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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3 11-12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 6│오늘을 말하다 - 마냥 웃을 수 없는 그 때 그 이야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첫 취재, 그 아스라한 기억


윤지 경주에 박대성 화백 취재 갔을 때 첫 취재라 엄청나게 떨렸는데, 버스에서 내리니까 소나무 숲이 
경주 남산에 쫙 펼쳐져 있는 거야. 그 앞에서 질문지를 작성했지. (웃음)

유진 그래서 나한테 되게 혼났지. 이제야 작성하느냐고.

윤지 (말을 더듬으며) 아니, 준비는 다 해갔는데 너무, 너무 긴장해서 그래!

유진 안미리도 자계 예술촌 첫 취재 갈 때 나한테 잔소리 무지하게 들어 먹었지. (눈썹을 치켜뜨고) ‘그렇게 준비하면 안 된단 말이야!’ (좌중 웃음)

미리 아, 근데, 나 진~짜 자료조사 많이 하고 다 짜갔어요. 근데 언니 얘길 듣고 언니가 가이드를 주니까 이런 흐름으로 가야겠다고 질문 순서를 다시 잡은 건데 그게 서둘러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 거지.

윤지 (잽싸게) 맞아! 나도 그랬다니까!

미리 근데 경험 있는 선배가 옆에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든든하긴 했었어요.

유진 다 고마워하세요! 내 첫 취재는 박용우 씨 팬 미팅 했었지. ‘문화동네 사람들’에서 배우 박용우 씨를 만났는데 너무 잘 생겨서. 으흐흐흐. 그리고 난 생각했지. 눈을 떼지 말아야겠다. ‘넌 말해, 난 적을 게,’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녹음기한테 모든 걸 맡기고 듣기만 한 거지. 근데 그 눈에 빨려 들어가겠는 거야. 아주 잘생겨서. 끝나고 볼이 빨개져서 나오는데 편집장님이 뒤에서 팬 미팅 하는 것 같다고. (웃음)

하나 전 산골 초가 민박에 간 게 첫 취재였는데, 두 분 중 아내 되시는 분이 인터뷰가 길어지니까 지루하셨는지 밖으로 나가 얘기하고 싶어하시는 거예요.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우물가에 자리 잡고, 마저 얘기를 나누려는데, 편집장님이 글쎄, (격분하며)그 옆에 마루가 있었거든요? 거기에 벌렁 누우시더니 ‘아오, 나 안 되겠다. 여기 정말 좋다. 잠이 솔솔 오네’ 하시면서 바로 주무시기 시작하시는 거예요! 인터뷰 마무리되는 건 또 기가 막히게 알고 딱 맞춰 깨시더라고요.

준영 서울에서부터 세 시간 운전하고 가니 피곤하지! 갔는데 그분이 깨 콩국수를 해주셨어. 진짜 맛있는 거야! 그걸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참 얘기를 듣다가 거기 대청마루가 있어. 졸음이 막 쏟아지는 거야. ‘여기서 자도 되겠죠?’ 했더니 여기서 자면 보약이라고. 그래서 그냥 잤지. 흐흐흐.

유진 그게 편집장님하고 나하고 차이인 거지. 새로 온 기자 두 명 중에 미리는 내가 맡고 하나는 편집장님이 맡았는데, 안미리는 나한테 욕을 먹고. ‘그렇게 준비해오면 안 되지!’ 편집장님은 방목하고. 흐흐흐~



|어.떡.하.지? 
멘붕의 순간들

새롬 둘이(유진, 윤지) 싸운 적은 없어요? 자주 갔으니까.

유진 싸운 적은 없고 내가 울렸지. 글 그렇게 쓸 거냐고. 으흐흐~

윤지 많이 울었어, 나. (훌쩍이는 목소리로 상황 재연) ‘기자는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 (씁쓸하게) 울면서 썼던 기사들이 몇 개 있어…

유진 그때 박윤지가 왜 그랬느냐면, 내가 잡지를 하자고 꾀었으니까 박윤지가 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서랍 속 미술관’을 해보자 했는데, 난 내가 밀었으니까 이게 잘 나와야 하는데, 정작 자긴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인 거야.

윤지 아냐, 관심은 있었는데 잘 못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던 거지.

유진 처음 써온 걸 보고 고민하고 있는데 편집장님께서‘ 이게 뭐야?!’ 이러시는 거야. (좌중 폭소)

준영 황당했지, 처음에는. 너무 파격적이었어. 나는 처음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가겠지 생각했는데 그림하고 느낌 적은 글씨만 딱 보낸 거야. 전혀 그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 ‘이게 뭐야!’ 이렇게 반응할 것 같은 거지. 윤지 씨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려면 이게 뭔지를 알아야 할 거 아냐. 그래서 나중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 붙은 거예요.

유진 생기(디자인 팀)에서도 되게 어려워했어. 그림 배치도 해야 하고 글씨 배치도 해야 되는데, 해설도 배치해야 하잖아. 다시 그런 코너가 생기지는….

윤지 (재빨리) 않겠지. 으하하하~(좌중 웃음)

새롬 취재하면서 곤란했을 때는 없었어요?

준영 녹음했던 거 날아간 거? 포항 오천교회 갔을 때인데, 녹음이 다 됐겠지~ 하고 서울 오는 KTX에서 딱 듣는데 없더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나는 걸 막 썼어요. 올라오는 2시간 동안 내내.

유진 난 휴대전화 바꾸면서 초기화시켜서 인터뷰 세 개가 한꺼번에 날아간 거야. 멘붕이 왔지. 그래서 정말 
손을 달달 떨면서, ‘윤지야. 나 지금…초기화했다.’

화민 전 NCM 취재 갔을 때. 갑자기 카메라 초점이 안 맞는 거예요. 새롬 씨가 이야기 나누는 동안 혼자 빠져나와서 이것저것 조작해보고, 카메라 잘 아는 친구한테 전화도 하고. 결국은 수동으로 힘들게 찍었어요. 하필 그 날 안경도 안 가져갔거든요. 그날 찍은 사진 대부분이 초점이 나갔더라고요. 으헝헝.



|기자들의 
기억 속 봄날

유진 제일 재밌었던 취재는 어떤 거였어?

새롬 주청 프로젝트! 음악 하는 사람들은 되게 자유롭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아서 되게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중에서도 주청은 래퍼들이어서 억양이나 말투 자체가 그냥 랩인 거예요. 사진 찍을 때 포즈도 진짜 다양하고 재미있고. 화민 기자도 신나서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부감으로 찍고.

미리 (갑자기) 우리 산에 갔던 거! 무주! 무주 산골 영화제 취재였지만 우리 <오늘>팀 첫 MT이기도했잖아요!

새롬 아, 무주. 같이 가서 진짜 좋았지.

윤지 달랑 기타 반주 하나에 윤복희 씨 노래를 듣고, 조금씩 캄캄해지는 산속에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봤던 거, 정말 오래 기억할 것 같은 시간이었어.

유진 난 오늘을 핑계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그 자체가 재밌었어. 박계해 선생님은 취재를 하러 가겠다 했더니 ‘그래요. 와요. 그리고 자고 가요.’ 그래서 내가 ‘예?’ 그랬는데 자고 왔잖아. (웃음)

준영 ‘문화선교리포트’가 좋았어요. 내가 언제 목사님의 개인적인 얘길 들을 수 있을까. 교역자가 교회를 여러 곳 돌아다닌다고 해도 목사님하고 그런 얘기를 잘 안 하거든요. 어떻게 목회를 시작했는지, 뭐가 고민이었는지, 신학교 시절엔 어땠냐, 그런 이야기를 스무 번 넘게 들었는데, 마치 신학 수업의 연장처럼 느꼈다니까.

윤지 전 구례 지리산에 권산 이장님! ‘편지’에 대한 특집이었는데, 이장님이 이삼십 년씩 된, 오래돼서 귀퉁이가 낡고 변색된 편지들을 한 보따리 꺼내 보여주시는 거예요. 직접 하나하나 펼쳐 읽어주시기도 하고. 여기 오길 참 잘했다 싶었어요. 취재 마치고 다음날 지리산 노고단도 올랐는데, 오르는 동안 틈틈이 장대비가 쏟아졌던 그 여름의 푸른 냄새도 참 좋았고.



│이래서 
<오늘>이 좋다

미리 이번 오늘 Day 때. 취지가 그리스도인의 밤이었잖아요. 그런데 굳이 찬양하거나 하나님 얘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나 의미를 아름다운 문화 속에 녹여내는 게 있었잖아요. 아, 이런 게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거고, 이게 <오늘>이고, 또 <오늘> 문화구나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정말 좋았고요.

유진 우리 잡지가 ‘기독교문화매거진’이잖아. 기독교, 문화, 잡지가 뭐지? 이게 나한텐 진짜 고민이었거든. 그걸 오늘 Day 때 최은 선생님이 얘기하셨던 것 같아. 영화 자체는 힘이 없지만 그 영화를 보고 어떻게 읽어낼 것이냐 그게 중요하다. 이 정도는 고민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웃음)

새롬 편집장님, 고민하신 걸 좀 얘기해보시죠.

준영 (화들짝 놀라며) 무슨 고민을…! 두 가지 생각은 있어요. 전에 김용규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교회 안에서만 하는 콘텐츠나 기독교 텍스트를 콘텐츠로 다루는 것이 기독교 문화가 아니다. 어쩌면 성화된 사람이 누리고 살아가는 것, 어떤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기독교 문화라고. 두 번째는, 비기독교인 중에도 성화된 기독교인들이 만들어가는 기독교 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나님은 온 우주를 다스리는 분이니까 거기에도 하나님이 주신 성품이 있지. 대신 불완전하니까 성화된 사람이 그 사람과 소통해서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게 기독교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봐요.

유진 우리 잡지가 문화를 영적 전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항적인 관점을 가진 잡지로 시작했다는 게 나한테는 크게 도움이 됐어요. 중학생 때 그런 부류의 강의를 들었거든. 서태지는 사탄의 음악이고, 조지 윈스턴 들으면 자살하고. 막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살았고 정말 그런가 보다, 진짜 나쁘다 생각했는데, 아닌 거야. 근데 그 때 그게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한 잡지가 <오늘>이라는 거지. 내가 속고 살아왔던 시간을 좀 더 당길 수 있는 잡지라면 있을만하지 않을까?

새롬 나는 우리 잡지가 계몽적이지 않아서 좋았는데. 강요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풀어놓고. 그리고 좀 비딱해서 좋았어요. 교회 안에서 마음에 탁 걸려도 조용히 마음속에 묻고 넘어가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그걸 너무 무겁지 않고 가려운 데 긁어주듯 친근하게 풀어내는 게 좋았어요.

하나 제가 화끈하긴 해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은근슬쩍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이 좀 그런 것 같아요. 흔히 반전이 있다고 하잖아요. 남들 다 하는 얘기를 어떻게 세련되게 표현할까, 세련되기만 해서 위화감 들게 하는 것보다는 또 어떻게 따뜻하게 얘기할까. 이게 <오늘>의 특별한 색깔인 것 같아요.

화민 4년째 몸담으며 느낀 건, 참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거예요. 따뜻한 시선, 조금 다른 생각, 여유와 즐거움을 간직한 사람들이 울며, 웃으며, 치열하게 머리를 부여잡고 만들어내잖아요. 전 그 진한 시간의 방울들이 <오늘>이라고 생각해요.

윤지 저는 기자하면서 ‘오늘’을 참 많이 좋아했어요. 우리가 다루는 특집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의미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성과 이성, 신앙과 현실을 균형 있게 잘 녹여냈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나는 좋아하는 건 무조건 다 예쁘고, 다 좋다고 하는 편인데. 무한 신뢰와 애정 같은 거? (웃음) 그동안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면서 사라지지 말아야 할 가치들도 많이 고민했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절대로 사라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