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서울 강남에서 취재 중이던 제 휴대 전화로 긴급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됐습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으니 전원 회사로 집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휴대전화 DMB를 켜보니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는 장면이 뉴스 특보로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떻게 연평도로 들어가 취재를 할 것인지를 생각하던 제 머릿 속에 순간 엄마와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걱정했습니다.

최근 조만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보도하는 국내외 뉴스를 접하셨을 겁니다. 이러한 남북 간의 긴장 국면을 초래한 것은 핵 실험을 일으켰고 개성공단에서 남한 사람을 쫓아낸, 이제는 더 이상의 카드가 없어져 궁지에 몰려 버린 것만 같은 북한입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연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이야기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이쯤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 6월을 기
억해 볼까요? 북한의 남침이 사흘도 지나지 않았던 6월 28일 새벽 2시 30분 쯤, 우리 정부는 인민군의 진격을 막겠다며 한강의 유일한 다리였던 한강철교를 폭파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리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지요. 당시 전쟁을 피해 서울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특별히 돈이 많은 부자, 정부 고위관료나 군인, 그리고 경찰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옛날에만 그랬던 건 아닙니다. 최근 전쟁이 일어났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사람은 민간인, 특히 힘없는 보통사람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재벌과 같은 부자, 관료의 가족 같이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리 국외로 대피합니다. 딱히 피할 곳도, 피할 수도 없는 보통사람에게는 더욱, 전쟁이 재앙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제가 두 발을 취재 현장으로 옮기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가족을 걱정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럴 리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혹시 모를 전쟁 발발의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게 할 능력이 제게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2년 반 쯤 흘러 신문에서 당시에 있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습다. 이제는 낙마한 4성 장관 출신의 어느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날 부인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다는 이야기를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러한 지도자는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상식이지요. 남북 간의 긴장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지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과 북이 서로 굽히지 않는 것이라는 평가 또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겪었던 어느 작가가 이야기 했다는 “가장 나쁜 평화라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껏 전쟁은 특히, 힘없는 보통사람에겐 재앙이었기 때문입니다


조현용│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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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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