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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ㅣ편집장의 글


삶의 참 지혜

물건 값을 깎을 줄 알고, 저렴한 물건을 골라 쇼핑할 줄 아는 것은 요즘 같이 퍽퍽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삶의 지혜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수록 “하나 더!”를 외치거나 사은품이라도 주는 쪽을 택하기 마련. 할인에 경쟁이 붙어 동네 곳곳, 슈퍼 대신 ‘할인마트’를 표방하는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1+1, 묶음판매 상품 등이 줄을 이었다. 마트를 쇼핑한 카트에 다 먹지도 못할 먹을거리들이 테이프로 쭉쭉 묶인 채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은 꽤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멜라민 공포’가 더해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아무리 묶음판매에 할인을 한다고 해도, 아무 과자나 살 수는 없는 거다. 최근 커피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체 이윤의 0.5%에 불과하다고 한다. 커피가격이 몇 배 올랐어도 여전히 제3세계 생산자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줄 수 없는 것이 현실. 슬프게도,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자본주의 자화상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폐해와 횡포가 더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소비자는 똑똑해져야 한다. 무조건 싼 것을 찾을 게 아니라, 어디로부터 오는 원재료이며, 어떻게 가공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공정하게 이익이 분배되는지를 따져보며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착한 소비’이다. 지구 반대편 어린이들과 농민들, 그들의 피와 땀은 지금 여기,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게 아니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온 세계를 강타하더니 지금 여기, 당장 우리 집 가계형편을 어렵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어 어느 한 쪽의 아픔은 다른 쪽의 고통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우리의 ‘착한’ 작은 행위가 다른 이에게 위로와 기쁨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이다. 또한, 누군가의 후손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조상이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의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생명과 정의와 조화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착한 소비’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낭만적으로 베푸는 착한 소비의 차원을 넘어서는 ‘우주적 영성’의 착한 소비는 생산자와 소비자, 조상과 후손, 너와 내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정직하고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참 지혜를 가르쳐 줄 것이다. 

노영신|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