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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다름을 감싸 안는 가족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딱
울리는 대가족이다. 4대가 함께 애면글면 살아가는 이 가족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만치 않은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가장 윗세대인 할머니는 남편의 외도로 십수 년간 홀로 아들 셋을 키웠고, 첫째 아들은 사별로 재혼가정을 꾸렸다. 마흔이 넘도록 철이 안든 막내아들은 온갖 사고를 몰고 다니고, 각기 개성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첫째네도 하루에도 몇 번씩 동이 난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모든 갈등이 사랑으로 귀결되는 힘이 있다. 가족이라는 름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용서하지 못할 들도 없는 것이 김수현표 가족드라마의 미덕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가족에게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찾아왔다.

가족 안으로 들어온 동성애
어서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기만 바랐던 째 내외의 장남 태섭(송창의 분)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혼 재촉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경수(이상우 분)라고 말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태섭은 동생 초롱(남규리 분)에게 둘 사이를 들키자 마침내 커밍아웃을 하기로 결심한다. “더 이상은 거짓말로 못살겠어요. 차라리 털어놓고 죽도록 매를 맞든, 쫓겨나든, 그래야 겠어요”라고 고백하는 아들 앞에서 계모 민재(김해숙 분)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지만, 이내 “혼자 얼마나 힘들었냐”며 손을 맞잡고 같이 울어준다. 아들 이야기를 전해들은 남편 병태(김영철 분) 역시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 내 집일인 줄은 몰랐다"며 가슴을 치고 운다. 혹시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닐까 안타까워하는 부부는 “엄동설한에 우리 애 빨개 벗겨 세워두지 말자. 바람막이 쳐주고 난로가 돼주자”며 한없이 태섭을 감싼다. 자식의 다름이 가슴 아플 뿐인 병태 가족과는 반대로 경수의 가족은 아들의 동성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이혼한  처와 재결합하여 조용히 살아줄 것을 끊임없이 회유한다. “단 한번 이라도 제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어요?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미안한지, 얼마나 비참한지…. 엄마는 엄마 말, 엄마 생각말곤 아무것도 상관없죠! 어떻게 하면 엄마한테 내가, 괴물이 아닐 수 있어요, 예?”라고 울부짖는 아들에게, 고아로 살라는 말을 던질 뿐이다. 그간 드라마를 통해 남녀간의 애정에 묶여, 소재 정도로 활용되던 동성애가 가족 안의 문제로 확장되어 드
러나고 있는 것이다.

다름에 대한 더 폭넓은 포용
이 드라마는 병태 가족과 경수 가족의 반응의 차이와 함께 병태 가족 중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병걸(윤다훈 분), 수일(이민우 분)처럼 동성애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지금 이시대에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세련되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한다는 것이다. “토론할 가치도 없”는 일이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비인간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아닐까. 동성애를 다름의 차이를 뛰어넘어 가족애로 감싼 것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른 가족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은 아름다워>시청자게시판 역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입장과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비판하는 두 입장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일부 시청자들의 민원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족화합의 소재며, 동성애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의규정에 위반될 사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성애를 단순한 구분짓기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 가족 일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의미가 있다. 글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