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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11-12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9 | 교복 공동구매를 이끈 학부모의 현명한 소비

 

큰 아들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며 제일 먼저 교복을 구매해야 했다. 교복 값으로 3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교복의 품질이 크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하복을 맞추는데 다시 12만 원 정도의 돈이 소요됐다. 고등학교 3년을 입을 것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1년 새 40만 원을 훌쩍 넘는 교복 값은 큰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들어가는 소소한 돈들이 어찌나 많던지….


비싼 교복, 공동구매의 길을 열다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학교 운영위원을 맡게 되었고 학부모 회장님으로부터 교복공동구매를 추진을 제의받게 되었다.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비싼 교복 값에 큰 부담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 터라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생 학부모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는 입학 이후라 교복공동구매 추진단은 재학생 학부모님들로 구성되었다. 처음에는 개교 이래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 책임감과 진행과정에 대한 부담으로 중압감을 느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있는 아이들은 교복 값뿐만 아니라, 급식비와 학비의 부담만도 크다며 교복공동구매를 적극 추천을 했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교복공동구매 추진위원회는 먼저 공개 입찰을 알리는 공고문을 내고, 교복시장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입찰공고 기간 내에 교복 설명회를 통해 교복에 대한 세부사항을 전달하고 입찰 과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약 2주 후 모두 11개의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학교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먼저 시장 조사를 통해 알아본 최저가와 최고가를 제외한 후 평균 가격을 고려해 공개 입찰을 하게 되니 업체와의 갈등도 해소하게 되고 큰 무리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동구매를 통해 동·하복에 40만 원을 훌쩍 넘었던 교복 값이 17만2천5백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공개 입찰 후에는 해당 업체에서 미리 견본을 받아 학부모들이 꼼꼼히 확인한 후 계약을 하게 되었고, 업체에서는 한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장학교복도 여러 벌 후원해 주었다.


학부모들의 힘으로 해낸 결과

공개 입찰한 교복을 배부한 후에는 하자 보수와 학생의 만족도 조사도 이루어졌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교복을 변형해 입을 수 없다는 약간의 투정들도 있었지만, 교복의 질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나서서 교복을 경제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주체적인 소비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사실 공동구매이다보니 교복 구입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입금과정과 납품과정에서의 소소한 어려움들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힘으로 해냈다는 것이 커다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기업 제품 대신 중소기업체의 품질을 높여 구매함으로써 값싸고 질 높은 교복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를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소한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경비만이라도 서로 의견을 모아 해결해 나간다면 부담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성일고등학교 3학년 아들과 5살 딸을 둔 주부. 양주백석고 학교운영위원과 참교육학부모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복공동구매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은 학부모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http://www.hakbumo.or.kr/ , 02-393-8900)’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