황교진

1997년 11월 대학 졸업시험을 앞둔 초겨울, 어머니가 광장시장에서 일하시던 중에 뇌출혈을 일으켜 식물인간이 되었다. 입학이 예정된 대학원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갓 태어난 아픈 딸로 여기고 보살펴 왔다. 글쓰기 외에 친구가 없던 시절, 하루하루 써내려간 글을 모아 자전 에세이 <어머니는 소풍중>을 세상에 내놓았다. 현재 기독출판사 넥서스크로스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호스피스 전문 목회를 꿈꾼다.

●●● 받는이 : 어머니

16년 전 뇌출혈로 인해 식물인간상태 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보살핌을 온몸으로 받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