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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7-08 아일랜드 랩소디

아일랜드 랩소디 │ 특집 2_ 섬교회로 수련회 가실래요?│칼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교회, 고대도교회


수련회 일정에 맞춰 여름휴가를 내야 하는 직장인에게 여름수련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일까, 섬으로 떠나는 수련회는 조금 더 낭만적이다. 게다가 누군지 잘 알지는 못해도 선교사 기념교회인데다가, 부탁만 하면 담임목사님께서 특강도 해주신다는데, 더 망설일 것도 없지. 일단, 출발! 글 · 사진 원유진

서울에서 버스로 2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보령종합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 타고 대천항까지 대략 10분. 여객터미널까지 길을 헤매며 걸으면 10분 정도. 하루 세 번 운행하는 배를 타고 1시간 반을 들어가면 갈 수 있는 고대도는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곳이다. 교회 자체는 50명 정도를 수용할 만큼 널찍하고 오래 묵어도 불편이 없을 만큼 시설이 좋지만, 섬 자체에는 변변한 가게나 펜션 등의 휴양 시설이 없다. 해수욕장으로 등록은 되어 있지만, 바나나보트나 해상안전요원은 없으니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이곳에 와야 하느냐고?

고대도교회니까
고대도교회는 30년 전, 요양차 고대도에 왔던 목사님이 이곳이 귀츨라프 선교사의 선교지인 것을 알고 개척을 한 데서 시작한다. 그 후 2001년, 대한예수교 합신에서 고대도를 귀츨라프 기념지로, 고대도교회를 기념교회로 선포하고 전국 성도의 헌금을 모아 기념 예배당을 지었다. “교단 차원에서 했죠. 한국 교회에서 해야 하는데 아직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올 때에는 기념교회라는 것은 알았지만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박원열 목사는 7년째 고대도를 섬기고 있다. 개척한 목사가 5년, 그 뒤로 온 목사들이 2, 3년을 못 채우고 나간 것에 비하면 오랜 세월이다. “그분들도 다 유능한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섬의 특징을 이해하기도 전에 지쳐서 나가신 것 같아요. 아주 열심히 하셨어요. 전 맨날 놀고 있는데, 그분들은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지쳐서 주민이 마음도 열기 전에 나가신 거죠.”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섬 주민이 마음을 열기까지는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섬에 오니까 다 안 된다, 못 한다는 거예요. 패배적이고 피해의식이 있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고. 그러기 때문에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고. 첫인사를 드리니까, ‘목사님은 언제, 얼마나 있다가 가신대요?’ 서너 명에게 들었어요.” 
교회도 그랬다. 스무 명 정도가 모였지만, 돌아가시거나 교육, 경제 문제로 섬을 떠나면서 전교인이 다섯 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있는 교인도 한글을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글을 이해하기 어려워해서 해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신학교 시절부터 공동체와 교회 회복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고 서울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하며 교회 실무를 익혔는데 이곳에서는 배운 것 하나 쓸게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 “주님, 저를 여기 왜 보내셨습니까?” 1년 반, 2년 동안 기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기도 제목이 생각나면서,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쓸 수 있는 것으로 변했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잖아요, 세상은 가만히 있어도. 그걸 느꼈어요.” 그리고 조금씩 섬주민의 마음을 얻었다.


역사적인 콘텐츠를 지닌 섬, 고대도
“성탄 때마다 성탄 발표회를 했는데, 한번은 아이들이 없어서 안 했어요. 왜 올해 성탄절엔 초청을 안 했느냐고 하시길래, 아이들이 졸업해서 못했는데, 그럼 내년에 하죠. 어떻게 할까, 있는 거에서 찾아야지 생각해서 1부 예배드리고 2부에 귀츨라프 선교사 강의를 하고 3부에 ‘고대도 백년대계’ 라고 제가 지금까지 기도한 걸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강의를 했어요. ‘귀츨라프라는 최초의 선교사는 정말 좋은 콘텐츠다. 이만한 콘텐츠가 없다. 전국에서 한 번씩만 와도 대단하다’ 고 강의를 한거죠. 평균나이 칠순인 분들 모아 놓고요. 하하.”
칼 귀츨라프 선교사는 유태계 독일인으로 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복음을 전하다 고대도까지 왔다. 귀츨라프는 주민을 만나면 먼저 그들의 언어를 익히고 그들의 말로 복음을 전하고자 애썼다. 현지 지도자를 양성하고 번역 등의 문서선교를 하면서 현지인이 직접 복음을 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귀츨라프가 고대도에 도착해서 먼저 한 일도 한글을 익히는 거였다. 이틀 만에 한글을 다 깨친 귀츨라프는 한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성경을 번역하고 문법책과 사전을 발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부활, 구속, 십자가와 같은 단어도 최초로 사용했다. 씨감자도 백여 개를 가지고 와서 심어주고, 포도주 대용으로 머루주를 담그는 법도 알려주었다. 이렇게 우리나라 번역사, 교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나 아직도 우리는 잘 모른다. 박원열 목사의 꿈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귀츨라프를 알리며 고대도가 함께 성장하는 것, 미국 베다니 공동체를 모델로 삼고 귀츨라프 선교사의 방법론을 절충해서 ‘선교사훈련센터’ 를 세우는 것이다.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후진을 양성하고, 교육을 받아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공동체를 꿈꾼다. 또한, 섬 전체를 자연생태공원마을로 만들어 차로 몇 분이면 한 바퀴 돌아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과 벗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외부에서 하면 주민 다 쫓겨나요. 주민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귀츨라프의 방법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 눈높이를 맞추고 현지인 스스로 복음에 대해 반응하여 복음을 전하게 하는 것. 박원열 목사의 섬 전도도 그렇게 조금씩 주민과 삶을 나누며 주민의 마음을 여는 데서 시작했다. 
수련회, 역사탐방을 가는 건 좋다. 가서 귀츨라프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귀츨라프가 섰던 땅을 밟으며 선교의 의미와 방법을 되새겨보는 건 더 좋다. 아직도 외부인을 ‘주는 것 없이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하는 불청객’ 으로 보는 주민에게 자꾸만 얼굴을 비춰보면 어떨까. 태안 기름유출사건 당시 땅 밟기 하러 왔다가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간 어느 팀처럼, 주민이 어려울 때 교회가 나서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러 가자. 너와 내가 함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삶이 고대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고대도교회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고대도2길 42

* 칼 귀츨라프 선교 180주년 기념 세미나가 8월 23일(목) 2시 반, 보령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고대도 교회 다음 카페 cafe.daum.net/hanul701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