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돌베개
화성에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를 운영하는 한 목사님은 화내는 게 일이었다. 자기 권리 못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화내고,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공무원들한테 화내고, 두말할 것 없이 악덕 기업주들에게도 화내고. 그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으며 자연스레 예수님이 떠올랐다. 성전 앞에서 희생제물을 파는 장사치들과 환전상들의 판을 엎어 버리신 예수님의 분노가. 그것은 단순히 그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 판을 허락한 제사장들을 향한 것이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희생제물을 사고 돈을 바꿔야 했던 가난한 예배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런 예수님의 분노는 그 이후 2000년 동안 일어난 모든 의로운 분노의 모범일 터, 유럽을 뒤흔든 책 <분노하라>의 저자 에셀은 바로 그 분노를 본받은 사람이다. 1917년 독일 출생의 유대인 에셀은 20대를 레지스탕스 운동과 집단 수용소 생활로 격렬하게 채웠다. 그렇게 인류 최대의 비극을 극복한 후에는 1948년 유엔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 개인으로서, 자유 프랑스의 국민으로서, 또 세계인으로서 그가 분노한 여정은 이처럼 치열했고 또 건설적이었다. 그런 에셀이 93세가 되어서까지도 ‘불의한 지금’에 분노하여, 젊은이들에게 분노의 불씨를 옮겨 붙이려고, 또 분노의 방법과 내용을 말하기 위해 쓴 책이 <분노하라>이다. 추천사 포함 90쪽도 되지 않을 만큼 짧지만 안에 담긴 그의 삶과 생각은 길이보다 훨씬 강하게 웅변한다. 분노할 대상을 잘 찾고 분노를 잘 표출하는 것이 나를 자유케 하고 세계를 진보하게 한다는 것을.
2011년에 6천 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 이 책을 사거나 선물하는 일이라 감히 단언한다. 책 말미에 붙은 조국 교수의 추천사는 ‘지금 한국에서’ 무엇에 분노할 것인가를 잘 풀어 놓았다.

오! 사랑
박충범, 강준만|인물과사상사

정치평론가이자 언론·사회학자인 강준만이 이상한 책을 냈다. 200권에 육박하는 그의 저서 목록에서 이번 책만큼 그에게 안 어울리는 책은 없을 것이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강남좌파>, <지방은 식민지다!> 등. 이런 게 그의 책 제목이었다. 그런데, <오! 사랑>이라니. 사랑만 해도 어색한데, 그 앞에 감탄사까지 붙이다니. 오! 이런.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강준만의 40년 지기 친구이자 공동저자인 박충범 덕분이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에서 레이저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박충범은 오랜 외지 생활에서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팝송 가사를 번역해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다. 이런 친구의 취미 활동을 “책 내는 게 취미”인 강준만으로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단다. 결국 사진과 팝송은 박충범이, 가사에 대한 해설은 강준만이 맡아 탄생한 게 이 책이다. 책을 열어 보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이상하다. 특히 강준만이 맡은 부분이. 그 이상함은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그래서 소개하고 있다). 한편 박충범이 맡은 부분은 아름다움을 기대해도 좋다. 그 중에서도 사진은 감탄이 나온다(그래서도 소개하고 있다). 100점의 사진과 그 수만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팝송, 사진, 강준만 이 셋 중 하나라도 좋아하는 이라면 보암직한 책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창비

김애란은 참 특별한 재능이다. 단편으로 그 재능에 반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장편으로 그 재능에 반했던 사람들을 두 가지 의미에서 기쁘게 만들었다. 하나는 자신의 안목이 옳았단 걸 확인하는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김애란이 내놓을 소설을 기다리게 하는 기쁨이다. 평론가 신형철이“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고 말한 것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하지만 칭찬은 그 모양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정확히 무엇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드는가?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 짧은 지면에서 간단히만 말하자면, 그 비밀은 눈물과 웃음의 절묘한 어울림에 있다. 단독으로 쓸 경우 대개 눈물은 신파를, 웃음은 실소를 자아낸다. 둘을 함께 쓸 경우에도 대부분 눈물에서 웃음으로 도망가거나 웃다가 울어버리는 식의 어설픈 절충안이 이야기를 망쳐 버린다. 하지만 두근두근 아름이의 인생은 웃음과 눈물 모두를 끝까지 함께 가져간다. 타협하지 않고 둘에 직면한다. 제목에‘ 인생’을 내건 만큼 그 기쁨과 슬픔을 버무린 무게를 오롯이 견뎌냈다고나 할까. 절망 가운데 희망을 말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그래서 독자가 그 무게를 함께 견뎌내고 나면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만한, 참으로 힘차고 벅찬 이야기다.
조익상 (@lit_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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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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