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그루의 나무가 오랜 시간 한 곳에서 자라 제법 푸른빛을 내며 서 있다. 홀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뿌리는 나무의 잎이 펼쳐진 것보다 더 넓게 땅 밑 뿌리로 연결되어 호흡하고 있다. 펼쳐진 줄기는 대기와 만나고, 피어난 꽃은 여러 시선과 만나고, 깃드는 살아 숨 쉬는 여러 활동체와 만난다. 이렇듯 나무 하나로 주변은 활기가 돋고, 그 활기는 다시 나무에게 전달되어 푸른빛으로 찬연한 오후를 모든 이가 만끽하는 것이다. 글ㆍ사진 김승환, 김준영


지역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성암교회. 성암교회는 정확히 말하면 지역교회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출석의 90% 이상이 주변 지역 사람들이기도 하면서 개척 후 33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한 지역에서 지역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치 오랜 소꿉친구처럼. 그렇게 커오던 성암교회에 8년 전 조주희 목사가 부임하고 나서 한층 푸르러지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지역주민과 소통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삶의 소리를 듣는 데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간 교회주차장으로 활용해 왔던 공간을 비전센터로 건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비전센터 안에 카페와 도서관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최근 많은 교회에서 카페와 도서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암교회는 그 출발이 다른 교회와 조금 다르다. 비전센터를 건축하기 전 성암교회는 1년 2개월 정도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사용했다. 그 준비는 건물을 어떻게 지을까가 아니었다. 사회 복지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회와 사회복지 연구소’라는 기관을 세우고 일일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 시간을 드린 것이다. 지역민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여쭙고, 듣고, 만났다. 그리고 교회의 필요와 시대적 흐름, 교회적 유행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의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살펴 카페와 도서관을 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기에 여타 다른 교회하고 다르게 카페와 도서관의 주 고객은 바로 지역주민이다. 인터뷰 당시에도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지역주민들과 장난치는 아이들로 그야말로 북적북적했다. 인터뷰가 다 어려울 정도였으니. 성암교회는 카페를 사용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워 지켜 나가기로 했다. 첫째는 교회의 행사를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의 분위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또한 특별히 교인들을 우대하지도 않기로 했다. 이름도 철저히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공모하였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바오밥카페와 다섯콩도서관이다. 사실 교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면서까지 카페를 지역에 내놓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주보를 가져다 놓거나교회음악과 설교를 틀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런 교회의 요구들을 정중히 배제했다. 그리고 그 곳에 지역 주민의 필요를 충실히 채웠다. 이런 성암교회의 노력으로 바오밥카페는 지역 주민들에게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워 지역주민의 놀이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지역의 든든한 친구로
또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교회가 지역과 복음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두 번째 노력의 결과는 다섯콩도서관과 방과후 교실로 나타났다. 사실 바오밥카페를 시작하면서 함께 지역주민의 필요를 물으니 독서실이 언급되었다. 교회가 독서실을 운영하는 데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계속 만나면서 도서관과 방과후교실로 의견을 한 데 모았다. 그리고 주일마다 신문을 모아 팔고, 지역 주민에게 기증을 받고, 작은 바자회를 통해서 한 권 두 권 모은 것이 현재 4천여 권에 이르렀다. 교회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도서관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고자 지역 주민의 호흡에 철저히 발걸음을 맞춘 것이다. 지금은 좀 더 세심한 섬김을 위해 도서관네트워킹을 준비 중이다. 도서관의 책을 국립중앙도서관의 분류법을 따르면서 지역의 다른 도서관들과 협력하려는 것이다. 책 한 권을 대여하기 위해 멀리가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연결망을 통해 원하는 책을 손쉽게 손에 쥐어주고 싶은 것이다.
방과후교실은 현재 초등학생 50여명이 교육관에 모여 함께 공부하는데 은평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아 주변의 다른 기관들이 탐방을 올 정도다. 교회의 지원과 헌신된 교사를 통해 학생들이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하고 있다고 하니 이쯤이면 성암교회는 지역 교회로서 그 지역의 든든한 친구로 자리를 잡았다 하겠다.



진정한 필요를 따르는 섬김
그동안 많은 교회들이 복지에 관심을 두고 여러 사업을 진행했지만 어떻게 보면 교회 자신을 위한 복지였을지 모른다. 대개 높은 위치에 서서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왔고 섬김을 받는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고마움을 알아달라는 행색을 취했다. 그러나 성암교회는 지역의 친구가 되는 방법을 택했다. 섬김을 광고하거나 포장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고민하면서 카페 메뉴 하나하나, 책 한 권까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계속해서 성암교회는 카페와 도서관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간을 매개체로 해서 지역사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태여행, 클래식 음악회, 시낭송, 독서대회, 인문학 강의 등을 통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어쩌면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그 지역 교회로서 참다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말이다.
요즘은 일전에 지역구 구청장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일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세상을 떠난 지 15일 만에 발견된 한 할머니의 죽음이 별 대수롭지 않게 읽히는 사회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께 전화로 안부를 여쭙는 일을 할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전화로 시작을 했다가, 다시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여 안부를 묻기로 했다. 그리고는 최근에는 혼자 계신 분께 전화만 하지 말고 반찬을 해서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현재‘ 반찬나누기사역’으로 전환해진심 어린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성암교회는 그들의 필요를 민감하게 느끼고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인 방법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진정한 필요를 가만히 살피면 섬김의 방법은 한껏 나온다고. 지역 주민들이 금방 눈치 챌 수 있는 교회 성장의 도구로서 섬김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성암교회. 진심어린 마음으로 철저히 그들의 진정한 필요에 초점을 맞추고 다가서는 그들의 섬김에서 오히려 예수님의 진한 섬김의 정신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라는 물음에서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물음으로 사역의 초점을 옮기고 교회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리고 그러한 물음 앞에 진지하게 서서 자신의 지역과 교회의 필요에 맞는 사역을 개발하려는 진지함과 세심함을 세상에 보여야 할 터이다. 이렇게 기존교회가 한 지역에서 건강하고 반듯한 역할을 담당하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교회의 희망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성암교회처럼 건강한 지역 교회들이 구석 곳곳에 세워져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갈 날을 꿈꾸어본다.

성암교회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 165-1  l  02-352-1184  l 
www.sach.or.kr

인ㆍ터ㆍ뷰 성암교회 조주희 목사

나에게 가득한 행복을 전하는 겁니다

우선 정말 잘생긴 얼굴인데, 차갑지 않다. 게다가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이렇게 멋있는 목사님이 다 있나 할 정도다“. 제 목회의 사명은 기존 교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교회는 개척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기존 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역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통해 한국 교회의 또 다른 부흥을 바라보는 그는 그 출발점과 완성을 교회의 균형감이라 말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 않고 예배, 교제, 가르침, 섬김, 구제 사역들이 균형 있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암교회가 복지사역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동안 성암교회가 잘하지 못한 섬김의 사역을 다른 사역에 걸맞게 열심을 낸 것이지 복지가 교회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대적으로 유행을 따르거나 유명세를 타는 특정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은 각 지역 교회의 특정한 상황과 형편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예배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배의 다이나믹입니다. 우리의 예배는 드림의 요소보다는 받음의 요소가 강합니다. 모든 예배 순서마다 다 신학적인 의미가 있는데 그것을 균형 있게 강조하기보다 설교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도들은 설교를 듣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헌신의 자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미국에서 2년 동안 회중교회의 예배사역팀에 있었던 그는 매주 달라지는 예배 순서와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하나님과 만나는 교감을 함께 나누려 하는 예배 형식을 보며 진지하게 예배를 고민한 것이다.
받음에서 드림으로 나아가는 예배 예전의 회복을 꿈꾸는 조목사는 예배에 대한 영감 있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제 목회에 영향을 미친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300호 되는 마을인데 명절이 되면 꽹과리를 잘 치는 어르신 집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그림이죠. 처음에는 별로 모이지 않는데 소리가 온 마을에 퍼져나가다 보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다 어느새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춤을 추고 있어요. 목회라는 것은 목사가 앞서서 예수님을 믿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요.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 행복하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애씁니다. 그러면 그 행복을 함께 맛보기 위해 사람이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내 부담스럽지 않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행복한 사람, 조주희 목사. 그가 있어 성암교회가 행복하고 그 지역이 행복해지리라.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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