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수없이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기다림이 아닐까.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기다림과 마주할 때면 매번 낯선 이를 만난 것처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스럽고, 조바심이 난다. 더욱이 정해진 시한도, 결과도 모르는 기다림이라면 그것은 때로 고통이 된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다보면 차라리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까지 치닫는다. 그러나 그 고통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단단함, 마침내 올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그 답이 혹시 마음에 흡족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기다림을 마주하는 방법이자, 동시에 그 분을 더욱 가까이 만나는 길이 아닐까. “매 순간마다의 싸움이고, 평생의 싸움이죠. 그걸 놓고 기도해요. 순종하는 마음을 달라고.”라고 고백하는 배우 김유미에게 기다림은 이미 기쁜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두려움 앞에 단순해질 수 있는 이유
얼마 전, 한 선교단체를 통해 촬영한 단편영화 <창, Window>도 출연 제안을 받고 성사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함께 드라마 작업을 하던 촬영감독이 선교영상을 찍어보자고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상황과 여건이 준비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맞나, 아닌가에 대해서 기도하며 준비했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그냥 물 흐르듯이 진행되도록, 제 마음 또한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기도하면서…. 그런데 일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이 평안했고, 모든 스텝들이 함께 기도하며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영화 <창, Window>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한 여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기던 중 창문에서 십자가 형상을 발견하고, 십자가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녀는 절망 끝에 선 영혼들을 살릴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제가 연기를 잘해서, 이 영상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영상 안에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시면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기적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 기대 하나로 찍었어요.” 이렇게 그 분 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뢰는 그녀의 배우 생활을 이끌어오는 바탕이었다.
데뷔 시절, 그녀에게 주어지는 배역들은 한결같이 참하고 지고지순한 성품의 여인들이었다. <경찰특공대>의 정단비, <상도>의 채연, <태양인 이제마>의 설이 등 늘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그 사랑을 갖지 못한 채 뒤에서 아파하면서도 헌신하는 역할들이었다. “어차피 제 안에 있는 것이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안에 그런 면들이 조금씩은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제 안에 너무나 많은 것을 주셨다고 자부하거든요. 하나님께서 내 안에 우주를 허락하셨다고 믿기 때문에, 제 좌우명이 ‘우주처럼 생각하고,
별처럼 표현하자’예요.” 관객들에게 고정되어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술집 여종업원으로 등장해 추격전을 벌이는 <형사 공필두> 민주 역과 조선소의 현장 노동자로 분한 <종려나무숲>의 화연 등 새로운 역할을 시도할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 “제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안에서의 일이라고 믿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항상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구하죠. 때로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그걸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담대해지고,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현장 노동자로 분한 <종려나무숲>의 화연 등 새로운 역할을 시도할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 “제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안에서의 일이라고 믿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항상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구하죠. 때로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그걸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담대해지고,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내려놓고, 자유를 얻다 때로 그 분께 모든 걸 맡긴다고 말하면서도 나의 욕심이 그 분의 뜻을 앞설 때가 있다. 두 눈 딱 감고, 귀 닫고 그저 한 번만 내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때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생이 확 달라질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갈등의 때가 더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그 때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왔을지 궁금했다. “정말 극단적으로 제가 영적으로 타격을 받을 만한 역할은 아직 들어온 적이 없어요. 그런 때가 오면 하나님께 또 물어보겠죠. 사실 연기자의 길을 걷다보면 정말 너무 보암직 하고, 먹음직한 것들이 많아요.” 데뷔 초, 그녀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부렸었다. 여러 일을 겹쳐서 하기도 하고, 드라마다 영화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축복으로 여겼다. 분명 그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지만 지금은 일을 보는 관점이 좀 달라졌다며, 얼마 전에 큐티를 하면서 감명 깊게 읽었다는 ‘아라비아 종마’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예언자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종마를 찾아내려고 세상을 두루 다니며 백 마리의 암말을 골랐어요. 그리고는 말들을 가두어 놓고 먹을 것은 풍족히 주는 대신 물은 주지 않았죠. 말들이 목이 말라 미칠 지경이 되도록 가두어 놓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구간의 문을 열었어요. 해방된 말들이 눈앞에 보이는 물가를 향해 신나게 내달렸는데, 거의 물가에 다다랐을 쯤 예언자가 뿔 피리를 힘차게 불었어요. 멈춰서라는 표시였던 거죠. 그러자 달려가던 백 마리의 말 중 네 마리만 멈춰 섰대요. 그 네 마리의 말이 최고의 종마인 거죠.” 덧붙여 자신이 묵상했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나는 과연, 나의 성공이나 욕망이나 정말 뭔가 갈구하는 것들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거기 멈추라고 하셨을 때 멈출 수 있는가 생각했어요. 어떤 방법으로든 더 성공할 수 있고, 더 유명해질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죠. 그런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를 생각하면 내려 놔야 하는 게 있어요. 또 그렇게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다른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거라고 믿어요.”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평소에 이런 묵상을 해두지 않으면 정말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분별력이 없어질 것 같다며 웃는다. 그녀에겐 그 분에게서 오는 것은 모두 선한 것이며, 그 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두터운 믿음과 신뢰가 있는 듯하다.
일상이 되어 가는 신앙의 습관
그렇게 그 분을 신뢰하게 되기까지 있었을 수많은 믿음의 고비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저도 이렇지 않았어요. 일이 터지고 나면 물어보다가 이제는 미리 물어봐서 일을 좀 방지하자는 생각으로. 너무 큰 일이 터지면 수습하는데 오래 걸리더라고요. 어떻게든 수습은 해주시는데…. 하하.”하며 큰소리로 웃는다. 지금은 교회 찬양대로 섬기며, 예배시간을 설렘으로 기다리는 그녀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못해’를 외치던 ‘모태’ 신앙인이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는 나갔는데, 나서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조용히 멀찌감치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조금 아웃사이더였다고 할까. 그런데 희한하게 성극 같은 걸 할 때는 앞에 나서서 잘 했어요. 저는 교회에서 제 끼를 발견하고, 연기자의 길을 확신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은 멀리 떨어져, 세상에 한 발 담그고 바라보던 그 분을 뜨겁게 만난 건 2006년 무렵. 홍보대사로 있는 ‘월드투게더’를 통해 에티오피아를 갔던 것이 계기였다.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물론 그동안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기아 문제라든가, 그 나라의 형편을 보긴 했지만 직접 가서 보고 체험을 하니까 굉장히 충격적이더라고요.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홀로 기도를 하면서 방언을 받고, 성령체험을 하게 됐죠.” 그동안 막연하게 두렵고 떨리던 하나님이 자신을 기다려주시고, 불러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하나님을 알게 되고 나서는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보물로 여겨지고, 큐티 시간을 통해 그분의 음성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단다. “제게 목표가 있다면, 영적인 좋은 습관을 기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가할 때나 바쁠 때나 항상 그 습관이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조금만 편해지면 마음이 달라지는 걸느껴요. 그래서 더 습관을 들이고 싶어요.” 그렇게 매일의 일상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며 그녀는 배우로서 새로운 꿈들을 꾸게 됐다.
서울기독교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섬기는 기쁨
먼저 그가 서 있는 자리, 대중문화에 대한 꿈이 생겼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고난과 고통을 다룰 수도 있지만, 저는 용서, 화해, 사랑 등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작품이 성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얼마 전, <찬란한 유산>이 사랑받았던 것처럼요. 그런 메시지를 담는 것은 상업영화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희망을 주고, 웃음을 주고, 유쾌한 작품들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이슈화 되고, 흥행이 되려면 더 말초적인 자극이 필요하고, 용서보다는 철저하고 통쾌한 복수를 그려야 하는 것이 하나의 룰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과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선교영상을 찍었고, 서울기독교영화제 홍보대사도 맡게 되었다고. “이번 서울기독교영화제도 많이 기대가 돼요. 단편영화지만 저도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관객들이 예수님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예비하고 계시고, 새로운 사람을 붙여주시고, 교감하게 하세요. 나를 사용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니까, 내 몫이 아니니까, 다만 그분이 어떻게 사용하고 역사하실지 기대만 할 뿐이에요.”하고 평온한 웃음을 짓는다.
먼 훗날 그 분을 뵈었을 때, “유미야. 내가 너를 창조한 목적대로 살았구나. 내가 너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때, 그렇게 살라고 불어넣어준 거였어.”라고 말씀하신 후에 꼭 껴안아 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배우 김유미. 얼굴을 마주한 시간 내내 삶에 녹아난 신앙으로 모든 이야기를 이어갔던 그녀의 힘은 그 분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신앙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는 삶. 내가 너무 많은 짐을 지려고 하기 때문에 두려운 삶이 아닌, 나를 통해 역사하실 그 분을 의지함으로 자유로운 삶이라고 고백하는 그녀의 얼굴이 참, 어여쁘고 화창하다.
글 정미희 | 사진 탁영한
두려움 앞에 단순해질 수 있는 이유
얼마 전, 한 선교단체를 통해 촬영한 단편영화 <창, Window>도 출연 제안을 받고 성사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함께 드라마 작업을 하던 촬영감독이 선교영상을 찍어보자고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상황과 여건이 준비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맞나, 아닌가에 대해서 기도하며 준비했어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그냥 물 흐르듯이 진행되도록, 제 마음 또한 그렇게 되길 원한다고 기도하면서…. 그런데 일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이 평안했고, 모든 스텝들이 함께 기도하며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영화 <창, Window>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한 여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남기던 중 창문에서 십자가 형상을 발견하고, 십자가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녀는 절망 끝에 선 영혼들을 살릴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제가 연기를 잘해서, 이 영상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영상 안에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시면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기적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 기대 하나로 찍었어요.” 이렇게 그 분 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뢰는 그녀의 배우 생활을 이끌어오는 바탕이었다.
데뷔 시절, 그녀에게 주어지는 배역들은 한결같이 참하고 지고지순한 성품의 여인들이었다. <경찰특공대>의 정단비, <상도>의 채연, <태양인 이제마>의 설이 등 늘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그 사랑을 갖지 못한 채 뒤에서 아파하면서도 헌신하는 역할들이었다. “어차피 제 안에 있는 것이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안에 그런 면들이 조금씩은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제 안에 너무나 많은 것을 주셨다고 자부하거든요. 하나님께서 내 안에 우주를 허락하셨다고 믿기 때문에, 제 좌우명이 ‘우주처럼 생각하고,
별처럼 표현하자’예요.” 관객들에게 고정되어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술집 여종업원으로 등장해 추격전을 벌이는 <형사 공필두> 민주 역과 조선소의 현장 노동자로 분한 <종려나무숲>의 화연 등 새로운 역할을 시도할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 “제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안에서의 일이라고 믿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항상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구하죠. 때로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그걸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담대해지고,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현장 노동자로 분한 <종려나무숲>의 화연 등 새로운 역할을 시도할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 “제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모든 것이 다 하나님 안에서의 일이라고 믿고, 시나리오를 볼 때도 항상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분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구하죠. 때로는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그걸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실 거라고 믿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담대해지고,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내려놓고, 자유를 얻다 때로 그 분께 모든 걸 맡긴다고 말하면서도 나의 욕심이 그 분의 뜻을 앞설 때가 있다. 두 눈 딱 감고, 귀 닫고 그저 한 번만 내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때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생이 확 달라질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갈등의 때가 더 자주 찾아오지 않을까. 그 때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해왔을지 궁금했다. “정말 극단적으로 제가 영적으로 타격을 받을 만한 역할은 아직 들어온 적이 없어요. 그런 때가 오면 하나님께 또 물어보겠죠. 사실 연기자의 길을 걷다보면 정말 너무 보암직 하고, 먹음직한 것들이 많아요.” 데뷔 초, 그녀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부렸었다. 여러 일을 겹쳐서 하기도 하고, 드라마다 영화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축복으로 여겼다. 분명 그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지만 지금은 일을 보는 관점이 좀 달라졌다며, 얼마 전에 큐티를 하면서 감명 깊게 읽었다는 ‘아라비아 종마’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예언자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종마를 찾아내려고 세상을 두루 다니며 백 마리의 암말을 골랐어요. 그리고는 말들을 가두어 놓고 먹을 것은 풍족히 주는 대신 물은 주지 않았죠. 말들이 목이 말라 미칠 지경이 되도록 가두어 놓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구간의 문을 열었어요. 해방된 말들이 눈앞에 보이는 물가를 향해 신나게 내달렸는데, 거의 물가에 다다랐을 쯤 예언자가 뿔 피리를 힘차게 불었어요. 멈춰서라는 표시였던 거죠. 그러자 달려가던 백 마리의 말 중 네 마리만 멈춰 섰대요. 그 네 마리의 말이 최고의 종마인 거죠.” 덧붙여 자신이 묵상했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나는 과연, 나의 성공이나 욕망이나 정말 뭔가 갈구하는 것들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거기 멈추라고 하셨을 때 멈출 수 있는가 생각했어요. 어떤 방법으로든 더 성공할 수 있고, 더 유명해질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죠. 그런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를 생각하면 내려 놔야 하는 게 있어요. 또 그렇게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다른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거라고 믿어요.”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평소에 이런 묵상을 해두지 않으면 정말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분별력이 없어질 것 같다며 웃는다. 그녀에겐 그 분에게서 오는 것은 모두 선한 것이며, 그 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두터운 믿음과 신뢰가 있는 듯하다.
일상이 되어 가는 신앙의 습관
그렇게 그 분을 신뢰하게 되기까지 있었을 수많은 믿음의 고비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저도 이렇지 않았어요. 일이 터지고 나면 물어보다가 이제는 미리 물어봐서 일을 좀 방지하자는 생각으로. 너무 큰 일이 터지면 수습하는데 오래 걸리더라고요. 어떻게든 수습은 해주시는데…. 하하.”하며 큰소리로 웃는다. 지금은 교회 찬양대로 섬기며, 예배시간을 설렘으로 기다리는 그녀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못해’를 외치던 ‘모태’ 신앙인이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는 나갔는데, 나서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조용히 멀찌감치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조금 아웃사이더였다고 할까. 그런데 희한하게 성극 같은 걸 할 때는 앞에 나서서 잘 했어요. 저는 교회에서 제 끼를 발견하고, 연기자의 길을 확신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은 멀리 떨어져, 세상에 한 발 담그고 바라보던 그 분을 뜨겁게 만난 건 2006년 무렵. 홍보대사로 있는 ‘월드투게더’를 통해 에티오피아를 갔던 것이 계기였다.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물론 그동안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기아 문제라든가, 그 나라의 형편을 보긴 했지만 직접 가서 보고 체험을 하니까 굉장히 충격적이더라고요.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홀로 기도를 하면서 방언을 받고, 성령체험을 하게 됐죠.” 그동안 막연하게 두렵고 떨리던 하나님이 자신을 기다려주시고, 불러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하나님을 알게 되고 나서는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보물로 여겨지고, 큐티 시간을 통해 그분의 음성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단다. “제게 목표가 있다면, 영적인 좋은 습관을 기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가할 때나 바쁠 때나 항상 그 습관이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조금만 편해지면 마음이 달라지는 걸느껴요. 그래서 더 습관을 들이고 싶어요.” 그렇게 매일의 일상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며 그녀는 배우로서 새로운 꿈들을 꾸게 됐다.
서울기독교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섬기는 기쁨
먼저 그가 서 있는 자리, 대중문화에 대한 꿈이 생겼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고난과 고통을 다룰 수도 있지만, 저는 용서, 화해, 사랑 등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작품이 성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얼마 전, <찬란한 유산>이 사랑받았던 것처럼요. 그런 메시지를 담는 것은 상업영화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희망을 주고, 웃음을 주고, 유쾌한 작품들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이슈화 되고, 흥행이 되려면 더 말초적인 자극이 필요하고, 용서보다는 철저하고 통쾌한 복수를 그려야 하는 것이 하나의 룰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가 되고,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과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선교영상을 찍었고, 서울기독교영화제 홍보대사도 맡게 되었다고. “이번 서울기독교영화제도 많이 기대가 돼요. 단편영화지만 저도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관객들이 예수님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예비하고 계시고, 새로운 사람을 붙여주시고, 교감하게 하세요. 나를 사용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니까, 내 몫이 아니니까, 다만 그분이 어떻게 사용하고 역사하실지 기대만 할 뿐이에요.”하고 평온한 웃음을 짓는다.
먼 훗날 그 분을 뵈었을 때, “유미야. 내가 너를 창조한 목적대로 살았구나. 내가 너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때, 그렇게 살라고 불어넣어준 거였어.”라고 말씀하신 후에 꼭 껴안아 주셨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배우 김유미. 얼굴을 마주한 시간 내내 삶에 녹아난 신앙으로 모든 이야기를 이어갔던 그녀의 힘은 그 분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신앙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는 삶. 내가 너무 많은 짐을 지려고 하기 때문에 두려운 삶이 아닌, 나를 통해 역사하실 그 분을 의지함으로 자유로운 삶이라고 고백하는 그녀의 얼굴이 참, 어여쁘고 화창하다.
글 정미희 | 사진 탁영한
김유미가 추천하는 영화 _ 미션
“우선 영화의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어서 순교까지 하는, 바로 그런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순교자들의 피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들을 떠올리며 볼 때마다 감동이 더하다.”
“우선 영화의 배경음악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어서 순교까지 하는, 바로 그런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순교자들의 피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들을 떠올리며 볼 때마다 감동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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