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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아티스트 장윤주 l 소녀, 천의 표정을 입고 날아오르다


누군가 인생이란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숨길 좋아하는 사람이건, 드러내길 좋아하는 사람이건 상관없이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방법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타인의 시선이 나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 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진짜 나를 보여준다는 것은 항상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렇게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일도,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친밀함이라는 관계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 관계 속에서 진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나를 지으신 이의 보이지 않는 의도까지 모두 신뢰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 분이 지으셨기에 자신은 아름다운 존재이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신뢰…. “하나님이 특별하게 더 훈련하시고, 단련하셔서 사용하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하게 기름 부은, 사랑하시는 사람.” 이라고 고백하는, 진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장윤주를 만났다.

자신감으로 뛰어넘다
하늘하늘한 워킹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녀는 순식간에 특유의 친화력으로 좌중을 압도하고, 사진기 앞에서는 슬쩍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냈다. 사진기로 한 단계 필터링 된,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포즈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힘에 압도된다. ‘아, 이래서 모델이구나.’라는 너무나 당연한 감탄사가 스쳐지나간다. 비로소 모델 장윤주를 만났다는 것이 실감났다고 할까? 그렇게 한국의 탑모델 장윤주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버리게 하더니, 금세 개구쟁이 표정으로 돌아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릴 때 저에게 모델은 왠지 모를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가수보다 모델이 더 되고 싶었죠. 어머니를 긴 시간 설득해서 학원에 등록했어요. 보통 6개월 정도의 수업과정을 거치는 데, 저는 2년 반 정도 학원을 다녔죠. 저 같은 동양적인 얼굴보다는 서구적인 얼굴을 원하던 때였거든요. 모델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앞을 알 수 없었던 침묵의 시간. 그녀는 워킹은 물론 무대매너와 표정 등을 익혔고, 수없이 많은 패션잡지들을 보며 감각을 키워갔다. “엄마와 함께 매일 기도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시대가 바뀌었죠. 저를 위해서(하하).” 패션계의 새로운 흐름을 타고 그녀는 차세대 모델 아이콘으로 발돋움했고, ‘대한민국의 모델은 장윤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제 캄캄한 어둠과도 같았던 그 시간들이, 하나님께서 더 크게 쓰시기 위해 준비시키신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데뷔하기 직전, 하나님과 너무 뜨거울 때였어요. 자신감이 있었죠. 나는 하나님의 딸이니까. 내가 무슨 백이 필요 있어, 하나님이 계신데.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 자신감으로 17살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한 그녀는 워킹만 할 줄 아는 모델이 아닌 준비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모델로 패션사진가들 사이에 베스트 모델로 손꼽히게 됐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은 그녀에 대해 “개성 있는 마스크에 작지만 서양모델만큼 훌륭한 프로포션(비율)의 몸, 거기에 자신감 넘치는 파워풀한 워킹과 포즈. 이것이 무대 위에서 자신보다 키가 큰 다른 모델들보다 그녀를 더 돋보이게 한 이유다.” 라고 평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좌절을 안겨 줄 수 있었던 조건들이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빛날 수 있게 한 이유가 된 것이다.



나의 노래를 기뻐하시는 분
하나님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몸과 함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감각을 동시에 주셨다. “ 감각도 그렇고, 감성도 그렇고. 어떤 경우에는 둘 중 하나만 있어서 너무 치우치는 경우도 있는데 저에게 두 가지를 많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할 일이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런 감각과 감성으로 그녀는 지난해 자신의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을 내기 위해 7년 간 준비했고, 전곡을 작사, 작곡하는 재능을 보여줬다. “앨범을 내면서도 내가 내는 것 맞나 하는 생각들 많이 했는데. 하나님이 하게 하셨으니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모든 곡을 쓰게 하셨으니까…. 모델 일도 그렇지만 제 힘으로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작업이었고….”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며 자신이 가진 음악적 끼를 발견했다.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이 주신 악보를 받아보며 음악에 대한 신비로움을 처음 느꼈다고.
“앨범을 내고 활동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버려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완벽주의거든요. 음악은 신인인데 모델처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처음이니까 하다보면 제가 좀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너는 탑모델이잖아.’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무대도 신인이 아닌 프로 모델만큼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게 너무 열정을 넘어선 욕심이 되어서, 감당이 되질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그 분이 주신 재능을 가지고 좀 더 완벽하게 일하고자 하는 욕심이 그를 지치게 했다. “일하는데 있어서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질 때가 있어요. 세상에서 우리가 배운 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게, 사람들에게 벽을 만들지 않고 다가간다는 게 힘든 것 같아요. 하나님하고 했던 약속들을 잊어버리고 저에게 초점을 맞출 때가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다. 매일의 삶 가운데 자신을 낮추고, 그분을 뜻을 드러내는 일은 참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런 그녀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놓으셨다. “이번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왜 이렇게 제가 음악을 하려고 하나요? 이거 안 해도 되는데 왜 나는 지금 이걸 하고 있나요?’라고 물었죠. 그 때 하나님이 주셨던 마음은, 제가 노래를 하고 있을 때 하나님이 너무 기뻐하신다는 거였어요. 공연 전에 그걸 깨달아서 다행이었어요. 제가 노래를 잘 부르던, 못 부르던 하나님이 저의 노래하는 모습을 즐거워하세요. 그래서 이후에 공연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끝낼 수 있었어요.” 하나님이 내 모습 그대로를 즐거워하신다는 것 자체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삶의 위로가 되었다.

열정으로 구하다
그녀는 16살 때 스스로 교회를 찾아가 하나님을 만난 어머니의 신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삶의 고비마다 함께한 어머니의 기도와 축복은 그녀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다. “모델을 시작하고 4~5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주일만 지켰지. 어둡고 세상적인 삶이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일을 하면서 많은 문화를 접하게 되는데, 그 문화들이 하나님 앞에서 어긋난 것들이 많잖아요.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이 나라의 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거 되게 괜찮네.’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렇게 일과 신앙 사이에 괴리감을 느낄 때에도 그녀는 그 분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사실만은 놓지 않았다.
“저는 기도할 때도 하나님께 복을 굉장히 많이 구하는 편이에요. 열정이 많고, 욕심이 많아서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교회 일도, 저건 내가 해야 해. 저건 내가 하면 잘할 거라는 생각도 많아요. 욕심만 많으면 안 되지만. ‘하나님께 이것을 주셔야 합니다. 제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입니다.’라는 기도를 하곤 해요. 장자의 축복을 갈망했던 야곱처럼 복 받기를 원해요.” 열정과 욕심이 많은 만큼 하나님께서 재능을 많이 주셨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두려울 때도 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장윤주라는 사람을 신뢰하실까? 어떤 일을 맡겼을 때, ‘얘는 믿을만한 사람이야’라고 말씀하실까? 충성된 종일까란 생각을 해요.” 주신 것들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기에, 그녀는 나누는 법도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을 대변하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단독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품게 된 새로운 꿈이 바로 그것. “공연을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예매를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정말 99%가 여자인 거예요. 제가 썼던 <스타일북>도 여성을 위한 책이었고, 남성보다 여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죠.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장윤주 닷컴’도 문을 연지 2달 정도 됐는데, 가입을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 여자에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가 제일 많고, 그 다음에가 저 정도의 나이. 30살, 그 위가 2번째인 거예요.” 그렇게 여성들의 지지를 확인한 후 그 전부터 있었던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그 첫 걸음으로 얼마 전부터 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여성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기부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고. “이렇게 여성들을 위한 일들이 계속 내가 해야 할 일 같고, 왠지 모르게 애착을 갖게 돼요. 여성들을 위해서 앞으로 뭔가 더 구체적으로 제가 대변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한 텔레비전 토크쇼에서 한비야 씨가 오지를 돌아다니며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듣다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 한비야씨를 통해 새로운 열정과 도전의 마음이 생겼다는 그녀의 아름다운 고백이 ‘그녀의 내일’을 꿈꾸게 한다.

그녀는 지난해 말, 한 시사 잡지에서 선정한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 1위’로 뽑혔다. 지금껏 그녀를 잘 몰랐다고 해도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그녀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꺼지지 않은 뜨거운 열정과 살아있는 에너지로 자신이 가진 감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장윤주. 그것이 하나님을 미소 짓게 하고, 우리에게는 반가운 편지가 되어 삶의 소박한 기쁨이 되어줄 것이라는 설레는 기대를 품어본다.   글 정미희 | 사진 탁영한

장윤주가 추천하는 책 _ 믿음의 계단

케네스 E. 해긴|믿음의 말씀사
믿음은 근본이 되시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완전한 신뢰에서 시작한다고 보고 있으며, 믿음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해주고 있는 책.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승리와 실패의 차이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 책에 담긴 스물여섯 가지 가르침은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믿음의 역사, 즉 역사하는 믿음을 얻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