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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1-02 문 열자, 깃들다

문 열자, 깃들다 4│기업, 영감의 창고를 열다 - NHN 그린팩토리 ‘라이브러리 1’

남미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린팩토리 1층의 라이브러리1Library1은 나처럼 책을 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이땅에 열린 “천국과 같은 곳”이다. 천국 입성은 첫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이 가득 꽂힌, 벽면 크기의 거대한 책장이 들어가는 통로다. 판타지 소설<해리포터>에서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플랫폼’ 벽면을 통과하면 마법 세계로 들어가듯이 라이브러리1 입구의 거대한 책장을 통과하면 ‘천국 같은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다. 자, 천국으로 입장해 보자. 이호은

사람이 책을 읽는 곳
“우와!”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내질렀다. 뭔가 확연히 달랐다. 외부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대학도서관이나 ‘정숙’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동네의 여느 도서관의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입구 근처에서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지식인의 서재’bookshelf.naver.com를 오프라인으로 구현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명사들이 추천한 책들이 여러 개의 책상 위에 한가득 놓여 있었다. 하나 같이 당장 집어 들고 몇 시간을 들여서라도 단물까지 쪽쪽 빨아들이며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이었다. 일단 과학자 정재승의 서재와 소설가 신경숙의 서재를 둘러보며 뷔페에서 맛좋은 음식을 골라 담듯 책 몇 권
을 챙겨들었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널따란 책상에 책을 쌓아두고 아늑한 조명 아래 독서하는 그 맛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기가 막혔다. 아, 진정코 이곳은 나를 위한 천국이야! 암, 그렇고말고.
“라이브러리1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이 주인공인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의 명당자리에 책을 많이 쌓아두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책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공간 경험 SPX팀의 이은재 선임마케터는 라이브러리1의 특징을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도 있고, 책상마다 메모지와 볼펜이 놓여 있어 책을 읽다 갑자기 떠오른 착상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곳곳에 최고 성능의 컴퓨터를 편하게 쓸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면 복사기도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책을 위한 배려’를 빠뜨린 것은 아니다. 책에는 독약에 해당하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도록 채광을 조절하고, 온도와 습도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소장 도서를 섬세한 손길 로 관리하고 있다.


디자인과 정보통신IT전문 도서관

이렇게 좋은 도서관은 NHN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새로 지은 사옥, 일명 ‘그린팩토리Green Factory’의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식을 생산하는 공장’이란 의미의 그린팩토리는 3,000평 대지에 지하 8층, 지상 27층짜리 건물로, 3,000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한다. NHN에서는 라이브러리1을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했다. 누구나 신분증을 맡기면, 열람증을 받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쾌적한 이용을 위해서 열람 인원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하면 곧바로 입장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1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인과 정보통신’ 전문 도서관이라는 점이다. 1층에는 인터넷,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 관련 서적이, 2층에는 건축/인테리어, 일러스트/캐릭터, 그래픽 등 디자인 서적을 구비했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부합하는 전문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디자인과 정보통신 분야의 좋은 책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 굉장히 값이 비싸고, 대형서점에서도 비닐에 쌓여 있어서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는 마음껏 책을 보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이브러리1은 오대양육대주에서 공수해 온 관련 분야의 양서들을 총 2만 권 가량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4-5년 내에는 장서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나눔을 공간에 담아 열다
라이브러리1은 ‘유대인 도서관’처럼 두 사람 이상 함께 앉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 배치까지 나눔과 소통의 가치를 공간 안에 듬뿍 담았다. 공간 배치와 그 안의 콘텐츠 하나하나에도 가치가드러날 수 있게 마음을 기울인 NHN의 라이브러리1. 이렇게 공간을 외부인과 나누어 쓰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것일까. “NHN은 ‘플랫폼platform’, 기반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회사라 할 수 있죠. 온라인의 플랫폼은 많은 유저들이 와서 이용해야 가치가 생깁니다. 이런 개념을 새로 짓는 사옥의 공간에 십분 활용하기로 하고 확장을 결정했습니다. 그 수단으로 ‘지식을 담는 그릇’인 책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회사 내부에서도 쉽게 호응을 얻었고요. 그래서 도서관도 개방하게 된 것이죠.” 이쯤 하니 NHN에서 펼치는 ‘북리펀드,’ ‘지식인의 서재,’ ‘우리학교마을도서관’ 건설 등 책과 연결된 사회공헌 사업이나 ‘나눔 글꼴 사업’ 등을 꾸준하게 시행해온 것도 떠올랐다. 커다란 기업의 가치부터 사소한 배치 하나까지도 지식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라이브러리1의 공간은 이미 한 기업의 공간을 넘어선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적 공간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나눔의 정신’을 계속 이어 라이브러리1이 ‘죽은 듯 정숙한’ 도서관이 아니라 누구나 드나드는 ‘활기차게 살아있는’도서관으로 활짝 열기를 바란다.

library1.nhn.com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1 NHN 그린팩토리 1층  ㅣ 031-784-4898
첫·셋째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