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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1 09-10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영화, 경계를 넘어서다 6│영화, 새로운 예배의 문을 열다 - 꿈이있는교회 하정완 목사

 

기독교 영화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에피파니상을 수상하며, 2008년 미국 최고의 기독교 영화로 선정된 <파이어프루프>는 셔우드 픽쳐스Sherwood Pictures에서 제작한 장편 영화다. 셔우드픽쳐스는 미국 셔우드침례교회가 운영하는 영화사로 기독교 가치관의 전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플라이휠>2003, <믿음의 승부>2006, <파이어프루프>2008 등이 셔우드 픽쳐스를 통해 제작된 작품들이다. 특히 1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믿음의 승부>는 1,000만 달러의 극장수익을 올리며 <파이어프루프> 제작에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좌절할 수밖에 없는현실과 스스로 포기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믿음의 승부>와 결혼 생활이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파이어프루프>는 한 편의 영화가 지닌 위대한 힘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 - <맥스무비, 2009년 9월 18일자 기사 발췌>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장편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일반 스크린에서 개봉되기도 쉽지 않은 우리나라 여건 속에
서 셔우드 픽쳐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다. 교회에서 직접 영화를 제작·배급한다면 기독교 가치관이 담긴 영화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런 의문이 들 무렵, 꿈이있는교회를 만났다.  글 정미희 | 사진 송건용

복음, 그것을 위한 다양함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꿈이있는교회는 지난해 한국 교회로는 처음으로 영화사 아이즈 필름Eyes Film을 세우고, 영화 <버스>를 제작해 일반극장에서 개봉을 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단편영화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다. 총 제작을 맡았던 하정완 목사는 이전부터 영화 설교로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도구 중 왜 영화를 택했을까.“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대학원 시절이었어요. 제자훈련 수업 중 하나로 윌로우크릭 교회 세미나에 참여한 뒤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어요. 이를 위해 윌로우크릭 교회에 가서 큰 자극을 받았죠. 예배 음악도, 형식도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진행하더라고요.”
한국 교회 청년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들고 다가갈까를 고민하던 그는 윌로우크릭의 예배 형식을 빌려와 열린예배를 드리고, 직접 스킷드라마를 써서 예배에 활용했다. 그렇게 열린예배의 일환으로 영화를 예화로 든 설교를 했는데 성도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후로 영화 설교를 시작했고 그렇게 영화 설교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10년 동안 영화 설교를 하기 위해 본 영화만 400여 편이 넘는다는 그는 영화를 보는 눈이 생겼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영화화하기 위해 과감히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물론 마음을 같이한 교회 성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라져가는 의미를 새롭게 하다
영화 <버스>는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부터 엑스트라까지, 꿈이있는교회 성도가 대거 참여했다. 출연 배우 중 버스 기사와 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꿈이있는교회 성도다. 꿈이있는교회 성도 중에는 영화, 연극, 음악 등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대부분이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현역들이다. 제작 비용 역시 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해 모았다. 시나리오는 하정완 목사가 오래 전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처제에게 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장재현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다. “체코의 단편영화 <모스트>를 보고 기본적인 골격을 잡았어요. 그 영화가 제게 정말 강렬하게 다가왔거든요.”

<버스>는 버스 운전사가 자기 아들을 희생해 가며 고장난 버스를 멈춰 세움으로써 모든 승객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복음을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기독교적 해석이 가능한 열려 있는 영화의 형식을 택했다. 십계명의 6번째 계명인‘ 살인하지 말라’ (출 20:13)라는 부제로 앞으로 완성해 갈 데칼로그 시리즈 중 하나다. 왜 데칼로그 시리즈를 만드는 것일까?“ 십계명이 죽은 계명이 됐다고 생각해요. 재해석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만든 20분의 짧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십계명을 자신에게 비춰볼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각 개인에게 십계명은 살아서 삶에 개입하는 계명이 되는 것이리라.“ 이 영화에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버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단순한 교통사고로 보고 그를 살인자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그 엄청난 사건 앞에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자들, 그 와중에도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는 자들이 또 다른 의미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누구도 이 계명 앞에서 떳떳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십자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된다. 그는 이런 해석 작업을 돕기 위해 시네북도 함께 내놓았다. 영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나눔과 해석이 이루어지며 교회 안에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꼭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시험에 길들여진 세대라서 그런지 꼭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영화를 묵상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들은 그 이후에 다른 설교를 듣고, 책을 읽으며, 다른 여러 가지 통로들을 통해서 깨달아지는 시간들이 와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빌어 재빨리 정답을 찾기보다 시간을 두고 묵혀가며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 그것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지혜가 되는 것이리라.

하정완 목사는 현재 데칼로그 시리즈 두 번째 영화를 제작중이다.“ 첫 번째 계명인‘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출 20:3)라는 주제로 <노래>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어요. 영화 <원스>의 분위가 날 거예요.” 일 년에 한 편씩 데칼로그 시리즈를 찍으려면 자그마치 10년이 걸리는 장기 기획이다. 그가 만드는 영화를 보는 어느 장소이건 잊었던 것들이 깨달아지고, 죽었던 것들이 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그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더 많은 씨앗이 심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