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볼리비아 산타크루스 지방의 발레그란데(Vallegrande)시에 있는 세뇨르 데 말타 병원(hospital señor de malta) 세탁장의 풍경입니다. 이 이상한 세탁장에서는 이제 세탁을 하지 않습니다. 낡고 평범해 보이는 이 세탁장에는 마치 조형물을 대하듯 펜스를 둘러놓았습니다. 이 허름한 장소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오늘날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와 누군가를 추모하고 야생에서 구해온 들꽃을 바치고 벽에 글귀를 남깁니다. 그 장소를 거쳐 간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을까 싶다가도 또 한편, 왜 이렇게 검소한 모습으로 남겨 두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에르네스토 게바라(ErnestoGuevara de la serna). 바로 ‘체(Che)’라고 불렸던 인물입니다. 볼리비아 혁명을 미완으로 남겨두고 라 이게라 마을에서 체포 사살당한 인물입니다. 체의 시신이 얼마간 안치되었던 이곳에는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남긴 글귀가 그의 열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투영해줍니다. 거대한 방명록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기념비인 장소입니다. 꽃집에서 파는 화려한 꽃이 아닌, 거친 자연에서 스스로 생명을 이어가는 들꽃이야말로 혁명가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일 것입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 그를 위한 작은 성소를 만들었습니다. 세뇨르 데 말타 병원에서 만난 세탁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엔 지면을 벗어나 현실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그를 위해 들꽃 한 송이 바치는 것이 어떨까요? 벽에 쓰여 있는 글귀가 이내 눈에 들어오는군요. “El Che vive con nosotros. 체는 우리와 함께 살아 있다.” 맞습니다. 이렇게 체는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강제욱|사진작가.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매체와 함께 일하면서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9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그룹 전시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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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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