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에 가서 몹시 당황한 것은 여기저기 어디를 둘러봐도 그다지 ‘휴양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에 피지를 검색하면 나오는 그 흔하고 흔한 휴양지는 모두 어디로 숨겨놨는지, 평온한 마을뿐인 ‘난디’는 아름다운 비치와 비키니를 기대했던 내게는 살짝 실망스럽고 멋없는 도시였다 .
피지 현지인이 즐겨 마시는 ‘카바’는 과연 어떤 맛일까? 손은 씻었는지, 맨손으 로 주물럭 거린 지 10분, 대체 카바가 무엇이길래 저렇게 열심히 만드는 걸까?
이런 상황에선 웬만하면 마지막 줄에 서서 살짝 맛만 보는 게 최곤데, 옆 사람에게 떠밀려 얼떨결에 앞줄에서 마셨다. 코끝을 자극하는 야생의 풀냄새와 밍밍한 맛의 카바는 입안의 모든 감각을 둔하게 만들었고, 특히 혀가 점점 둔해지면서 의사소통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매직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마나섬, 드디어 피지를 만난다. 푸른 바다와 작고 귀여운 섬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카메라 셔터마저 멈추게 했다.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 닷 바람을 느끼다 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
여행을 하면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건,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다. 설렘과 낯섦에서 나오는 서먹함도 여행지에서는 친구를 맺어주는 매개가 되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도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행의 짧은 만남이 아쉽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잇는다.
사람들은 나에게 여행을 가면 주로 무엇을 촬영하는지 묻는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사진은 ‘무엇을’ 담느냐보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다. 마나 아일랜드의 별이 쏟아지는 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피지의 아름다운 시간을 담았다.
여행은,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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