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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참된 사귐의 맛을 빚어내는 삶

새 포도주의 맛|키이스 밀러


‘ekklesia semper reformanda(교회는 언제나 개혁되는 교회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언제나 나에게 화두로 남아있다. 과거의 질서를 과감히 깨트리는 급진성, 머무르고자 하는 관성의 타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교회의 자유정신을 사랑하기에 나는 지금 개신교의 목회자가 되어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교회가 늘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안주하고 퇴각하려는 모습들, 변화되지 않는 고집스러운 모습들, 제도화되어 버린 듯한 교회의 모습 속에서 깊은 절망을 경험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교회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키이스 밀러는 그의 책 <새 포도주의 맛>에서 그런 사역자들의 고민과 해법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형의 전사(戰死)와, 목뼈가 부러지는 치명적 교통사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주님을 영접한 아버지의 삶을 통해 그는 비로소 하나님을 만났고, 그래서 그의 삶을 온전한 헌신하기 위해 전도유망한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정작 신학교에서 그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너무도 신학화 되어버린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삶의 나눔이 아닌 경쟁이 지배하는 동료들과의 괴리감 속에서, 그는 결국 신학교를 떠나게 된다. 응당 신학교 사람들은 그가 하나님을 떠났다고 생각했고 그도 스스로가 결국 실패한 것이 아닌가 라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패배처럼 보이는 그 삶의 여정 속에서 그는 도리어 그의 삶을 진정으로 새롭게 변화시키시고 그 변화를 통해 교회공동체를 세워 가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한사람의 사역자 이전에 한 명의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과의 참된 사귐을 갖는 것이며, 이를 통해 성령님 안에서 서로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사랑의 삶을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만 참되게 기도할 수 있고 경계를 뛰어넘는 그리스도인의 사귐을 이어나갈 수 있으며, 참된 헌신에 기초한 교회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변화되지 않는 교회 공동체를 바라보며 지독한 자괴감에 빠져있는 사역자들에게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또한 더 나은 헌신을 위해 목회자로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의 기로에 선 그리스도인들에게 헌신의 참된 의미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조언한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조직과 제도, 직분이라는 낡은 포도주가 아닌 주님과의 참된 만남에서 발산되는 거룩한 갈망과, 서로를 내어주고 받아들이는 교제의 향취 속에서 빚어지는 새 포도주에 참여하는데 있음을 깨닫게 한다. 글 백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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