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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3-04 사 · 랑 · 영 · 화 · 제

사 · 랑 · 영 · 화 · 제 4-1|교회, 영화를 만들다 - 영락교회 닥터카메라팀



2010년 개봉한 <믿음의 승부 (Facing The Giants)>, <파이어프루프 - 사랑의 도전 (Fireproof)>, <용기와 구원 (Courageous)>를 직접 연출한 알렉스 켄드릭 감독은 흥미롭게도 셔우드침례교회 협동목사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교인과 함께 배우와 엑스트라로 참여해 직접 영화를 만들어 당시 미국 현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만 불이라는 초 저예산으로 3천만 불의 엄청난 수익을 내며 상업 영화로서도 성공했다. 이 말은 기독교적 가치를 지니고, 기독교인이 만들어낸 영화가 일반인에게도 환영을 받으며 소통 가능한 스토리와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 영화를 보며, 우리나라 기독교 영화 현실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에게도 그와 비슷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 현장이있다. 바로 영락교회 내 문화선교부의 ‘닥터카메라’팀이었다. 그들을 만나 보았다. 글·사진 김준영

사람, 안수현을 만나다
보통 교회 내 영상 매체를 다루는 층은 젊은 층에 속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을 하고 만나기를 기다리는데, 찾아온 인터뷰 부원들은 하나같이 모두 나이가 지긋했다. 상상을 빗나갔지만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젊은이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때로는 젊은이들에게 없는 경험과 사회적 역량이 부러웠다. “다른 문화권에서 몸으로 헌신하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드려 섬기는 선교 형태도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사는 지역과 우리나라를 섬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모인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매해  교회에서 사용할  5분 영상물과  교회 내 방송 제작 등을 했었죠.(안진영)” 그러다 그들은 얼마전 이름을 ‘닥터카메라’로 바꾸고 좀 더 긴 호흡의 장편을 제작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영웅적 인물보다는 가능하면 일반인 중에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마침 영락교회 출신 중에, 30만 권 팔린 책 <그 사람 바보 의사> 안수현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안수현 씨의 삶이 더더욱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한 것이겠죠. 기독교인을 향해 비기독교인들이 품고 있는 기대감 같은 게 있잖아요. 아주 고매한 수준이라기보다 어쩌면 당연한 상식적 수준일 텐데요. 솔직히 보통에 못미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지탄도 많이 받고요.(김희정)”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안수현의 삶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보편적 도덕 기준에도, 참다운 삶을 살아가는 수준에 못미치기에 안수현의 이야기가 도드라지는 것일 수 있겠다. 특히 영화 <그 사람 바보의사>는 극영화다. 한때 다큐멘터리의 강점을 지닌 기독교 영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닥터카메라팀은 오히려 극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로 담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극영화가 지니는 강점이 있죠. 다큐멘터리가 주는 진실성에 강력함도 있지만, 직선적인 기독교적 정신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영화의 극 속에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각본을 써본 일도 있고 해서 가능하면 원작에 손상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갈등구조를 만들어 드라마 요소를 집어 넣었습니다.(안진영)” 비기독교인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계몽적 코드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소통 가능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오직 하나님이 받으시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 의사였던 안수현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정작 은혜를 받은 것은 제작한 문화선교부원 그들이었다. “저는 실제 연기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고, 우리 안 집사님은 지상파 방송국 카메라 직원이시고요. 실제 제작 현장과 순수한 마음으로 섬기는 봉사로 모여 제작하는 것의 차이는 예상 외로 크죠. 모든 점에서 열악했죠. 그런 건 제가 한 발 더 움직이면 됐어요. 그런데 교회 내에서 영상 선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가장 힘들었어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를 묻지 않고 그게 꼭 필요한가를 물었죠. 그래도 그 어떤 현장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열정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뒷짐지고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고요. 10대부터 70대까지 교회 교인들이 많이 동참해 주셨죠.(김동석)” 실제 배우이기도 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캐스팅과 섭외, 프로그래머 일을 도맡았다.
아주 적은 예산으로 장편 극영화를 감당하기는 참 쉽지 않았다. 대신 사람이 뛰고, 모두 자기 일처럼 섬기며 즐겁게 참여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고무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하나님 영광만 생각했다. 매 씬마다 함께 기도하였고, 촬영 장소를 옮길 때 마다 기도했다. 간혹 촬영 중 부딪치는 일이 있어도 더 겸손히 섬기기를 스스로 다짐했다. “좋아서 한 거죠. 참여하신 분 중 여기 계신 세 분 외에는 저 포함해서 모두 영화 제작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그냥 정말 섬기는 것이 좋고, 이 섬기는 것을 통해 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겁니다.(조덕일)”

그들은 인터뷰 말미에 작은 교회, 혹은 함께 연대하고 싶은 교회를 기꺼이 돕고 싶다고 했다. 비록 아직도 문화를 도구로 선교를 하기 위해 많은 이해와 설명이 필요한 한국 교회 현실이지만, 그들은 겸손히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들을 통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문의: 조덕일 집사(010-6241-4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