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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7-08 아일랜드 랩소디

아일랜드 랩소디 │ 특집6 _ 섬, 예술로 만나다│‘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소무의도에 가다.

‘퍼포먼스 반지하’ 의 대표이자 섬 공공예술 프로젝트팀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의 예술 감독 드라마고(활동명)의 설명은 소무의도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빠삭하다’ 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단순히 수치에 대한 명석한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과 달랐다. 소무의도 주민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글 최새롬 · 사진 송건용

섬 집 이야기가 예술을 만들다
2001년 인천 동구 창영동에서 결성된 ‘퍼포먼스 반지하’ 는 결성 이래로 11년째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공동체 문화 운동을 진행해왔다. 지역민의 이야기(narrative)에서 출발하여 지역민의 일상에 녹아드는 공동체 예술을 지향한다는 목표에 걸맞게 소속 작가들이 모두 인천에 거주하는 ‘생활자’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소무의도 통장님의 의뢰에서 시작되어 ‘섬 공공예술 프로젝트’ 를 주최한 인천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진행한 ‘작은 무의도 그림수필 섬 집을 존중하다’ 프로젝트 역시 소무의도 주민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섬 주민들이 ‘떼무리’ 라고 부르는 소무의도는 면적 1.22㎢, 실 거주인구 30명 정도인 그야말로 아담한 섬이다. 1960년대까지 500여 명의 주민이 살며 번성했었지만, 지금은 주인을 잃고 버려진 집들이 대부분이다.
화가, 연극배우 등 6명의 작가는 창영동에 열었던 마을 카페 이름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을 프로젝트 팀명으로 삼고 2011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이 작은 섬에 매달렸다. “여행자적 시선, 예를 들면 작가가 자기중심으로 섬을 방문했을 때 풍경이 이렇더라, 이런 책들은 많아요. 그런데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들은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수필집과 벽화, 연극 등을 계획했다. 작업에 앞서 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작가들이 인천 주민임을 밝히자 경계심은 쉽게 풀렸다. “소무의도는 인천 동구, 중구 하고 인연이 깊어요.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생활권이 일부 연결되어 있어요. (작가들이 사는 곳은) 주민이 잘 아는 동네이거나 그 동네 초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같은 기억의 공간을 갖고 있어서 친근하게 느끼셨어요.”

기억하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를 찾다
그렇게 인터뷰 약속이 순조롭게 잡힌 후 처음 2개월은 인터뷰를 통해 기억하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를 찾는 데 바쳤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질문의 내용과 접근 방식이었다. 개인의 생애와 집의 역사, 마을의 생활사,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섬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일생을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뷰어 또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들과 주민이 함께 경험하고 성숙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부서진 문짝이나 집 벽 등 자잘한 집수리도 작가들이 직접 했다. 주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벽화가 아니라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고, 집을 수리하는 것 또한 마음에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집수리를 마치면 도색작업을 한 뒤 집주인의 생활상을 상징하는 작은 그림을 단색으로 그리는 ‘블록 스타일 벽화’ 작업을 했다. “우리는 집에다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집은 생활하는 곳인데 거기다 동화책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 집의 생활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동화를 자꾸 연상하잖아요.” 인터뷰하고 돌아오면 녹취를 풀고 감상을 곁들여 스토리텔링 글쓰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작은 무의도 그림수필 섬집을 존중하다’ 이다.

섬의 주인으로 살기를 바라다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팀은 빠듯한 일정과 날씨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작년에 못다 한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올해에도 소무의도에 간다. 복지회관과 노인정 벽에 폐교되기 전 무의재를 넘어 다니며 학교에 다녔던 아이들, 밭농사하는 할머니들 모습, 그리고 프로젝트팀이 와서 마을을 가꾸는 모습, 이 세 가지 이미지를 합친 기념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과거를 반추하고 그것을 예술 형식을 빌려 기록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것.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이란 팀명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실도 연다. 드라마고는 글쓰기 교실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주인의식’ 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인이 되려면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해요. 자기 이야기가 있고, 풍경이 있고, 그걸 만드는 데 자기 손길, 자기 생각이 들어가야 주인인 거겠죠. 지역의 유래, 명사名士. 이런 방식 말고, 주민의 이야기, 주민이 직접 표현하는 내용을 섬에 남겨서 후세대나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주민이 주인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섬사람을 좀 더 존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게 우리 프로젝트의 내용이에요.” 공공예술을 누리는 ‘공공’ 이 주변화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예술의 주체가 되는 것. 그렇게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팀은 공공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