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1 01-02 문 열자, 깃들다

문 열자, 깃들다 9│관공서, 놀이터가 되다 - 성남시청 북카페

개인 소유의 자원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실천할 수 있는 미덕이 있는가 하면, 공적자원의 쓰임새를 바로잡는 일로 실천할 수 있는 미덕도 있다. 열린 시장市長을 세우니 시장실도 열렸다. 아니, 시장실이 헌납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성남시청의 구 시장 직무실 자리에 ‘북카페’가 생긴 것이다. 높디높은 담의 키를 기꺼이 낮춰주었으니, 이제 우리는 그 담을 딛고 훌쩍 뛰어오르면 된다. 얼쑤, 경치 한번 좋구나! 글 신윤주

아픔이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내다
2009년 10월 말에 완공된 성남시청 신청사는 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호화청사, 독선행정, 특혜공사 등의 문제를 지적받으며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맹렬한 비판을 받았던 것은 당초 9층으로 지정했던 시장 집무실로, 언론에서는 이곳을 펜트하우스 혹은 아방궁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교실 4개 면적에 해당하는 넓은 공간을 시장 업무 관련 용도로 할애하여 전용 엘리베이터로 출입하고 성남시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경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임 시장의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실도 활짝 열렸다. 시장실의 넓은 공간은 이재명 시장 취임 19일 만에 시민을 위한 ‘북카페’로 고스란히 전용되었다.

작은 변화가 높은 담장을 낮추게 하다
2010년 7월 19일에 개장된 성남시청 ‘하늘 북카페’는 447.47m²(100석)의 면적에서 9천여 권의 도서를 가지고 출발했다. 한 달 후에는 야간 및 주말 운영 시간을 연장해 평일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네 시간 더 늘리고, 주말 이용시간도 오후 6시까지로 한 시간 더 늘렸다. 또 10월 1일에는 예전 간부회의실, 부시장실 등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하늘 북카페’는 887.47m2 규모로 확장된 공간을 활용하여 최초개장 시에 설치되었던 어린이 열람실 및 카페 외에도 일반열람실, 담소방, 모임방등으로 확대됐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용객의 수는 하루 평균 233명, 누적인원
31,240명이다(2010년 11월말 기준). 만일 최초의 설계도대로 2층에 위치한 <열린도서관>만 운영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이용객 숫자다.
“북카페를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했어요. 과거 2층의 열린도서관의 도서와 이전 사옥의 시장실 및 로비에서 사용하던 기존 집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하여 꾸몄습니다.” 북카페 사서직을 담당하고 있는 총무과 유향숙 사서의 말이다.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한 인테리어이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맞춰 집기와 조명을 구비한 개인카페처럼 세련된 분위기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 방마다 독특하고 고유한 느낌을 적절하게 버무렸고, 그에 따라 이용객의 연령층과 성별이 확연히 달라 보였다. “어린이들에게는 놀이터, 청소년들은 공부하는 곳, 어른들은 실력을 쌓고, 노년은 고급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맞춤 공간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북카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열람실 같은 곳은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있지만, 편하게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면 좋겠어요. 실험적인 공간이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야겠죠.”

애초 시장실로 설계되었던 전망 좋은 9층! 이 9층이 북카페로 바뀌면서 ‘보는 권한’을 모든 사람에게 나눈 것이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좋은 것들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려는 사람이 더 많은 곳, 너와 나 사이에 세워 놓은 필요 없는 높은 담들을 더 낮추어 소통하는 곳이 내가 사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담을 딛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동장실을 사랑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등포 주민센터


영등포구에서는 동 주민센터
의 기존 동장실을 개방하여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 중심 영등포’를 구현하겠다는 구청장의 기치를 따라 동장들은 1층으로 자리를 옮기고 2층의 동장실에는 소모임 공간을 꾸민 것이다. 주민사랑방에는 커피자판기와 소파 테이블을 구비하여 상시 이용 가증하다. 또 공용 PC가 비치되어 있어 정보검색을 원하는 주민들에게도 활용되고 있다.


결혼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성북구청
성북아트홀, 다목적홀, 아리랑식당, 구청장실, 폐백을 위한 사무실 공간, 지하주차장 등 구청 내 시설이 민간에게 결혼식장으로 개방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설 이용료는 무료이며, 가족 중 한명이라도 성북구에 거주할 경우 우선 대여할 수 있으며 타지역 주민들도 날짜가 겹치지 않으면 이용 가능하다. 성북구청에서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예식을 치를 수 있으며, 피로연장으로 구내식당을 사용하고, 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식을 위한 레드카펫, 주례단상, 꽃길세트, 폐백실용품 등도 지역 내 한 복지재단의 기증으로 구비해 놓았다. 이곳에서 예식을 올린 한 신부가 성북구청 홈페이지에 칭찬의 글을 남겼다. “무료로 결혼식을 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저의 결혼식에 너무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바로바로 다 빌려주시고…이렇게 따뜻한 분들이 많은 성북구청이 나날이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성북구의 바람처럼 공공기관의 결혼식장 무료 개방의 움직임이 널리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주민들의 행정 편의 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청의 민원실에는 ‘고객 전용 셀프 공간’이 있다. 민원 업무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있도록 PC를 비치해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일이지만, PC외에도 프린터, 팩스, 복사기 등의 제반 행정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 민원실 한쪽에는 ‘선앤펀Sun&Fun카페’가 있다.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이 카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자활 근로자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활 사업장이기도 하다. 민원인들은 바리스타가 만들어 준 고급 커피를 1~2천 원에 마실 수 있고 바리스타 교육 이수생들은 실습을 할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라 하겠다. 선앤펀 카페에는 다양한 도서도 비치되어 있어 민원인들은 대기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즐길 수 있다.