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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03-04 사 · 랑 · 영 · 화 · 제

사 · 랑 · 영 · 화 · 제 8|이런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니, 과연 사랑영화제답지 아니한가!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사무실은 <오늘>사무실과 굉장히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제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도 슬쩍슬쩍 알아볼 수 있죠. 아직 전체적인 상영일정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영화제 준비로 혼이 빠지게 바쁜 프로그램 팀장님을 살살 꾀어 ‘이건 진짜 대박!’인 영화를 내놓으라 부탁(같은 협박)을 했습니다. 뭐랄까요, ‘사랑영화제라 가능한 선택, 이런 맛에 프로그래머 하는 거지!’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것! 그리하여 심윤정 프로그래머의 추천 영화를 알려드립니다. 영화제가 주목하는 이 ‘사랑’을 글로 먼저 만나보세요. 글 <오늘>편집부 ·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



파더 오브 라이트(Father of Lights, 2012)
아직 제대로 한국어 제목도 정하지 못한 따끈따끈한 작품입니다. 장르를 구분하자면 ‘기독교 다큐멘터리’가 되겠네요. 누군가에게는 재미없고 지루할 거란 예감을 주는 장르죠.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 습니다. 역시 드라마가 넘볼 수 없는 ‘리얼 드라마’가 현실에는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전 다큐멘터리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다렌 윌슨(Darren Wilson) 감독은 저도 잘 몰랐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Finger of God>, <Furious Love>에 이은 그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이며, 삼부작 시리즈로 제작했다네요. 이번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그의 세 번째 작품인 <Father of Lights>를 만나보세요. 카메라는 세계 각지의 사람과 그들이 믿는 수많은 신에게 천천히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유일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게 ‘먹힌다’는 겁니다. 전직 갱 리더와 모슬렘,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시죠?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기분 좋은 공감을 할 겁니다. 바위 같던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빛의 하나님’이 진짜 ‘아빠’라는 사실을요!


낫 투데이(Not Today, 2013)
‘인도’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과 이국적인 풍경에 대해 모두 동경과 호기심이 있을 겁니다. 여기 ‘케이든’이라는 철부지 대학생도 그랬죠. 친구들과 놀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여행, 지도에 다트를 던져 결정한 행선지, 그곳이 바로 인도였습니다. 이렇게 성의 없이 고른 여행지이긴 해도 친구들과 신 나게 출발했습니다. 거기서 놀고 또 놀았죠, 필름이 딱 끊기도록! 그러다 한 부녀를 만납니다. 신기할 정도로 크고 말똥말똥한 눈을 가진 소녀와 배가 고프다며 도와 달라고 구걸하는 아버지였죠. 이 부녀를 만나 케이든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영화를 보시는 게 좋겠네요. 비단 인도에서만 아니라 전 세계 에서 인종차별과 아동학대, 성매매 등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죠. 이 영화가 대단한 해결책이나 가르침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오늘 내 자리에서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사건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대응하느냐,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주는 것이죠. 모두 전사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으니까요.
 

미스진은 예쁘다(Beautiful, Miss Jin, 2011)
마지막으로 귀여운 한국영화 한편 추천합니다. 구수한 사투리가 정겨운 ‘부산 영화’예요. 인적 드문 간이역에는 역장과 여직원과 역사를 관리하는 ‘최씨’까지 딱 세 명밖에 없었지만, 어딘가 조금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부산의 작은 역으로 모여듭니다. 우리의 주인공 ‘미스진’은 어디로 보나 ‘미시즈’처럼 보이지만 ‘아줌마’라 불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귀여운 여인입니다. 입에 착 붙는 사투리와 능청스런 연기에 정신이 팔렸다가도, 상처받은 사람들을 쓰다듬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마저 말랑말랑해져오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 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면 받는 사람도 불편하겠죠? 가진 것 별로 없는 그녀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귤 한 개, 뻥튀기 하나, 목도리, 급식 받은 밥에 참기름 한 방울 넣어 쓱쓱 비빈 비빔밥 정도지만 그것을 나눠받은 이들은 참 행복해 합니다. 이게 다 그녀의 진심 때문 아닐까요? ‘사랑’은 이렇게 ‘정’으로 ‘위 로’로 ‘편안함’으로 변신하네요. 미스진은 그래서 참 예쁩니다.

그 밖에도 무려 233편의 반짝반짝 빛나는 단편영화들! 예심 중입니다. 심사를 거쳐 여남은 작품을 단편초이스로 상영할 거예요. 무궁무 진하고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할 때 감독님들 사진은 보지 않아요, 후훗! 장편영화는 수급 마무리 단계랍니다. 4월 4일 어떤 영화로 첫, 사랑영화제를 시작하게 될까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