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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람과 사람

하나님과 화음을 이루다 ㅣ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

‘BLUE NOTE’는 1939년 창립되어 미국 재즈의 신화를 이어온 재즈 전문 레이블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델로니어스 몽크 등 수많은 현대 재즈의 거장들이 모두 블루노트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은 한국인 최초로 블루노트 레이블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한국 재즈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음악가다. 존 패티투치 등의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연주했던 4장의 음반에 이어서 이번에는 신앙이 담긴 음반, <i am Melody>를 들고 나왔다. 자유로운 재즈 선율을 타고 흐르는 그의 삶과 신앙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이재윤 | 사진 김준영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직접 인도하시는 손길

나얼, 정엽, 이하늬, 장윤주, 서영은, 리사, 박기영, 팀, 정훈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크리스천 가수라는 점이다.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프로듀싱하고 10명의 크리스천 가수들이 함께 만든 음반이 <i am Melody>다. 서로 소속사도 다르고 활동 범위도 다양한 이들이지만 신앙을 중심으로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지휘자 곽윤찬. 그는 지금까지 4장의 음반을 냈지만 그 모든 과정이 <i am Melody>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이번 앨범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수많은 만남이 있었어요.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인생을 건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직접 인도하시는 손길을 느꼈어요.”
<i am Melody>는 찬송가곡으로만 이루어진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음악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세계정상급 음악가들이 연주에 참여하였고, 그래미상을 2번 수상한 폴 브라운이 녹음, 믹싱을 담당한 앨범인 만큼 음악성으로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호감을 얻어 내고 있다.
“음반을 내고 케이블티비 엠넷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어요. 음악가들을 초대해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i am Melody’의 팀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거에요. 보통 일반 방송국에서는 찬송가 같은 종교적 음악을 방송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담당 PD는 비기독교인이었는데 음악이 너무 좋으니 그런 부분은 걱정 말고 꼭 출연해줄 것을 부탁하는 거예요. 참 신기하면서도 감사했죠.”
이 날의 인터뷰 후에는 일본 공연을 준비하는 미팅이 있다고 하면서 해외 무대 진출 계획을 이야기한다. 미국, 아시아 등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높은 수준의 음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다. 이번 음반이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i am Melody>의 2집도 벌써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음악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작업하는 예술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공영방송 등 공적인 영역에서 그러한 종교적 색채를 띤 작품이 소개되는 것이 쉽지 않은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곽윤찬의 이번 음반은 음악성으로 정면승부를 할 때 오히려 일반 대중들이 편견 없이 좋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좋은 예라 하겠다.

우리와 삼위일체 하나님이 함께 부르는 노래
5살부터 피아노를 쳤다는 그는 명실상부한 음악 엘리트이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를 전공하고 한국인 최초로‘EmArCy’Record, ‘Bluenote’등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으며 2001년 국내 재즈연주음반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음악을 할수록 그 안에 내재된 하나님의 섭리를 느낍니다. 특히 재즈는 기독교사상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죠. 음악 안에는 하나님의 질서와 섭리가다 들어 있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압도된다는 느낌이죠.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에요. 즉흥성이 강조되며 연주자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이 재즈인데, 성경에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클래식 음악이 구약이라면 재즈 음악은 신약인 거 같아요. 그 안에 자유로운 진리가 있죠.”
그는 화성학 이론을 통해 음악 속에 있는 하나님의 질서에 매료되었다.
“음악에 기본이 되는 것이 3화음이에요. 3개의 음이 함께 모여 울릴 때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내죠. 삼위일체 하나님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로마서에는 사람이 핑계치 못하도록 만물에 하나님의 모습이 드러나고있다고 하셨잖아요.”
역시 음악의 대가답게 신앙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i am Melody>라는 음반 제목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인다.
“찬송가는 항상 4성부로 되어 있어요. 4개의 음이 함께 울려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런데 왜 4개일까 생각해 봤어요. 삼위일체 하나님과 나머지 하나는 바로 우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와 삼위일체 하나님이 함께 부르는 노래! 너무 멋지죠. 그런데 하나님은 4성부 중에 우리에게 멜로디를 맡기시는 분이에요. 우리에게 주신 각자 다른 목소리로 찬양하기를 원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i am Melody 라는 것이죠.”
모두 각자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아름다운 역할을 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땅 위에서 복음의 가치로 문화를 변혁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모두 함께 화음을 이루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영감이다.

수많은 것 중에 하나가 음악일 뿐이죠

이번 음반에 참여한 가수 박기영은 대학시절 곽윤찬과 스승과 제자로 먼저 인연을 맺었다가 이제는 같은 신앙 안에서 음악적 교감을 나누며 함께 작업하는 동료 음악인이 되었다. 요즘 기독
교문화사역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참 많다. 음악을 포함하여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더니 약간은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음악은 사실 별거 아니에요. 너무 중요시 할 필요도 없죠. 음악을 하니까 꼭 음악으로 찬양만 해야 한다, 교회봉사를 해야 한다, 이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수많은 것 중에 하나가 음악일 뿐이죠. 진정한 찬양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부터 왔다는 고백입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죠.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이루어진 학문과 일임을 인정하면 그것이 찬양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음악을 하는 사람은 좋겠다라는 말을 들어요. 항상 찬양도 할 수 있고 말이죠. 하지만 음악은 그 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음악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말은 역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교약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주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 재주를 자랑하지 않으므로 도리어 서툰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특별히 음악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찬양하는 순간 내 앞에 커튼이 드리어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무대에 선다면 그것이 바로 찬양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들어설 정도의 완성을 이루어 내고 그 후에는 그것을 초월하여 자유로울 수 있는 모습. 화려하고 자유로운 재즈의 선율 속에 숨겨진 인생의 교훈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신앙에 대해 그리 대단할 게 없다고 말한다. 단지 교회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을 내가 해보자는 정신으로 봉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다소 소박하게 말한다. 이번 음반의 수익금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국내에 세워지는 교회를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외국에 단기선교를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 안에 있는 많은 수의 보내주신 외국 사람을 전도해서 잘 양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존 맥아더의 책을 좋아한다는 그는 복음을 전하는 것에 강한 비전을 소유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복음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는 음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명 크리스천 가수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음반<i am Melody>.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은 그 음반에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음악 인생과 신앙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 음반이 작은 횃불이 되어 큰일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는 그의 말처럼, 이 시대에 복음의 가치가 담긴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넘쳐나기를 소망해 본다.

모델 장윤주가 담백하게 부르는 ‘오 신실하신 주’, 미스코리아출신 이하늬가 감미롭게 부르는 ‘하늘 가는 밝은 길이’,  R&B가수 나얼이 부르는 ‘완전한 사랑’, 그밖에도 서영은의 ‘빈들에 마른 풀같이’, 박기영의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등을 Jazzy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Jazzy하게 하나님을 한 목소리로 부른 그들의 노래, 아이 엠 멜로디. 부드럽게 하나님 속으로 빠져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