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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마주한 고통 속에 꿈이 반짝이다 l 깨어진 꿈의 축복|래리 크랩


마음 한 가운데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올 때가 있다. 끔찍한 육체의 고통에 시달릴 때, 남의 일로만 여겼던 잔혹한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평생을 두고 쌓아오던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그리고 ‘이것만은’이라고 생각하던 마지막 그 하나까지 무참히 깨졌을 때…. 우리는 절망 속에서 되뇐다. 과연 그분은 지금 나와 함께 계신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아니, 그 분은 살아계시기나 한 걸까? 해결되지 않는 질문과 함께 우리의 삶은 고통 속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분에 대한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간다.
그런 우리 앞에, 저자 래리 크랩은 어쩌면 너무나 뻔한 대답을 내놓는다. “인생의
모든 순간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매 순간마다,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분의 선하심을 나타내신다. 하나님은 결코 쉬지 않으신다.”고. 주일 설교 시간, ‘아멘’을 외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 이 말씀은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우리 안에서 효력을 잃기 일쑤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금 나는 이런 고통을 겪어야 되는 거지?’라는 물음 속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힘이 없다.
저자는 질문의 열쇠를 구약 룻기서에 등장하는 ‘나오미’를 통해 찾아낸다. 모압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었던 ‘나오미’는 사실 룻기의 결말에서도 환경적으로 여전히 과부이며, 젊은 자식을 잃은 어미이다. 그렇지만 나오미는 다윗의 할아버지며 이새의 아버지가 되는 ‘오벳’을 가슴에 품고 보살피며 삶을 회복한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불행해도 될’ 절망의 조건들이 있지만, 그녀는 기쁨에 처한다. 깨어진 꿈 대신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이루실 더 위대한 꿈을 ‘오벳’을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우리도 나오미처럼 기쁨으로 향하는 여정에 올라 그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깨어진 꿈’이라는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깨어짐이란, 지금과 다른 모습의 나, 그분의 거룩한 도우심이 없다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모습의 내가 되고 싶은 욕망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결국 깨어짐이란 꿈의 완전한 소멸이 아닌, 우리가 꾸어야 할 진정한 꿈을 깨닫는 과정인 것이다.
고통의 끝에서 새로운 문이 열리고 마침내 그 분을 만난다.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고, 가장 좋은 것으로 우리를 만족케 하시려는 그분 안에 거하며, 쉼을 누린다. 우리가 선택했던 ‘최선’은 그분과의 친밀한 관계라는 ‘축복’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 분을 더 신뢰하게 된다. 이 땅은 우리 삶의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며, 모든 것이 마침내 천국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그래도 고통은 두려워요.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어요.’라고 고백했던 기도는 ‘고통을 주신다면, 고통 이면의 것을 기대할 수 있는 힘도 주세요.’라고 바뀐다.  글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