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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3-04 사 · 랑 · 영 · 화 · 제

사 · 랑 · 영 · 화 · 제 3|사랑은 기적으로 피어난다 - tvN[리틀빅히어로]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간다.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는 보통 사람이 날마다 세상을 유지해 간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다른 세상을 꿈꾼다. 조금 더 따뜻하고 덜 외로운 세상. <리틀빅히어로>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다. 5분, 그 짧은 영상 안에 묵직한 사랑이 들어 있다. 5분 만에 목이 약간 시큰 해지며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글 박윤지 · 사진 tvN 제공 


리틀빅히어로 : 당신의 히어로는 어떤 사람인가요?
홀몸노인, 난민, 탈북 청소년, 결손 가정, 노숙인, 장애인 등 이 사회에는 손이 닿지 못하는 곳이 많다. 아궁이에 장작을 집어넣고 불쏘시개로 쓱쓱 건드려 주면 온종일 방 안이 따뜻해지듯, 먼저 군불을 지피는 히어로 덕분에 세상 어딘가에 온기가 돈다. 상처 있는 마음은 쉼을 얻고 웃음을 되찾는다. ‘작은 행동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 이 군불지기를 우리는 ‘리틀빅히어로’라 부른다. 
<리틀빅히어로>는 tvN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다. 2주에 한 번, 5분짜리 영상을 통해 만난 히어로만 벌써 20명. “처음엔 시청자가 직접 히어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기획했는데, 우리 시대의 히어로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개인 역량이 큰 사람을 영웅이라고 했던 과거와 달리, 현시대에는 사회복지 측면에서 평범한 우리가 서로 돕고 살아가는 네트워크나 시스템을 형성하는 사람을 영웅이라 볼 수 있겠다 싶었죠.” 임소연 PD는 앞으로는 사회공헌, 나눔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걸 바로 행동에 옮긴 사람. 시작한 지 3년 이상 지속해서 행동에 옮긴 사람. 그 행동이 수혜자의 삶에 어떤 변화와 희망을 준 사람. 그래서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사람. 저는 마지막이 아주 멋진 것 같아요. 물론 정부나 NGO도 있지만, 개인이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36.5도 그 이상의 웃음과 눈물로 엮인, 사랑
현장에서 직접 히어로를 만나고 촬영을 하는 박소연 PD는 “많이 반성하며 산다”며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첫 편에서 소개한 천종호 판사님은 ‘소년법’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주신 분이에요. 소년법은 관용과 용서를 전제로 하는 법 위의 법임을 강조했는데, 아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기보다는 그들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계신 분이에요. 지금도 소년범에 대한 편견에 맞서 새로운 가치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계시고요.”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리틀빅히어로> 카메라를 통해 비친다. 노숙인이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립하도록 이끄는 목사 이주연, 실종자의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경찰 이건수, 탈북 청소년을 당당하게 키우며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는 박상영, 만두피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 칼국수를 만들어 필요한 이에게 나눠주는 김혁, 매일 저녁 7시 저녁을 못 먹는 아이들에게 치킨을 배달하는 김은남. 그들의 함박웃음과 함께하는 누군가는 “자신이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도시 속 빌딩은 높아질수록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히어로가 보여 주는 사랑은 그 그림자의 경계를 지우고 ‘우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 자체다. 좌절과 절망에서 자기 힘으로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고, 끝까지 바라보고 믿어주는 것. 그것이 히어로의 작지만 큰 사랑이다. “적어도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조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적어도 내가 가는 길이 그렇게 허튼 길은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조그만 의미가 있겠구나. 그러면 만족하는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짓는 히어로의 말은, 타인을 돕거나 누군가의 힘이 되어 주는 것으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실감하고, 순수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니체의 말과 다르지 않다.
히어로는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나 제 삶을 사랑하고 행복의 가치를 알면서, 다른 사람의 삶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히어로에게 왜 이런 일을 하시느냐고 여쭤 보면,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세요. 모든 분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소연 PD는 이런 히어로를 보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어떤 건지 고민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청자의 마음에도 그 고요한 물음표가 그대로 전해졌을 것이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아
우리가 바라는 기적은 오히려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칼국수를 만든 김혁은 말한다. “우리가 돈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거든요. (칼국수 먹는 사람을) 하루에 최소 200명만 잡아도 1년에 7만 명이 넘습니다. 칼국수를 그 무수한 사람한테 나누어 주는 것도 기적이고, 좋은 일을 하다 보니까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사람 만나다 보니까 좋은 생각이 나오고. 이런 것이 다 기적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그가 십 년째 해온 국수 나눔 행사에는 60, 70대 할머니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치킨을 배달하는 김은남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음료수와 닭을 공급해주는 사장님에게 동참을 약속받았다. 이유는 없다. ‘좋은 일’이니까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통해 기적으로 이어진다.
시청자가 후원으로 히어로의 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시청자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하여 히어로에게 활동금을 기부할 수 있다. 현재까지 8천 7백여 명의 사람이 동참하여 천만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았다.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하거나 응원 댓글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 앞으로는 전국에 수많은 히어로를 찾기 위해 시청자가 직접 히어로를 추천하는 ‘대국민 추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히어로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시청자 투표로 올해의 히어로를 뽑을 계획도 있다.

스무 명의 히어로를 보고 또 그 이야기를 전하는 두 PD를 만나고 나오니, 눈 쌓인 길 위에 남쪽의 이른 봄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무수한 사람으로 이어지는 것은 먼저 눈을 틔운 작은 꽃망울 하나가 온기 가득한 봄을 부르는 것 만큼이나 기적이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히어로도, 기적도,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