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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성장점 자극 버라이어티 스트레칭 17가지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이동진 외 | 사회평론

이력들이 대단하다. 필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서있는 위치도 다 부지다. 방송계에서 금융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17가지 목소리. 명문대 꼰대가 해주는 말이 다 그렇지 뭐~ 이런 비아냥거리는 애티튜드는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순종적인 양처럼 굽실대면서 속으로 웅얼거리는 뇌까림도 자제하자. 기성세대의 그렇고 그런 진로 지도서가 아니니까. 읽는 독자들도 교실 안에서만 배양되고 있는 학생들이 아니니까. 이 글을 받는 사람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대학교 1~3학년쯤)으로 설정되어 있다. 너무도 많은 길 앞에서 주저하고 승자독식체제에 자신 없어 하는 인문학 후배들에게 자신들이 왜 인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지, 대학생활 4년 동안 배운 인문학이 앞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사회에 발 딛고 걸어 나간 세월만큼의 족적을 담았다.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연배의 그네들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우리보다 먼저 퍽퍽했던 삶을 살아낸, 현장감 담긴 조언이기 때문일 거다.
각기 다른 충고에 일관되게 흐르는 내용이 하나 있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곧 사회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사회생활도 매끈하게 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하는 학문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다른 어떤 학문보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일러주고 있다. 사회과학이나 이공학 같은 실용주의 학문은 기술 습득으로 사회에 진출할 때 당장의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 그러니 자신에 대한 확신을 지킬 것.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비웃지 말 것. 눈을 들어 멀리 보고 타인의 삶을 기웃거리지도 말고 휘둘리지도 말 것. 내 인생을 지탱하는 척추인 인문학을 더욱 꼿꼿하게 세울 것. 다양한 스펙트럼 저자들이 각자가 서 있는 상황에 맞게 오늘을 사는 근심 많은 청춘들의 성장점을 눌러준다. 성장점 자극 버라이어티 스트레칭 17가지에 따라 우린 죽을 때까지 자랄 거야!  글 홍신혜

산마루 묵상

이주연 | 생각을담는집

땡볕아래 일하고 있다 보면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가 그렇게 시원하고 반가울 수 없다.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여름에 산마루의 청아한 바람을 담은 책이 도착했다. CBS라디오에서 새벽마다 ‘산마루 묵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주연 목사의 묵상집이 바로 그것. 애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1500여 개 서신 중 깊은 공감을 자아낸 100여 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책표지가 그렇듯 디자인과 내용도 단아하고 청초하다. 짧으면서도 간결한 묵상 한 편 한 편이 마음속에서 쉬이 빠져나가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가 동심원을 이루며 나이테처럼 쌓여간다. 하루해가 무척 긴 지리한 여름, 산마루에서 온 새벽공기 한 모금에 청량한 새벽이 폐포에 알알이 맺힐 것이다.
모든 묵상집 섭취가 그렇듯 읽은 시간보다 그 글을 음미하는 시간을 더 마련할 것. 또한 하루의 시작인 새벽(이 어렵다면 아침)에 한 귀를 꾸욱 막고(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도록) 고요하게 한 편씩 읽을 것.


새벽의 나나
박형서 | 문학과지성사

기묘한 암흑의 냄새, 위태롭고도 불길한 조화, 어지럽게 배치된 낯선 구조 건물. 표지만으로도 태국 수쿰빗 지역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환각. 그렇다면 서 있는 인물은 ‘나나’인 걸까? 아니다. 어감이 주는 첫인상과는 달리 사람이 아닌 태국의 ‘나나’역. 페이지를 펼치며 입장하니 나나역을 중심으로 방사로 뻗어있는 매춘의 거리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지면에 자수를 놓은 듯한 촘촘한 묘사가 우리를 낯선 소이식스틴(16번 골목)거리에 머물게 한다. 이국의 낯선 지역이 이토록 생생한 건 2년여에 걸친 작가의 현장 취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토록 세밀한 무대에 여행자, 커튼 판매상, 마약상, 마약중독자, 일급 매춘부에서 최하위 매춘부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체취를 풍기며 거미줄치듯 방사형의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어떤 시선에 사로잡힐지는 우리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