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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9-10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7│조피디의 가상영화 제작기

최근 어느 여배우가 드라마 제작 도중에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촬영을 중단하고 도미했다가 귀국했다.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는 패닉에 빠졌다. 그 여배우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하여 즉각적인 미디어 플레이를 시작했고 여배우도 또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이유로 설전을 벌였다. 이후 여배우는 귀국했고 지금은 별일 아니라는 듯 카메라는 다시 돌아간다. 얼마 전에는 2009년 최고의 독립영화 히트작 감독이 그 영화 제작자를 상대로 수익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감독은 영화 수익으로 돈을 벌었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지인들한테 빌려주거나 사기를 당하고 현재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단다. 세간에 알려지기로는 제작비 대비 상당한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졌기에 최근의 그의 소식은 영화 주인공인 ‘소’와 어쩐지 닮았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에서
드라마나 상업영화 제작 현장과 독립영화의 차이점이자 공통점은 제작비가 상대적 혹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배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는 상업영화나 드라마 제작은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촬영 횟수를 줄이기 위해 밤새서 미친 듯이 찍는다. 물론 드라마 같은 경우는 TV 프로그램‘ 편성’에 들어가야만 제작에 착수할 수 있어, 촬영 일정은 영화에 비해 훨씬 빡빡하다. 더군다나 독립영화의 경우는 이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 처음 출발부터 저예산이라 가진 게 별로 없이 시작한다. 그래서 신인 배우와 적은 촬영 횟수등 제약이 더 많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어떤 영화를 상업영화로 찍고 어떤 영화는 독립영화로 제작하는 것이 맞을까?

실전 영화 제작 시나리오
충무로 10년차 영화인 카이는 자신의 영화적 동지인 ‘이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액션 지저스> 시나리오 초고 첫 대본를 드디어 완성하여 직접 영화로 제작할 계획을 세운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이야기를 관객이 선호하는‘ 액션 장르’에 접목한 하이브리드 기독교 액션활극이라면 충분히 극장에서 통할 것 같다.
<액션 지저스> 시나리오를 들고 카이
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영화 투자사인 C jay 엔터테인먼트 김 부장을 찾아간다. 그런데 김 부장은 기독교 영화 시장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작은 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만 투자 가치가 검증 됐기 때문에 극영화, 더군다나 소위 B급 액션영화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개봉한 기독교 영화들을 보면 제작비가 1~2억 정도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1~2만 명 정도의 관객이 들면 제작비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데 잘 된 영화들은 10만에서 50만까지도 든 사례가 있다. 그래서 메이저 투자배급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본다고 김 부장은 말한다. 비록 30~40억 들인 상업영화처럼 큰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제작비 대비 투자 수익률에서는 월등하다는 계산일 게다. 낭패다. <액션 지저스>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다. 카이는 메이저 투
자사에서 제작비 투자를 받을 수 없다면 독립영화 방식으로 자기가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액션 지저스>의 예산을 저예산 독립영화 수준인 10억으로 하향 조정하여 제작비 펀딩을 준비한다. 영화진흥위원회나 각종 영화제에서 개최하는 피치pitch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제작비를 지원받기로 한다. 만일 1등으로 뽑힌다면 상금으로 수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상금은 전체 예산에서 턱없이 모자라지만 이미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품의 가능성을 검증 받았기 때문에 추후에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원래 상업영화로 준비하던 이야기(액션 활극이니 역사를 재현하고 달리는 말이 필요하다)를 저예산영화로 예산을 줄인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다면 결국 영화는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느냐에 따라서 처음부터 제작비를 결정하는 게 맞다. 그렇게 충분한 예산을 확보한 다음에 적절한 촬영 일정과 후반 작업, 배급 개봉 계획들을 영화의 규모에 맞게 세워야 한다. 그래야 영화 찍다가 도망가거나 중단되는(흔히 엎어졌다고 말한다) 일이 줄어들 것이다.

정말 이 영화가 제작되어 당신이 볼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다.

조현기|서울기독교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